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7 친구와 점심
오늘도 동경은 맑았지만 추운 날씨였습니다.
점심 때 밖에 나갔더니 바람이 칼바람이더군요. 최고기온이 5도였는 데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정도였습니다. 너무 추워서 후드를 뒤집어썼는 데, 바람을 맞은 얼굴이 얼얼해서 감각이 없어지더군요. 친구네 집에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에 공원에 매화를 찍으러 갔습니다. 날씨가 맑아서 기온은 낮아도 바람이 안불면 따뜻했을 텐데… 바람이 너무 춥더군요.
어젯밤에 책을 읽다가 늦게 잤지요. 오늘 아침에는 9시가 되기 전부터 공사하는 사람들이 제 베게맡에서 수다를 떨면서 일을 하더군요. 저도 얼굴도 모르지만, 공사를 하는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제 옆에 와서 일을 한다는 상황에 익숙해졌지요. 밖은 아주 맑은 날씨로 커텐 너머로 찬란한 햇살이 보입니다. 아, 커텐을 열어젖히고 햇살을 방안으로 맞아들여 스트레칭을 같이 하고 싶은 데, 그물이 막고 커텐이 막습니다. 참, 햇살과 제가 좋다는 데, 어째 방해물들이 이렇게 많은 지요. 아마, 이런 데서 드라마는 생기는 거겠지만… 저의 경우는 드라마를 쓰려고 해도 아주 막막하네요. 사랑하는 상대가 햇살이라...
어제 소개한 책이 재미있는 점도 있는 데, 이상한 점도 많아서 인상적이라고 할까… 늦게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을 먹었지요. 그리고 과일도 먹고 영양가 없는 드라마도 봤습니다. 생각없이 앉아서 책도 보고 뜨개질을 하며 앉아 있었지요. 공사하는 사람 둘이 제 베란다에서, 그 것도 밖에서 방안에 있는 저를 보는 자세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참 이상하더군요. 제가 우리에 갇힌 동물도 아니고, 그 사람들도 제생활을 보고 싶지 않겠지만…저도 보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아침을 먹고 차를 마시고 뜨개질을 하는 겁니다. 그래도 뭔가 긴장을 해서 동작이 부자연스럽지요. 로보트가 된 기분으로 뭐, 했지요. 12시가 되니 점심을 먹으러 가더군요. 저는 그 사이에 세수하고 머리를 감고 옷을 갈아입고 밖에 나왔지요.
친구네 집에 가기 전에 공원에 매화가 얼마나 피었는지 보고 싶어서요. 매화를 찍고 시간이 좀 남았길래, 연못이 있는 공원에도 갔지요. 그런데 공원 한 구석에 큰나무를 세 구루나 베어냈습니다. 거기는 가을 되면 단풍이 들어 아주 아름다운 데, 큰나무를 세 구루나 베어내서 공간이 훵하게 뚤린 데다가 단풍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요새 주위에 공원이나 산책길을 정비하는 걸 보면, ‘아름다움을 부수기’가 컨셉인가 봅니다. 아니면, ‘시민에게 불쾌감주기’ 인지도 모르겠군요. 작년에도 아주 좋은 길을 왕창 파괴했습니다. 단풍이 질 때면, 인근에서 사진을 찍으러 올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였는 데, 왕창 벌채를 해내서 아주 쑥대밭을 만들어 놨습니다. 저는 그 걸 보면 화가 나니까, 한동안은 그 길에 안갔지요. 지금은 쑥대밭에 익숙해 가고 있지만요. 또 사건을 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니랍니다. 제가 아는 이웃들도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정비를 하는 지 모르겠다고 시간이 갈 수록 이상해진다고 슬퍼합니다. 도대체 기준이 뭔지 알고 싶습니다.
연못에서는 오리들이 추워서 그런지, 아니면 오리들도 점심시간이였는 지 모여 있더군요. 바람이 세서, 바람에 불려가는 것처럼 움직입니다.
친구네 집에 갔습니다. 친구네 동은 아직 공사를 하지 않아 마루에 햇빛이 들어와 아주 밝고 난방을 하지 않아도 따뜻합니다. 창밖에 철장이나 그물이 없다는 게 그렇게 해방감이 있더군요. 친구네는 3월에 공사를 시작한다네요. 친구가 점심인데, 많이 준비를 했습니다. 저는 친구에게 자켓을 하나 가져갔지요. 점심이 되길 기다리면서 친구 베스트를 좀 수선해 줍니다. 우선, 매실주로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밥은 연어와 계란, 매실장아찌를 넣은 스시입니다. 그리고 두부와 콩이 들어간 샐러드, 오징어 볶음 같은 샐러드, 따뜻한 걸로 파와 옥수수를 화이트소스로 끓인 것, 감자를 얇게 썰어서 생크림을 넣어 오븐에서 살짝 굽는 건데, 렌지에서 했습니다. 스웨덴요리라나 뭐 그렇답니다. 심플하고 맛있습니다.
친구는 먹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요리도 좀 하지요. 그래서 저를 가끔 초대해 줍니다. 저는 그 전에는 친구를 불렀는 데, 요새는 거의 먹을 것 때문에 부르지 않습니다. 그대신 제가 토마토소스를 만들거나, 뭔가를 했을 때는 나눠주지요. 둘이서 오랫만에 수다를 떨었지요. 어젯밤 읽던 책도 가져가서 이렇더라고 말을 했지요. 제가 아는 분이 돌아가셨는 데, 아는 사람이 추도문을 썼길레 그 것도 가져가서 보였습니다. 한시반에 가서 다섯시까지 놀았습니다. 점심을 먹었는 데, 따뜻한 게 별로 없어서 너무 추운 겁니다. 나중에는 따뜻한 차와 디저트를 먹었지요. 남은 것은 집에 싸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는 우리집으로 건너와서, 이 건 예정에 없었던거지만, 요새 읽는 책을 보여주고, 빌려줬지요. 책은 빌려준 게 안 돌아오거나, 뭘 빌려줬는지 잊기도 해서 안빌려주기로 했는 데, 또 빌려주고 말았습니다. 이 책은 안돌아와도 되거든요. 뜨게질 최신작도 보여줬지요. 친구는 베란다에 나가서 공사중인 그물망도 보고 철장도 봤습니다. 어제 만든 오징어회가 남아있는 걸 주고, 김치가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기에 김치를 좀 나눠줬지요. 삽시간에 두 시간이 지났습니다. 둘 다 의자에 앉을 새도 없이 서성거리면서 정신없이 책을 보고, 보여주고 말을 했지요. 컴퓨터에서 다른 정보도 확인을 시키면서… 갈 때는 제가 집까지 바래다주고 오늘 초대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지요. 우리집에서는 차도 한잔 안마셨지요.
저녁은 친구네 집에서 가져온 걸로 먹었습니다… 배가 꺼지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