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6 불안한 주말
오늘 동경은 아침에 흐렸지만 나중에 맑아졌고 바람도 약간 부는 날씨다. 이번 주가 개강이라, 학기가 시작되어 강의를 나가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시드니에서 돌아와서 느끼는 것은 동경이 너무 우울하고 활기가 없다는 것이다.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우울이 그 전 보다 훨씬 더 깊어졌다. 그리고, 피부로 느끼는 경기가 너무 나쁘다. 마트에서도 물건이 안 팔리는지, 진열대를 줄이고 있다. 봄에 신입생이 들어와 활기가 있어 마땅한 대학에도 활기를 못 느낀다. 나는 우울한 분위기가 싫어서 수업에서는 애써 더 밝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주에 있었던 기쁜 소식은 한국의 선거 결과다.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가 압도적으로 이길 것 같았다. 새누리가 이기면, 일본처럼 침몰할 것이 눈에 뻔하게 보였다. 그래도 투표 날 저녁에는 결과가 궁금해서 심야까지 가슴을 조아리며 선거 결과를 지켜봤다. 다음날 아침에 예상을 뒤엎고 더민주가 이긴 걸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도 한국 사람들이 투표로 한국이 침몰이 되어가는 걸 막은 것 같다. 더민주가 이긴 것이라기보다 새누리, 현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정말로 긴장해서 민의를 대표해야 할 것이다.
이번 주에 출근할 때, 매일 전철이 연착을 했다. 금요일에는 아침에 먼저 출근한 친구가 문자를 보냈다. 사고가 나서 전철이 늦으니까, 그 걸 감안해서 출발하라고. 서둘러서 30분 일찍 집을 나서서 학교에 무사히 도착했다. 매일 학교에 무사히 도착해서 강의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것이 큰일이 되고 말았다. 금요일에는 인신(자살) 사고와 전철에서 쓰러진 사람을 구조하느라고 큰 혼란이 일어났다. 정말로 매일 그런 사고 현장을 지나며 일을 가는 기분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출근해서 일을 하고 돌아오는 것이 외줄 타기 하는 것처럼 위태롭다. 학교에 가서 소식을 들으면 멀쩡하던 사람이 우울증이 걸려 강의를 못 한단다. 친구도 만났더니, 병이 든 것 같다. 참으로 마음이 복잡해진다.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사는 것조차 어려운 사회가 되고 만 것이다. 그야말로 별 탈 없이 건강한 동료를 만나면 기뻐서 소리라도 지를 기세다. 그런 분위기라서 직원 중에도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피하고 싶다. 나는 의사도 아니고 직원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목요일에 여성학을 신청한 학생수를 직원에게 물었더니 모르겠단다. 아직 수강신청이 마감되지 않은 상태라, 학생수가 확정되지 않은 것이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대충이라도 학생수를 알려줘야, 그에 맞게 자료를 준비한다. 그 걸 모른다고 잡아뗀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직원과 말을 하면서 안 것은, 일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것만이 아니라, 상대방 기분을 나쁘게 한다는 것이다. 협력해야 할 사람이 거꾸로 일을 방해하는 것이다. 첫 강의를 하기 전부터 강의하는 사람 기분 나쁘게 해서 학기를 망치게 할 작정인가? 그런 식으로 하면 학기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망해갈 판인데…… 다른 동료에게 물었더니, 그 사람들은 도움이 안돼, 장애물이야. 연착하는 전철을 타고 겨우 학교에 도착해서 숨을 가다듬고 수업을 하려니 직원이 발목을 잡는 식이다. 일상생활이 더욱 더 험난해졌다.
구마모토 지진이 일어난 것은 목요일 밤이었다. 집에 TV가 없어서 지진 피해를 자세히 알 수가 없었다. 아는 사람이 있어서 안부를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나는 안전한 곳에 있으면서 상대가 피해를 입었다 해도 내가 할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금요일 학교에 가면서 문자를 보냈더니, 금요일 밤에 문자가 왔다. 다행히도 피해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오늘 새벽에 강진이 다시 왔다고 하는데, 그리고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그 가까이 활단층 위에 센다이 원전이 재가동하고 있다. 페북에는 센다이원전 가동을 중단시키라는 내용이 많이 올라온다. 나는 센다이원전이 재가동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활단층 위라는 걸 몰랐다. 사람들이 지진이 계속되어 후쿠시마 같은 사태가 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설사, 쓰나미가 아니어도 원전이 활단층 위에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것이다. 일본정부는 후쿠시마에서 뭘 배웠나? 센다이원전 재가동도 반대를 무릅쓰고 다시 시작한 것이다.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지, 알 길이 없다.
금요일에 소름이 쪽 끼친 일이 있었다. 페북이나 트위터에 “지진이 난 곳에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뿌리고 다닌다”는 무시무시한 헛소문이 난무했다. “이런 혼란을 틈타 외국인들이 뭔 짓을 할지 모르니 조심하라”는 등, 정말로 무서운 헛소문을 나돌고 있다. 그 걸 본 나는 부들부들 떨려왔다. 내가 무서운 것은 그런 것이 헛소문이 아니라, 정말이라고 믿는 피해망상인 사람들을 도처에서 보기 때문이다. 관동 대지진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뿌린다는 헛소문을 퍼뜨려 관민이 합동해서 조선인을 학살한 역사가 있다. 그 무서운 역사를 되풀이하고 싶은 것인가? 심정적으로는 그렇다. 지금도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다. 지금 이 시대에 도대체 우물을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나? 그리고 그런 일이 가능하기나 한지? 정상적인 사고가 어려운 현실이라, 황당한 '헛소문'이 단지 '헛소문'이 아니라, '사실'이 되어 가기 때문이다. 그런 걸 재미로 장난처럼 하고 있는 기가 막힌 사람들이 많다. 지진으로 피해입은 사람들을 생각해줬으면 한다. 재미삼아 무서운 차별을 재생산해서 사회를 파괴시키지 말았으면 한다. 구마모토 지진으로 일본 사회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내가 불안하고 두려운 것은 구마모토 지진으로 인해 일본 사회 분위기가 더 침체되는 것이다. 이미, 충분히 우울하고 침체되어 있는 판국이다. 어려운 상황을 지혜롭게 잘 해쳐 나갔으면 한다.
사진은 오늘 오전에 공원에서 찍은 벚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