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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제주도 사람들/일본사회와 제주도 사람들

봄이 왔다 - 제주 4.3항쟁 70주년

2018/04/03 봄이 왔다 - 제주 4.3 항쟁 70주년

 

오늘은 집에서 지냈다. 어제부터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요즘 인터넷으로 한국 신문을 보면 제주도 4.3 항쟁을다루는 기사들이 올라와서 이전과 확실히 다른 느꼈다. 노무현 정권 이후 4.3 항쟁은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듯했다. 동경에서 열리는 추도모임 글을 올린 곳에도 이상한 사람이 와서 댓글을 달고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으로 사과를 것이 현실이었나 싶을 정도였다.

 

올해 들어서 남북한이 급격하게 교류의 급 물결을 타고 있다. 남북한이 대화와 교류를 재개하는 걸 누구보다도 기뻐하는 사람들이 재일동포가 아닌가 싶다. 재일동포들이 얼마나 가슴을 조아리며 지금 전개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까?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향해 가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일본의 북일 정상회담을 하려고 움직였지만 성과가 없었던 모양이다. 외무장관이 또 북한이 핵개발을 재개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서두르지 않는다고 본심과는 반대로 말했다. 북한이 핵개발을 재개하는 움직임에 대해서 일본이 말하는 정황이 없다고 미국에서 반론이 나왔다. 일본의 괜한 트집이라는 것이다. 일본 외교가 심하게 삐그덕거리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엇박자다. 아베 정권이 추구하는 걸 밀고 나가려면 북한이 강경하게 핵개발을 하고 위협적이어야 한다. 예상외로 북한의 출중한 외교력을 보이면서 중국과 정상회담을 성공리에 마치고 한국에 이어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은 북한과 한국, 미국의 정상회담이 될지도 모른다. 아베 정권이 외교를 잘하고 있다고 뻥쳤던 것이 다 들통나게 생겼다.

 

일본은 자신들의 생각하는 프레임에 현실을 맞추려고 한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국제정세가 자신들의 케케묵은 프레임에 맞겠는가? 변화하는 현실을 받아들여 자신들이 변화하고 맞춰야지. 자승자박하고 있다. 일본이 언제까지나 납치를 들먹이며 북한과의 대화에 조건을 다는 것보다 북한과의 대화로 납치문제를 푸는 방법을 모색했으면 좋겠다일본의 이런 움직임을 재일동포는 안타깝게 보고 있을 것이다. 일본도 정신 차리고 북한과 대화하길 바란다. 하루빨리 재일동포들이 가족을 만나러 북한을 드나들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북한에 간 남한 예술단이 어제와 오늘 평양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봄이 온다'는 것이다. 오늘 제주 4.3항쟁 70주년에서 문재인 대통령 연설에서 제주도 사람들이 4.3을 겪고 몇십 년을 "이 땅에 봄은 있느냐?? 고 물었다. 오늘 봄을 알리고 싶습니다. 봄이 왔다"라고 했다. 마지막에는 "봄이 오고 있다"라고 했다. 오늘 오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과 평양에서 말하는 ''은 다른 것일까? 나는 같은 것으로 봤다. 한반도에 ''이 오고 있다. 제주도에서 날린 ''이 평양에 도착해서 ''을 알려준다. 제주 4.3항쟁 70주년을 맞는 날에 제주도와 평양에서 같이 ''을 말하는 것은 감격스럽다. 이념이나 체재가 아니라, 평화를 말하는 것이다. 제주도 사람들이 원하던 평화가 꿈처럼 한반도에 찾아올지 모른다. 그런 꿈같은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아침부터 인터넷을 뒤적거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추념식에 참석한 뉴스를 봤다. 12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도 찾아서 두 번이나 들었다. 지금 들어도 훌륭한 연설이었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도 반복해서 들었다. 제주도 사람들에게, 유족에게 4.3을 짊어지고 살았던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연설이었다. 고마웠다. 정말로 학수고대하던 ''을 알려주는 말이었다. ''은 단지 제주도나 한국에 머무는 것이 아닌 평양까지, 한반도의 평화라는 ''으로 들렸다. 제주도 사람들이 원했던 것이다.

 

정작 눈물이 난 것은 이효리가 낭독하는 시에서다. 시의 낭독이 어쩌고 가 아니다. 글이 글이 아니라, 풍경으로 다가왔다. 내가 봤던 4.3 이전에 사람이 살던 동네 흔적이 있는 곳, 무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느꼈던 현실감이 없던 느낌이 왔다. 아직도 아픔과 슬픔이 거기서 맴돈다. 현실감이 없는 느낌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이 든 어른들이 묘지를 찾은 사진에서 아픔과 슬픔을 견딘 세월이 보인다. 감정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상처 받은 아픔과 슬픔을 표현도 못 했던 모진 세월을 견뎌야 했다.

 

오늘 집에서 지내면서 분명히 아침을 먹었는데 허기졌다.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허기졌고 빵을 먹었지만 또 허기가 졌다. 마음이 허했던 모양이다. 채워질 수 없는 허기인 것이다. 하지만 허기는 가라앉을 것 같다.

 

동경에서 4.3을 추도하는 모임 사람들도 이번에 많이 제주도에 간 것으로 안다. 오늘 뉴스를 보면서 나도 같이 가는 게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체행동을 싫어하지만 같이 가서 감동적인 장면을 보고 싶었다. 올해 동경에서 열리는 4.3 추도회도 70주년이라, 규모가 커졌고 안치환이라는 가수가 온다. 나는 안치환을 몰랐는데, 일본 사람들이 안치환을 아는 모양이다. 기대가 크다는 글을 봤다. 4.3을 추도하는 모임에도 일본 사람들이 많다. 추도회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제주도와 일본 사람들의 '연대'를 본다. 동경에서 4.3을 추도하는 행사를 한 것이 30년이 된다. 30년 전 첫회부터 도우미를 했던 나로서도 오늘 같은 날이 올 줄 몰랐다. 정말로 ''이 올 것 같다.

 

 

사진은 동백꽃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