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갑작스러운 한국과 중국에 대한 입국 금지로 인해 큰 영향을 받는 유학생, 특히 신입생에 대해 일본 대학에서 어떤 대처를 하고 있을까? 내가 관계하고 있는 대학 네 군데 홈페이지에 갔는데 세 군데는 아예, 3월 5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내용이 업데이트해서 올라오지 않았다. 앞으로도 올라올지 어떨지 모른다.
국제 관련 학부를 두 개나 작년에 개설한 A대학은 3월 6일 자로 [(일본) 정부로부터 입국 금지를 받는 학생에게]라는 제목으로 일본어로만 공지가 떴다. 내가 보기에 6일(금요일) 늦은 시간에 떴다. 주말은 대학이 쉬니까 발을 동동 구르면서 대학의 결정을 기다린 유학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대상자는 3월 9-31일 한국과 중국에서 입국자가 된다. 그런 조건으로 인해 일본에 입국하지 못하는 학생은 국제센터 사무실에 문의하라고 한다. 현재 "일본 정부가 중국과 한국에서 입국자에 대해 발행한 비자 효력을 정지한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본 대학은 일본 정부의 정식 발표를 기다려서 해당하는 학생 여러분께 적절한 대응을 할 예정입니다. 상세한 내용이 정해지면 해당 학생에게 알리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본 대학에서는 유학생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며 유학생의 입장을 고려한 결정이 나오기가 어렵다. 3월 말까지 라고 하지만 만약에 비자가 무효가 되었다가 다시 신청해서 받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개강 시기에 맞출 수 없게 되지만, 일본 정부 탓이 아니라 유학생의 개인 사정이 되고 만다.
오늘 동경은 낮에는 햇볕이 나서 따뜻했다가 저녁이 되면서 추워졌다. 아침에 갑자기 A대학 교수 친구가 전화가 와서 상담이 있다고 점심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한다. 나도 친구의 근황이 궁금했던 차에 상담이라면 언제든지 가서 들어줘야 한다. 거기에 한국과 중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로 유학생이 피해를 입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고 싶었다. 결론은 담당 대학원은 신입생 유학생이 한국인 한 명인데 일본에 거주하고 있단다. 자신에게 해당 사항이 없으니까,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니,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한 것처럼 생각하는 게 느껴졌다. 아예, 관심이 없으니까, 더 이상 묻는 게 뻘쭘해지고 말았다.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해서 일찍부터 대처 한 모양이다. 마스크도 앞으로 3개월치는 비축했으며 식량도 일찌감치 비축했다고 한다. 마스크는 대란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많이 샀고 사기 어려워진 후에도 매일 남편이 약국 문 여는 시간에 줄 서서 사뒀다고 한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것도 직접 손이 닫지 않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 친구가 아픈 상태여서 코로나19에는 과민할 정도로 신경 쓰는 것이 좋다.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않는다.
11시 44분 다마센터에서 오다큐 센을 타고 신주쿠행 급행을 탔다. 나는 신유리에서 내릴 거라 신유리에서 내리면 가장 빠르게 개찰구를 나갈 수 있는 차량에 탔다. 주말이어도 보통은 전철에 나름 사람이 타고 있다. 완행은 신유리가 종점이지만 급행은 신주쿠나 치요다 센으로 변경되는 경우도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내가 탄 차량은 신유리에서 내려서 다른 방향으로 환승하거나 더 빠른 쾌속 특급을 갈아타기 좋은 장소라서 사람들이 많이 탄다. 그런데, 한 차량에 사람이 전부 여섯 명 밖에 타지 않았다. 모두가 거리를 두고 앉았다. 지금까지 동경에 몇십 년을 살며 오다큐 센과 게이오 센을 이용해 왔지만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허긴 내가 다마센터 역에 간 것도 한 달이 훨씬 넘는다. 신유리에 내려서도 개찰구를 나가는데, 보통은 사람이 바글바글하는데 사람이 없어서 알고 있던 풍경이 전혀 다르게 보일 정도였다.
친구와 점심을 먹은 것은 신유리에 있는 호텔에 들어 있는 우메노 하나라는 두부요리 전문점이었다. 그런데 우메노 하나에는 중년 여성 손님들이 꽤 있었다. 하나같이 거리를 두고 앉아서 식사를 했다. 우리도 사람이 적은 가게를 택했는데 사람이 있는 편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와서 친구 남편이 찾는 반찬을 보느라고 이토요카도 식품 매장에 갔더니 사람들이 꽤 많았다. 평소 주말처럼 붐빌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꽤 있어서 약간 놀랐다. 역 주변에도 사람들이 있기는 있었지만 다른 때에 비하면 역 안과 밖으로 사람이 아주 적은 편이었다.
점심을 먹고 친구네 아파트까지 걸어가서 차를 타고 도심에 있는 대학 사무실에 다녀왔다. 친구가 연구실에 가는데 수위에게 열쇠를 받아서 갔다. 일본 대학에서는 연구실 열쇠를 보통 수위가 관리한다. 내가 대학원때 연구실은 학생이 갖고 다녔고 교수 연구실도 교수가 갖고 있었다. 캠퍼스에 따라 열쇠를 관리하는 방침이 다른가? 했더니 친구가 "여기에서 몇 년 전에 지도교수가 학생에게 칼을 맞았잖아. 그래서 열쇠 관리가 엄격해진 게 아닐까?" 한다. 그렇다, 같은 대학이지만 학부가 다르니까, 갈 일이 없었는데 그런 사건이 있었다. 일본에서 대학을 알면 특별한 사건이 아니고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사건이라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 무섭다. 나도 그때 엄마에게 주의를 들었다. "너도 조심해라, 언제 미친 학생에게 칼부림을 당할지 모른다" 일본은 언제 그런 일이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세계로 옛날부터 그렇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강력계 형사나 혹은 조폭, 양아치가 아니라, 대학에서 일한다.
오늘 친구가 상담한 일도 동료가 미친듯이 폭력적으로 날뛰고 있어서 일이 잘 해결되지 않으면 "칼 맞을 지도 몰라"를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나와 친구는 대학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서 지극히 사고가 건전한 편으로 학생들이 많이 따른다. 일본에서, 그것도 대학에서 '칼 맞을' 위험성이 있는 사람은 학생이나 동료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해서 원한을 살 사람 만이 아니다. 대학에는 사회성이 없는 이상한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이긴 하다. 친구의 상담은 폭력적인 동료에 관한 것이다. 그 동료도 아파서 병원에 있어야 할 사람인데 직장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다. 동료의 행동에 대해 자료를 다 확보해 놓고 절대로 일대일로 상대하지 않고 있다. 친구와 동료는 친구가 상사다. 젊거나 나이 든 남성 동료도 여성인 친구가 상사가 되었다는 것에 대해 '남존여비' 사상을 아낌없이 드러낸다고 한다. 어제인가 회의에서 현 정권의 남녀 평등을 추진하는 위원회 위원장이 '남존여비' 사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친구를 공개적으로 비하했다고 한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해서 그렇거니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사회와 조직에서 일하면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건전하게 있기가 어렵다. 그래서 주위에 아픈 사람들이 아주 많다.
친구에게 웃으라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일본 드라마가 아니야, 미드야! 미드! 시리즈 물이 되겠는데, 이번 기회에 드라마 원작을 쓸 소재를 얻었네" 했다. "미드여도 보통은 범인이 밤에 혼자 사는 여성의 집을 침입하는데, 너는 백주 대낮에 동경 시내 한복판 대학 사무실과 연구실에서 난동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영화를 찍고 있으니, 미드를 넘은 거지. 이거 팔릴 것 같은데" 친구도 "그래, 일본이 서스펜스 드라마가 많지만 지금 내가 직면한 현실을 다룬 장르는 없었어" 하면서 공허하게 웃었다. 친구가 동료의 폭력적인 광기로 공격을 받으며 영화를 찍는 것 같은 현실이다.
나는 오래전에 유학생이었고 유학생에 관련해서 상담활동을 아주 오래 했다. 대학에서 유학생 회장을 하면서 대학을 들이받고 유학생 정책에 대해 매스컴을 동원해서 정부에 의견을 내는 등 많은 활동을 했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일본 대학은 유학생의 입장을 이해하는 대처를 하기 힘든 구조다. 우선, 대학에서 나처럼 대학을 상대로 싸우면서 요구하는 학생이라도 없으면 유학생의 사정을 잘 모른다. 유학생의 사정을 모르는 행정 직원과 교수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다. 그것도 유학생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방침을 무조건 수용하는 방향에서다. 행정 직원이나 교수도 외국에서 유학한 경험자도 드물기에 유학생의 입장을 상상도 못 한다. 오늘 내가 대학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신입생의 경우, 입학하기까지 준비에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어. 한국의 경우 남학생은 군대 문제도 걸려. 예를 들어 대학에서 올해는 타이밍이 맞지 않으니까, 원한다면 내년에 입학해도 된다면 유학생 입장에서 보면 대학이 너무 무책임한 거야. 조금 확대해서 말하자면 유학생 인생이 걸린 문제거든. 만약, 일본인 학생이라면 학생이 원해서 일 년 늦추는 것과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로 일 년을 쉬게 된다면 어떨까? 했지만 친구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렇구나! 상관이 없네.
내가 생각하는 문제 해결은 대학에서 유학생을 대변해서 정부에 긴급히 의견을 내야 한다. 국제 관련 학부를 두 개나 개설해서 유학생을 많이 받아 들이는데, 그 정도 일은 해야 한다. 사립대학에서도 정부에서 사학 조성금을 못 받을까 봐 정부의 눈치를 본다. A대학 정도면 눈치를 보지 않고 정부에 의견을 낼 수 있는데, 오늘 확인한 바로는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아이고, 피해를 입는 유학생만 불쌍하게 되었다. 유학생을 배려하는 대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하지 않는 일본 대학의 모습은 참 부끄럽고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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