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잔뜩 흐린 날씨로 약간 춥다. 어제는 화창하게 맑고 따뜻한 날씨였다. 어제는 가까운 공원과 길 맞은 편에 핀 매화꽃을 찍으러 갔다. 날씨가 너무 포근하고 좋아서 집에 있기가 갑갑해서 산책을 겸해서 나갔다. 매화를 찍으면서 느낀 것은 봄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산책을 마치고 농가 마당에 가서 쇼고인 무를 하나 샀다. 야채 무인판매에도 들러서 낑깡을 두 봉지 샀다. 그 발로 마트에 가서 과자를 좀 사서 왔다. 날씨가 너무 포근해서 산책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어제까지 봄이 아주 가깝게 느껴지더니 오늘 날씨가 흐려서 추워지니 봄이 좀 멀어진 느낌이 든다. 날씨가 따뜻하다 춥다가를 반복하면서 봄을 향하는 것이겠지.
며칠 한국 뉴스를 보면, 지금 '평창올림픽'이 열리고 있다는 걸 잊을 정도로 #MeToo가 연달아 나오고 있다. 나는 일본에서 대학과 대학원에 다니면서 주위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줬다. 다른 사람에게 말 못할, 결코 알려지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 중에서 여성으로서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성폭력'에 관한 것들이었다.
지금 한국에서 폭로되고 있는 것은 동경에서도 똑같이 일어난 일들이다. 대학에서 '성폭력'은 일상적인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일어나지만, 교수와 여학생 간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알다시피, 일본의 대학과 대학원은 폐쇄적인 '도제제도'이다. 이전에는 실태가 있어도 '성폭력'이라는 말조차 있었나 싶을 정도의 인상이다. 사회에서 '성폭력'은 만연했지만, 그 걸 '폭력'이라는 인식조차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에는 섹슈얼 해러스먼트를 줄여서 '세크하라'하는 용어도 새로운 말로 '성희롱'이나 '성추행'의 실태가 있었지만, 정확하게 표현할 용어가 없었던 것이다. 일본에서 그 것도 대학에서 '세크하라'의 실태는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노력하면 대학에 갈 수 있는 시대이지만, 1980년대 아니 지금도 '명문'이라고 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명문'대학, 그 것도 '대학교수'가 주는 이미지는 '성폭력'에서 가장 먼 거리에 있었다. 내가 대학에서 처음 '성폭력'의 실태를 알게 된 것은 가장 가까운 친구가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성폭력'을 '연애'로 위장(주로 일본 대학교수들이 쓰는 수법이다)했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일본식 '연애'의 한 형태인가? 여기고 친구에게 가하는 고통을 같이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끝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연애'가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연애'는 동등한 입장에서 가능한 것이라고 보기에, 상대방이 거절할 수 없는 '권력'과 '권위'를 지녔을 때, 이미 '성폭력'적인 관계인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그 '가해자'는 다른 선배에게도 '성폭행'을 한 것으로 여겨지는 '증거'를 남기고 그 '증거'를 남자 선배들에게 보였다는 말을 듣고 치를 떨었다. 실은 같은 학과 선배 유학생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 학과가 나름 점수가 높아서 들어가기도 힘든데, 왜 그 선배가 1학년 때 그만 뒀는지?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선배가 '술집'에 다닌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일본에 유학와서 '명문'대학을 그만두고 '술집'으로 전락한 이유를 몰랐다. 유학생 사회는 좁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없어도 그 시대는 출신 집안까지 알 정도로 서로 알 수 있었다. 나중에 그가 '가해자'라는 걸 확신했을 때 모든 것이 아귀가 맞아 떨어졌다. 그는 '성폭력' 대상으로 일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유학생'을 타겟으로 잡았던 것이다(특정 개인이 추정되는 걸 막기 위해 가공했음).
그 때는 친구가 당한 일을 학교에 말 하려고 해도 어디에 가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상담 창구도 없고 공론화할 방법도 없었다. 그 일이 밝혀지면 '가재는 게편이라'고 교수들은 자신들 '후배'인 '가해자'의 편에 설게 뻔하다. 그 이전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자체를 믿지 않았을 것이다. 설사, '증거'가 있고 피해를 당한 '피해자'라는 '증인'이 있어도 말이다. 친구와 나는 직원이나, 교수들 앞에서 수치스러운 '성폭행' 피해 스토리를 몇 번이나 설명해야 하고 그런 결과 뭘 얻을 수 있나? 친구와 내가 더 '상처'를 입고 학교에 계속 다니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2차 피해'라는 용어 조차도 없던 시대였다. 내가 친구를 케어하고 공론화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고 끝났다. 그 '가해자'는 학과 '선배'이기도 했다. 그 일에 대해 '가해자'는 나에게 '친구가 내 말을 잘 들으니까, 친구를 설득해서 자기에게 돌아오게 만들라'고 했다. 나는 그가 '연애'라고 했기에, '당사자들이 알아서 하라'고 했다.
내가 얻은 불이익은 성적으로 그 '가해자'의 과목 성적이 C였다. 나는 그러려니 했는데, 같은 학급 친구들이 다 성적을 깠다. 내가 C인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고 다른 친구들이 난리가 났다. 왜냐하면, 출석도 제대로 안하고 시험도 못 본 부속에서 올라온 아이가 '예쁘다'고 A를 줬다는 것이다. 내가 '가해자'에게 찍힌게 없다면 C라는 성적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나 이외에는 여학생 성적에 C가 없었다. 나도 그 과목 외에는 C라는 성적이 없었다. 나는 설마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친구가 '성폭행'을 당한 사건에 내가 휘말렸다고 말 할 수도 없었다.
그 일은 대학내에 '성폭력'에 대해서 알게 되는 '서막'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유학생'들이 문제가 있어도 상담을 할 곳이 없던 시대라서 볼런티어 그룹이 '유학생 상담실'이라는 걸 열었다. 나도 거기가 시작할 무렵부터 각 대학에 '유학생'을 돌보는 담당 부서가 생긴 이후, 문닫을 때까지 15년 이상 연관을 가지고 활동하면서 대학과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별의별 사건의 '피해자'인 '유학생'을 많이 봤다. 거기에 개인적으로도 다니는 학교에서 많은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는지 몰라도 상담을 통해서 '성폭력' 사건의 실태와 '피해자'를 접해왔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있었는지 셀 수도 없다. 하지만,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 한 건도, 정말로 한 건도 공론화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공론화에는 '피해자'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입장에서 공론화 하고 싶어도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2차 피해'를 감수하라고 할 수가 없다. '피해자'를 공론화의 '희생양'으로 삼을 수가 없는 것이다. 공론화하면 '피해자'만이 아니라, 그 가족도 휘말린다. 더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MeToo에 나선 사람들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겠나.
'성폭력'에 대한 글을 쓸 때는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이면 안된다. 어느 편에 서는지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설프게 '객관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쓴다면, '가해자'편에서 쓰는 것이 된다. '가해자'는 '권력'을 가진자다.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일종의 '권력'이다. '피해자'에게는 '객관적'이며 '중립적'이라는 명목으로 '2차피해'를 주는 글, 또 다른 '가해'에 가담하는 글이 되고 만다. 나는 '피해자'편에서 글을 쓰고 싶다. 적어도 그 들이 '상처'입고 아파하는 것을 보고 들으며 느낀 사람이니까.
'가해자'는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이 어떤 죄를 졌는지. 20년 이상 대학에서 상담을 해온 입장에서 말하자면 지금 한국에서 #MeToo, #WithYou로 나온 것은 정말로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내가 추정하기로 한 명의 #MeToo가 있다면 적어도 그 뒤에 99 명의 '피해자'가 있다고 본다. '성폭력'은 상습적으로 일어나는 '범죄'이기에 '가해자'는 '상습범'이다. '가해자'가 권력을 휘두르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피해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피해자'들은 숨죽이고 '성폭력'이 폭로된 다음 '가해자'들의 행태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가해자'가 알았으면 좋겠다. 한 명의 #MeToo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본에서는 한 건의 성폭행 범죄자가 잡히면 통상 50여건의 여죄가 있다고 본다. 어쩌다가 우연히 잡힌 것이 아니라, 프로들의 활동이라는 것이다.
사진은 어제 찍은 백매로 올린다. #MeToo, #With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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