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4 외벽공사 중
오늘 동경은 대체로 맑은 날씨로 기온은 낮았으나 포근한 날씨였다.
요전에 아팠던 날 이후로 밤과 낮이 서로를 침범해서 점점 잠자는 시간이 늦어지고 일어나는 시간도 늦어간다. 이러다 보면 하루가 아주 짧아지고 좋은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어제는 그 걸 바꾸려고 아침에 스트레칭을 하고 오후에는 풀코스로 산책을 했다. 그런데 어제 학교에서 졸업생 중 몇명이 졸업이 걸린 재시험이 있다는 연락으로 사무처리를 하다보니 긴장을 했다. 그 걸로 인해 봄방학 일정이 대충 읽혔다. 출판사에서 교정 볼 원고를 기다리다 보면 봄방학이 지날 것 같다. 방학이 끝나기 전에 어디론가 가야지, 그냥 있다가는 내가 미치든지, 우울증이 걸릴지도 몰라…. 그래서 갑자기 비행기표를 찾기 시작했다. 밤 2시까지 비행기표를 찾아서 메일을 보내고 오랜만에 친구에게도 메일을 쓰다보니 3시가 되어서 잤다.
오늘 아침에 깬 시간은 10시다. 밖에서는 소방호스 같은 걸로 외벽을 씻고 있다. 나도 세차하는 차안에 있는 것처럼 세탁기속에 들어간 느낌이다. 꽤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왠지 외벽을 씻고 난 다음 내 유리창과 베란다는 더 더러워졌다는 것이다. 이럴 수가… 나는 나대로 다시 베란다를 씻었다. 유리창도 닦고 싶었지만, 아직 공사 중이라 먼지가 계속 낄 것이다. 참아야지… 요새 밑에 사는 아줌마나 주변사람을 만나면 외벽공사 때문에 답답하다고 서로가 하소연을 한다. 나만이 아니라 다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우울증 걸릴 것 같아… 그래서 매일 밖에 나가서 오늘 날씨가 어떤지 알아야 해, 아니면 이상해져… 정말로 내가 점점 이상해져 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깥 날씨는 확실히 봄을 향하고 있으며, 하늘에도 기분에 따라 예쁜 구름이 깔려있다.
요새 한국뉴스를 읽다 보면, 내가 세상을 못 따라갈 만큼 나이를 먹었거나, 아니면 미쳤거나 둘 중 하나일 정도로 이해를 못하겠다.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는데, 각료가 될 사람들 저렇게 부정을 해서 재산을 모으고, 정부를 속여도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부정을 하는 것도 정부나 세상을 속이는 것도 ‘능력’으로 평가를 하는 걸까.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그런 걸 ‘능력’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은 그런 기가 막히는 인사를 보면서 어떻게 생각할까. 참으로 부끄럽다. 정치로 국가를 리드해야 할 사람들이 정상적인 상식과 ‘모럴’조차 결여된 ‘파렴치’한 사람들이라는 것에 할 말이 없다. 범죄에도 ‘파렴치 죄’는 형량이 더 많아지는 데 ‘국격’이라는 말 이전에 인간으로서 제대로 된 ‘인격’이 갖추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인격’도 못 갖춘 사람들이 나와서 한꺼번에 ‘국격’을 확 내려주겠다. 보편적으로 ‘인격’을 못 갖춘 사람에게 인간대접을 안한다. 이 거 상식이다. 능력위주라고? 콩심은 데 콩나고 팥심읕 데 팥난다고 하지 않았나. 아무래도 내가 너무 늙은 것 같다, 새로운 ‘한류 정치’는 못 따라가겠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권을 여러모로 ‘최악’이라고 평가해왔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썬글라스를 껴서 폼잡고 잠바를 입어서 패션쇼를 했지만 어디까지나 ‘흉내’를 냈을 뿐이다. ‘진짜’가 아니어서 웃을 수라도 있었다. 다음주가 되면 확실한 ‘진짜’가 온다. ‘개봉박두’다. 그런데, 새정권에 관해서는 형용할 말이 없다. 사고가 정지된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그동안 경과를 지켜봤다. 지금까지는 일말의 희망을 가진 자신의 어리석은 머리를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기막힌 포진이다.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다는 점에서 아주 멋있는 성과를 보였다. 멋있다. 멋대로 희망을 갖지말라는 것을 일깨워줬다. 그러면서도 아니야, ‘한류’드라마가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기상천외한 전개를 하는 데, 시작이라서 기대를 할까봐, 이렇게 시작을 하는 거야, 한류드라마가 처음에는 재미가 없잖아, 드라마처럼, 드라마틱하게 바꿔 나갈꺼야, 마지막에는 멋진 휘날레를 날릴 거야. 혼자서 허무한 상상을 해 본다.
나의 상상은 외벽공사 중인 아파트에 갖혀 바깥세상의 변화를 못느껴 혼자서 우울증 모드에 돌입한 것 같다. 근데, 외벽공사 중인 아파트가 한국이나 일본의 상황처럼 보인다. 공사하는 망치질 소리가 ‘경제 경제’ '아베노믹스'하고 울린다. 망치질 소리는 부셔내는 소리지 ‘경제’가 부흥하는 소리가 아니다. 이런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공사(정치)가 계속되면,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아주 비효율적인 사회로 가는 데 시간이 얼마 안 걸리고 사회적 부담이 아주 크게 늘어난다. 일본사회가 아주 좋은 본보기이다. 밖에서 소방호스로 깨끗이 씻어낸다고 했는 데, 내 베란다와 창문은 오히려 더렵혀졌다. 밖에서 단체적으로 씻어도, 내 것은 내가 씻는 것만큼 깨끗하지 못하다. 국가라는 게, 외벽공사처럼 철장을 걸고 장막을 쳐서 시야를 가리고 안에서 뚝딱거리며, 밖에서도 안에서도 못 보게 한다. 주민(국민)들이 참으면 깨끗(경제부흥)하게 한다고 많은 돈을 받아내어 공사(정치)를 한다. 사람들이 우울증 걸려 사회적 효율이 떨어지고 고령화 사횐데, 어떻게 경제가 부흥을 하니? 사기 그만치고 빨리 적정한 공사를 마치고 내 하늘과 태양을 돌려주길 바란다. 그러면 안심해서 베란다를 청소하고 창문을 닦아서 맑고 깨끗한 하늘을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