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25 4.3 항쟁 기념 추도회
동경은 어제 갑자기 더웠습니다.
월요일은 추웠는데 갑자기 최고기온이 10도 이상이나 올라가서 몸이 혼란스러워합니다. 오늘은 적당한 날씨였는데, 오후는 잔뜩 흐려 오더군요. 결국은 비가 왔습니다.
수업이 끝나서 신주쿠에서 친구를 만나 서류를 받고 한 시간 정도 수다를 떨다가 헤어졌습니다. 가까운 데 사는 데도 2년만에 봤습니다. 일본에서는 친구라고 해도 일 년에 한 번 보거나 말거나 할 정도입니다. 별로 자주 안 만나지요. 그러니까, 별로 할 말도 없고 서먹 서먹합니다. 그래서, 주로 일 얘기를 하지요. 친구는 비니지스스쿨 교수인데요, 작년 지진으로 피해를 본 지역 어업진흥을 지원하는 팀을 만들었다고 해서 동경해양대학에 있는 친구들과 연결시키기로 했습니다. 이 친구는 경영전략 전문가들이지만, 어업분야에 관해서는 모르거든요. 그래서 제가 어업 전문가들과 다리를 놓기로 했지요. 지속적인 지역발전을 위해서 여성을 중심으로 하라는 등 제 나름대로 몇가지 주문도 했고요.
저는 월요일 오후부터 닛포리에서 있었던 4.3항쟁 기념 추도회에 갔었답니다. 이 추도회가 시작된 건 25년 전쯤에 당시 동경에 유학을 와 있던 제주도 출신 유학생들과 몇몇 재일 제주도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답니다. 저도 그중 한 사람이지요. 대표적인 분으로 '화산도'를 쓰신 소설가 김석범 선생으로 했고요. 그 뒤에 유학생들도 거의 돌아갔고, 차츰 재일동포들의 행사로 자리잡아 갔지요.
요 근래는 일본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져서 일본 사람들도 많이 참가하는 행사가 되었답니다. 저는 모임에 가면 대학생 때나 다름없이 심부름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번에는 접수하는 일과 티켓 파는 일을 도왔지요. 거기에 가면 일년에 한 번 거기서 만 만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하도 낯가림이 심해서 랄까, 관심이 없어서 이름도 잘 모르지만, 얼굴은 압니다. 젊을 때부터 다니다 보니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다지 변함이 없습니다. 나도 나이를 먹었는데 다른 사람들과 나이 차는 변하는게 아니라, 워낙 고령화 사회여서 저는 언제까지나 ‘젊은’사람입니다. 일 년 만에 뵙는 김석범 선생님은 정정하시더군요. 저와는 제주도말로 말을 합니다.
그 날 찍은 사진을 몇 장 올립니다.
첫번째는 회장에 걸 횡단막입니다. 너무 길어서 잘 못 찍었습니다..
그다음은 김석범 선생님과 선생님 팬입니다.
거기에 신간 사라는 출판사 사장님인 고이 삼 씨가 뒤에 섰습니다.
그 날 행사 전단지입니다.
리츠메이칸대학 문경수 교수님과 히도츠바시대학 우카이 교수님이 대담을 하셨습니다. 제가 회장 밖에서 일을 하다 보니 사쿠라이 씨가 발언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문경수 교수님은 오래전부터 알지만, 우카이 교수님은 모릅니다. 참석하신 분 들 중에도 저명하신 분들이 꽤 있으셨나 봅니다. 2부에서는 조 박 씨라는 가수가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것도 밖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은 것뿐입니다..
그 날 인상이 깊었던 것은 몇몇 한국 유학생이 와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투쟁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 모임 전단지를 돌리더군요. 어느 학교 학생인지 묻지 않았지만, 아주 믿음직스럽게 보였습니다. 그런 학생들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걸로 느껴집니다.
저도 25년 전부터 무언가를 만들어 가면서 많은 걸 배워서 그런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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