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7 미친듯이 목숨걸고
오늘 캔베라 날씨는 아침에 흐렸다가 늦게야 맑게 개었다. 오전 공원에 갈 때도 모자가 필요없을 정도로 햇볕이 강하지 않았다. 기온도 근처를 걸어다녀도 더위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서늘한 날씨다. 어제는 최고기온이 33도, 그저께는 38도였다.
어제 저녁에 밖에 나갔을 때도 햇볕이 강해서 따가웠다. 그저께는 뭘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더운 날은 집에 있으면 그다지 덥지 않아도 몸이 지친다.
지금 캔버라 시빅에 있는 아는 친구네 아파트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친구네 가족은 어제 저녁에 시드니에 갔다. 친구네 가족이 없는 조용한 아파트를 독차지해서 쉬고 있다. 어제 저녁에 인터넷으로 한국 신문을 오랜만에 봤다. 2월 15일 아침 동경을 출발해서 방콕을 경유, 16일 아침 시드니에 도착했다. 시드니에 일주일 있다가 캔버라로 온 것이다. 그동안 이메일을 체크하거나, 학교와 사무적인 연락은 했지만, 한국 신문을 읽을 정도로 여유가 없었다. 시간적인 여유도 여유지만, 별로 읽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북한에서 로켓인가를 발사한 후에 일본이 미친듯이, 한국도 더 미친듯이, 한국과 일본에 의하면 미국도 같이 미친듯이 돌아가는 상황에 완전히 질렸다. 일본과 한국이 기다렸다는듯 얼씨구나 좋다하고 돌아간다. 북한은 자신들 계획에 따라 로켓을 발사한 것이겠지만, 한국의 집권 여당은 얼마나 고마웠을까? 선거에 맞추기라도 한 시기에 문제를 만들어 줬으니... 그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작년 년말에 위안부합의를 한 것을 아베 정권에서는 잘 했다지만, 일본내에서도 잘 했다는 평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껄끄러움을 남긴 것을, 아베 정권에서는 끝난 것으로 끌어 가고 있다. 물론, 한국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에 북한이 로켓을 발사해 줬으니, 미사일을 발사해서 일본을 공격하려 했던 것으로, 북한이 일본을 침략이라도 하는 것처럼 선전하는 데 안성마춤이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안보법'을 통과시켰지만, 여론적으로는 억지로 통과시켰다는 인상이었는데, 고맙게도 북한이 협력을 해준 것이다. 아베 정권이 억지로 통과시킨 안보법을 선견지명으로 잘 한 것으로 포장하고 선전할 수 있었다.
북한이 한 것에 대해 겉으로는 어쩌고 저쩌고 갖은 쇼를 다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김정은에게 고마웠을 것이다. 참으로 시기적절하게 잘 했다고...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는 항상 라디오를 듣는다. 라디오를 듣고 있으면, 마치 전쟁이라도 날 것 같이 불안감을 조성한다면서 화를 내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전하는 것은 국민에게 불안감을 줘서 애국심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일본의 애국심은 이미 너무나 드높은 상태다. 일본에서는 애국심을 내걸고 마이노리티를 차별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다. 자신들과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매국노'라는 라벨을 붙이고,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에게 '조선인'이라는 라벨을 붙인다. 사실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사실은 중요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은 것 같다. 단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 더 말하자면 현정권이 지향하는 것에 비판적인 사람이나 약자를 공격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한국에서 자신들과 다른 의견에 '종북'이라는 라벨을 붙이듯, 일본에서도 참으로 손쉽게 '매국노'를 만들고, '조선인'으로 전락시킨다. 어처구니없이 그런 것이 먹힌다는 것이다. 애국심을 내걸고 마이놀리티를 공격하는 것은 일종의 테러다. 그런 상태에서 다시 애국심에 기름을 붓는 것은 아주 위험한 행위다. 그런 위험한 행위를 공영방송에서 솔선해서 하고 있다는 것이 현재 일본의 상태인 것이다. 도대체 일본 정치가들, 아베정권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국민들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더 솔직히 말하면, 일본이 어디로 가든 좋다. 그러나,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사회적인 영향에서 전혀 자유로울 수가 없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다. 내 영업에 방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켄버라에서 보면, 정말로 미친 짓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동경에 있으면, 그렇지 못한 내가 비정상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든다. 같이 미쳐서 돌아가면 편하겠지. 그대로 동경에 있다가 우울증이라도 걸릴 것 같아 호주로 도망치기로 했다. 호주에서 일본이나, 한국을 보면 거기에 있을 때 보다 훨씬 잘 보이는 경우가 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 보이는 것이 달라질 수도 있다. 도심이지만,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는 캔버라에서 보면, 미친듯이 사람들을 휘두르는 것이 우스광스럽기 짝이 없다. 어디까지나, 캔버라 라는 곳에서 할 수 있는 말이다. 저 미친듯한 세상에서는 같이 아니면 다르게 미친듯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맙소사, 정말로 쓸데없는 곳으로 사람들을 몰아 가고 있다.
어제 인터넷으로 한국신문을 봤더니, 야당에서 테러방지법제정을 막기위해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경에 있던 2월 14일 상황으로서는 한국의 야당은 선거에 참패하는 것이 정해진 줄 알았다.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극적으로 북한까지 여당을 돕는데, 야당은 싸우지도 못하고 지는 줄 알았다. 내가 보기에 한국의 야당은 목숨걸고 싸워도 부족한 판에 야당답게 나서지도 않았다. 야당이라는 것이 선거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닐텐데, 선거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향해야 하는데 하면서 포기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미국이 2001년 9.11이후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 사실 일본이 타겟이 될 가능성은 적지만, 이만 저만 경계하는 것이 아니다. 타겟이 되면 경계를 한다고 해서 방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리라. 테러라는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경계한다는 미명하에 많은 자유가 억압되었다. 일본 매스컴에서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 다는 것조차 모르니까, 어쩌면 행복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한국의 야당에서는 목숨걸고 싸워야 한다. 전혀 이길 승산이 없다고 해도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상황인 것이다. 나는 특정한 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에서 필리버스터를 하다가 피를 토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미친듯이 싸워야 한다고 본다. 국민들에게 현재 처한 상황과 앞으로 어떻게 나갈 것인지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 국민들이 보고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길 바란다.
새들이 지저귀는 캔버라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글이 되고 말았다. 사진도 계절과 장소가 전혀 관련이 없다.
'한국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뿌리깊은나무의 기억 1 (0) | 2020.03.08 |
---|---|
미투는 '횃불'이다 (0) | 2020.03.01 |
#MeToo, #WithYou (0) | 2020.02.22 |
한국의 #MeToo! (0) | 2020.02.22 |
잠실 에어비앤비 (0) | 2020.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