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1 행복한 날
일본 지진으로 인해 캔버라에 있는게 예정보다 길어졌다.
그러다 보니 돈도 떨어져가고(현재 200불, 2주동안 지낼수 있을까???), 시간도 쫓기고 추워오는데 옷도 없고 속옷도. 이런 경우는 학생 때 배낭여행을 다녀도 이보다 여유가 있었는데, 사람이나이를 먹어가면서 젋었을 때도 경험하지 않았던 아슬아슬한 생활을 한다. 그런데 심각하냐면, 꼭 그렇지는 않다.
여기 사는 친구에게 웃음 반, 그 얘기를 했더니, “내가 돈 꿔줄 수 있는거 알지?” 그랬다. 그래서 실은 아슬아슬한 생활을 해보고 있는 거다.
어제도 버스가 스트라이키를 한다고 운행이 중지되었다. 아침에는 비가 와서 친구에게 전화해서 학교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 둘이 시장을 보고, 커피를 마시고 학교에 오니 한나절이 지났다.
저녁에는 전화하기가 미안해서 어두워질 무렵에 지도를 들고 걸어가기로 했다. 다른 친구가 말하길 한시간 걸린다고 하기에, 한시간반이면 갈 줄 알았다. 그런데 두시간이 걸렸다. 밤중에 차들이 질주하는 큰 도로를 따라서 걸었다. 걸어가는 사람은 나처럼 미친사람이 아니면 없다. 자전거 탄사람도 거의 없다. 나는 아주 무서움을 타는 사람이다.
그리고 눈이 나빠서 표시도 잘 안 보인다.
어두운 길을 가려니, 친구에게 전화할 용기가 없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가, 무서움에 질려 어쨌든 빨리 걷다 보니, 잊어버렸다. 그런데 아스팔트길을 두 시간 걸으니 다리도 아파왔다. 기본적으로 매일 아침 스트래칭을 하고, 운동화를 신었어도 아팠다.
덕분에 어젯밤에는 9:30에 침대에 들어갔다. 그리고 잠도 잘 잤다. 역시 피곤했나 보다.
오늘은 오전중에 볼 일을 보고, 논문요약을 쓰다 보니, 갑자기 전자사전에 건전지가 나갔다. 요약은 영문으로 써야 하니 사전을 못쓰면 일을 못한다.
갑자기 피곤해진다.
가깝게 지내는 일본 친구도 건전지가 없단다. 학교에서 가까운 가게 IGA에 갔다. 두 개에 5불이나한다. 시내에 가서 ALDI라는 독일계 슈퍼에 갔더니, 네 개에 2불50이다. 시내까지 갔다오다보니 글을 쓰던 집중력이 온데간데없다. 점심시간도 한참 지났다.
우연히 교정에서 반짝이는 걸 주웠다.
어쩌면 이렇게 예쁜 색 하트형 낙엽일까?
옆에 있는 다른 낙엽도 주웠다. 예쁜 하트형 낙엽이 나에게 뭘 그렇게 서두르냐고 묻는 것 같다. 그렇다, 이렇게 조급해도 뭔가 빨리 되는 건 아닌데.
연구실에 돌아와서 낙엽사진을 찍다 보니, 어디선가 먹다남은 음식이 온다. 샌드위치와 과일이 종류별로 맛있는 치즈까지 풀코스로 점심이 왔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왠지 화가 났던게 풀린다.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게 되어있나 보다. 마치 나에게 화내지 말라고 달래듯이 이런저런 선물이 오나보다. 고맙다. 나를 위로해 줘서.
거기에 또 오마이뉴스에서 메일이 왔다.
요번에 사악한 박대리님 블로그에 불편한 사항을 썼더니, 해결방법을 알려왔다.
얼른 블로그 설정방법을 바꿨다.
아직, 오마이뉴스는 가능성이 있구나, 반갑다. 오마이뉴스가 살아남아줘야지
huiya님, 오마이뉴스 블로그 운영자입니다. |
안녕하십니까 |
오늘은 대단히 좋은 행운의 날이었다.
하루에 감동할 일이 몇개씩이나 있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도 제가 주워 온 하트형 낙엽을 보시고 기분이 좋아지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