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22 악몽 같은 숨바꼭질
오늘 동경은 맑고 따뜻한 빨래하고 청소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봄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모양으로 비가 오면서 날씨는 조금씩, 때로는 확 따뜻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봄이 된 것은 아니다. 내일부터 날씨가 다시 겨울 날씨와 비슷한 기온으로 내려가며 비도 온단다. 여기서 말하는 겨울 날씨는 최고기온이 아니라 최저기온이 1도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봄이 오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요가와 목욕탕 청소를 하고 빨래를 돌리면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빨래를 널고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와 빨래하기에 적당한 일기예보를 보고 있다가 오늘 하기로 했다. 내일부터는 다시 날씨가 추워지고 비가 오는 날씨가 계속된다니까. 청소와 빨래에도 적당한 날씨가 있다. 오늘 빨래에는 작은 매트가 석 장에 큰 타월 시트가 두 장이나 되었다. 두 번에 나눠서 빨래를 돌렸다. 큰 빨래가 있을 때는 빨래를 말릴 공간이 부족하기에 빨래를 말리면서 다음 것을 말리기 위해 시간을 두고 하는 것이 좋다.
청소도 평소보다 좀 더 꼼꼼하게 했다. 쓰레기도 한 번 버리러 나갔고, 우체통에 가서 우편물도 넣고 돌아오는 길에 주변을 좀 걸었다. 일찍 피는 벚꽃은 벌써 활짝 피어 있었다. 단지 나무가 작아서 기분이 별로 나진 않았다. 올해는 벚꽃이 좀 일찍 필 것 같다는 전망이다.
요새 마트에 가면 신선한 야채나 과일이 적다. 물가도 비싸고, 먹을 만한 과자도 별로 없어서 살 물건이 적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필요한 것은 사야 하기에 본다. 요즘 눈에 보이는 것은 생필품에 속하는 것들이 이전에 보던 물건과 비슷하지만 품질이 떨어지고 낯선 메이커 제품들이 약간 싸게 나오고 있다. 약간 싸기에 품질대비 가격이 싼 것은 아니다. 그런 물건들이 사람들 눈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해 있다. 그리고 물건 용량이 적어졌다. 10% 정도는 흔하고, 심하면 20%나 용량이 줄었다. 가격은 그대로지만 실질적으로 가격이 10~20% 올랐다는 것이 된다. 체감하는 경제는 갈 데까지 갔다.
경기가 심각하게 침체되었다는 것은 단지 마트에 나오는 물건들을 통해서만이 아니다. 항상 다니는 마트에는 가격대가 싸다는 곳과 가격대가 좀 비싸지만 물건이 좋다는 곳 두 군데를 중심으로 다닌다. 가격대가 싼 곳이 사람이 많은 편이다. 방학 중이라, 어쩌다가 사람들이 많을 시간대에 가면 쇼핑 온 사람 중에는 오랫동안 몸을 씻지 않은 것 같은 냄새를 풍기는 남자들이 꽤 있다. 냄새나 옷차림만이 아니라 행동거지도 거칠어서 조심해야 한다는 신호가 온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지금은 그냥 적당히 거리를 유지한다. 그런 사람들 비율이 많아지고 있다. 가격대가 좀 비싼 곳은 사람이 적었는 데,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주로 깨끗하게 차려 입은 여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실 두 곳은 그다지 격차가 나지는 않는다. 가격이 싼 곳이 커서 물건이 좀 더 다양하다. 약간 비싼 곳은 매장이 작아서 물건 종류가 적다.
요전에 산책을 겸해서 좀 큰 헌책방에 갔었다. 내가 보는 잡지가 있는 곳이 배치가 바뀌어서 좀 헤매다가 찾았다. 헤매는 동안 본의 아니게 가게를 대충 둘러보게 되었는 데,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각 코너마다 사람이 있는 데 하나같이 도대체 언제 목욕을 했는지 모를 냄새를 풍기는 젊은 남자들만 있었던 것이다. 내가 본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성인만화를 보러 온 것도 아니고 이럴 수가… 나는 완전히 금지구역에 들어간 느낌이었다. 다행히도 잡지는 점원이 보이는 넓은 입구와 연결된 곳에 있었다. 내가 여성잡지를 보고 있는 데, 뒤에 사람이 섰다. 나는 가능한 거리를 두려고 조심스럽게 넓은 곳으로 갔다. 그 사람은 내 냄새를 맡는지, 거리를 유지한다. 와, 완전 공포영화다. 수선을 떨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뒤통수에도 경계의 눈을 번쩍 뜨고 책을 보고 있더니 어떤 부부가 가까이 왔다. 다른 부부도 왔다. 그 사람들은 책을 팔고 다른 책도 보러 온 모양이다. 내 주변에 보통 사람들이 모여서 공포영화에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내가 경험한 공포영화 같은 장면은 무서웠다.
앞으로 산책삼아 그 헌책방에 갈 때는 가족이나 보통 사람들이 많이 갈 주말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오늘 페이스북을 봤더니 후쿠시마 제1원 전 1호기 핵연료가 어디로 갔는지 행방불명이라는 기사가 왔다. 핵연료와 숨바꼭질 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도 황당하다. 2011년 3월 11일 이후 지금까지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흘리고 있으며, 대기 중에 방사능이 떠돌고 있다. 거기에 확실히, 완벽하게 저장되어 있어야 할 핵연료가 행방불명이라니, 장난도 아니고 말도 안 되는 블랙코미디 같은 현실이다. 그런 걸 일본에서 보면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헌책방이나 마트에서, 거리에서, 전철에서 만나는 변태는 눈에 보이는 공포다. 그러나, 방사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공포다. 그런 공포 속에서 산다는 것이 정상이겠냐고… 핵연료나 방사능과 숨바꼭질하기 싫다. 어린아이 안전과 젊은이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정치나 권력은 도무지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그런 권력이나 정치가 인간의 탈을 쓴 악마로 보이니 나도 미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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