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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제주도 사람들/일본사회와 제주도 사람들

4.3 추도회 in 동경

2015/04/19 4.3 추도회 in 동경

 

오늘 동경 날씨는 아침부터 흐려서 저녁까지 흐린 날씨였다. 기온도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흐린 탓에 집안은 약간 추웠다. 햇볕이 나야 집안으로 따스함이 들어오는 데, 한기는 없어도 추워서 옷을 껴입었다. 습기가 많아서 갓 올라오는 느티나무의 나뭇잎의 연두색도 뿌옇게 보였다. 느티나무의 나뭇잎은 아직 가늘디 가는 상태라 연두색도 연두색인지 아닌지도 모를 정도로 올라왔다

어제는 외출에서 밤늦게 돌아와 밤중에 밥을 많이 먹고 늦게 자서 아침에도 느지막하게 일어났다. 이번 주 학기가 시작돼서 금요일까지 수업을 마쳤을 때 피곤했다. 주말에는 푹 쉬고 싶었지만 어제는 4.3 항쟁 기념 추도회가 있는 날이었다. 도우미들 집합시간이 2시 반이다. 외출하려고 오랜만에 옷을 입었더니 옷들이 맞지 않는다. 확실히 몸이 불어난 것 같다. 옷을 갈아 입다가 회장에는 조금 늦게 도착했다. 물론, 집에서 출발하면서 10분 정도 늦어질 것 같다고 전화했다. 전철을 탔더니 자살사고 영향으로 조금씩 연착이었다

회장에 갔더니 김석범 선생님이 서있었다. 4.3 평화상 수상을 위해 제주도에 가서 술을 많이 마셨단다. 돌아와서 감기에 걸렸다가 나았다고, 감기는 누구나 걸린다며 얼굴이 좋아 보여서 다행이라는 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도울 것이 있으면 돕는다. 내가 담당하는 곳은 항상 접수와 안내, 표를 팔고 돈을 받는 곳으로 고정이다. 올해는 전화로 예매한 표가 많았다. 내가 담당한 것은 당일 표다.. 각 둘이서 예매와 당일로 나눠서 했다. 올해는 먼저 온 사람들에게 예정보다 앞당겨서 개장해서 입장시켰더니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전에는 입장시간까지 기다리게 했기 때문에 먼저 온 사람들이 많이 기다려야 했고 기다릴 장소가 부족해서 장내가 혼잡스러워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도 미안했다. 회장에 오는 사람들은 연령대가 높고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분도 있다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연습할 때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다. 텅 빈 회장도 찍었다. 올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올지? 예상으로는 평년보다 많이 올 걸로 알고 준비했다. 실제로는 평년보다 적어서 계단에 앉을 사람을 위해서 준비한 방석이 쓸모가 없어졌다.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몰리기 전에 삼각김밥을 먹었다. 사사라는 대나무 잎으로 싼 고급 삼각김밥이었다. 음료수는 한 병을 마시고 두 병째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되어 일을 시작했다. 어느 새 사람들 입장이 끝나고 담당한 일도 거진 끝나갔다

회장 안에서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표를 파는 일은 한가해진다. 올해는 자리가 남았는지 밖에서 도우미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들어가서 보라는 안내가 있었다. 그러나 항상 밖에서 일을 하다 보니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잘 모른다. 프로그램이 후반에 들었을 때, 전체적인 진행을 돕는 친구가 말해서 알았다. 김석범 선생님이 4.3평화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한국 보수진영에서 반발이 심하다는 것이다.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고 그 말을 듣고도 현실감이 없었다. 어떤 이유에서 반발을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이 복잡해졌다

행사가 끝나서 회장을 정리하고 2차에 가는 사람들은 2차에 가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행사가 끝났을 때 피곤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밀폐된 공간에 장시간, 사람들도 많이 오는 곳이라, 환경자체가 피곤함을 유발한다. 일도 돈을 받고 표를 파는 것이라, 긴장하게 된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도시락을 두 개 얻어 왔다. 집에 도착해서 피곤함과 마음이 복잡함을 풀 길이 없어 도시락을 먹었다.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원래 먹을 시간이 아니다. 아주 늦은 시간이지만, 피곤함과 마음이 복잡함을 달래 줄 것은 도시락을 먹는 것뿐이다. 도시락을 먹으면서 김석범 선생님의 4.3 평화상 수상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황당하다. 어쩌면 그렇게 자신들 입맛에 맞게 왜곡한 내용을 쓰는지. 일본에서 재일동포나 아이누를 차별하는 발언이나 데모를 하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황당함이었다. 그런 내용이 사람들을 동원하는 힘에 무서움을 느꼈다. 문제가 되었다는 김석범 선생님이 하신 연설도 읽었다. 뭐가 문제였는지 모르겠다. 자신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언제든지 폭력을 동원해서 공포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게 섬찟하다. 한밤중에 도시락을 두 개라도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잘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