2013/02/18 완전 포위
오늘도 동경은 추운 날씨였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없어서 최고기온이 6도였는 데, 실제로는 포근했지요. 우수라서 그런지, 비도 살짝왔고요. 오늘 아침에는 어제 산책을 한 효과가 있어서 일찍 눈을 떴습니다. 생각해 보니 일찍 일어나도 별달리 급한 일이 없어서 다시 잤습니다. 꿈을 꾸었지요… 아침 일찍부터 공사하는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드디어, 뒷쪽도 철장이 설치되서 앞뒤로 철장으로 완전히 포위된 상태입니다. 머리위에서 드릴도 쓰고 어쨌든 빨리 집에서 탈출을 해야지, 그렇지 않았다가 제가 미칠 것 같더군요. 이 건 완전 고문 상태입니다.
집에서 나가면서 밀린 쓰레기를 가지고 가서 쓰레기장에 분리수거를 하고, 쓸만한 깡통을 하나 줏어다가 우편함에 넣어놓고 도서관으로 갔지요. 학교에 가는 중간에 있는 매화를 찍었습니다. 흰색 매화가 한 그루 밖에 안보입니다. 여기가 매실밭인데, 아직 한 그루 밖에 꽃이 피질 않았어요. 잔뜩 흐린 날씨에 빗방울도 약간 비추는 상태입니다.
도서관에 갔더니, 오늘은 지난 번 보다 학생들이 꽤 있습니다. 저도 그림책을 찾아서 보고, 가져간 책을 두 권 읽고 반납을 했지요. 후배가 보여서 뒤에서 따라갔지요. 무슨 책을 보냐고, 철학을 강의에 쓴다네요. 학생들이 알아듣느냐고, 내가 해보면 학생들이 일본어를 못 알아들어서… 근데, 우리가 학생 때, 교수님들은 어땠을까, 아마 우리와 같았을까? 그 때는 교수님들이 학생들이 강의를 알아듣고 말고 신경을 안썼어.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학문을 강의하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더라. 아무개교수님 강의는 못알아 들어도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인상이 남아있어. 그래도 우리는 학생들이 알아듣게 하려고 노력하잖아. 학생들이 알아듣는 수준으로 하려면 못 할 것 같아. 어느 정도 수준은 유지해야지, 안 그러면 내가 못할 것 같아.
후배는 그 전 여자친구 결혼식에 다녀왔단다. 좋은 결혼식이였다면서, 선배, 결혼식 사진 볼래요? 그래, 보여죠. 근데, 마음은 정리가 됐어? 아니죠, 아직 뭔가가 남아있죠… 그래, 마음에는 남아있어도 실질적으로 뭔가를 하는 건 아니니까…
오늘은 ‘조선 민화집’을 상하권을 집중적으로 봤다. 일본화집으로는 ‘린파의 계보’를 봤다. ‘일본문화사’강의에서 많이 다뤘던 작품들이다. 오늘 그림을 보는 테마는 내가 좋아하는 ‘녹색’을 어떻게 썼느냐는 것이다. ‘녹색’과 ‘청색’의 조합이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조선 민화집’ 상권에서 많이 찍었다. 이 책은 아주 좋은 책이며 비싼 책이기도 하다. 두 권이 정가로 9만8천엔이다. 오늘 찍은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아 다시 찍어야겠다. 나는 민화 같은 인간들이 살아가는 생명력을 뿜어내는 그림을 좋아한다. ‘조선 민화집’에 수록된 그림들은 일본의 ‘린파’에 비하면, 여러모로 세련되지 않았고 구도가 제멋대로인 것도 있다. 아름답다고 하기에 너무 거친 것도 많다. 그러나, 조선민화는 투박하고 요란하지만, 정말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종교적인 힘과 생명을 느끼게 한다. 그 게 매력이고 마력이다. 일본 ‘린파’ 그림에서는 그런 걸 보기가 힘들다.
5시가 지나서 집을 향했다. 해가 길어져서 5시반이 되어도 어둡지 않다. 길가는 비가 왔는지 젖어있었다. 헌책방도 살짝 들려서 집에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영양가 없는 드라마를 보고 신문을 읽고 지냈다. 목욕을 하면서 책을 읽다가 침대에 가져가서 읽다가 잠을 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