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6 사태 수습
오늘 동경은 맑고 비교적 기온도 높은 날이다. 그러나 바람이 불어서 집안은 그다지 따뜻하지 않다.
오늘은 내가 큰 일을 해냈다. 그 내용은 잠시 후에 소개하리라.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학기가 시작되었다. 수업은 첫 교시라서 가서 수업내용을 설명하는 것으로 간단히 끝냈다. 수업을 하기 전에 IT센터에 가서 읽을 수 없게 된 USB 메모리를 어떻게 하면 좋은지 문의했다. 자기네도 어쩔 수가 없으니 복원해주는 업자에게 맡기라고 한다. 결과는 어쩔 수가 없지만, 직원 태도가 상당히 거슬린다. 내가 마치 큰 죄라도 지어서 끌려간 사람처럼 야단을 맞았다. 작년에도 집 컴퓨터가 고장 나서 컴퓨터를 빌리러 갔을 때도, 고향 선배에게 랩톱을 받아서 상의하러 갔을 때도 아주 불쾌했지만 참았다. 그런데 어제는 좀 심했다. 어제만이 아니라, 나는 여기서 일을 보러 나가면 아주 불쾌해져서 돌아온다. 그저께 하치오지 시청에 갔을 때도 아주 젊은 여직원이 반말을 찍찍해댔다. 처음에는 내가 외국인이라는 걸 몰랐다가 알고 난 다음부터 태도가 돌변한다. 일본에서 흔한 공손 모드에서 무례한 태도로 전환한다. 나는 그런 돌발상황에 대처를 잘 못한다. 현실을 인식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나중에 화가 난다.
그 전이라면 한마디 해준다. 그러나 지금은 그냥 둔다. 그런 사람들 얼굴을 보면 하나같이 못 생겼다. 눈이 어떻고 코가 어떤 것이 아니라, 못된 심보를 가졌으니 못생길 수밖에 없다. 불행하고 불쌍한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나는 매일 밖에서 욕을 먹고 다닌다는 것이다. 참으로 이상하다. 내가 자라면서 부모나 선생에게도 야단을 잘 안 맞았는 데… 그러나 이런 것이 현재 동경의 상황이고 서비스의 실체다. 그러니 안 보고 안 쓰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차라리 컴퓨터로 검색해서 자신이 판단하는 편이 좋다. 인간들이 무섭다. 동냥은 못줘도 쪽박은 깨지 말아야지, 왜 사람 기분 나쁘게 하냐고…
오늘은 USB 메모리 가지고 가서 복원을 부탁하던지, 아니면 내일 수업에 쓸 자료를 다시 입력을 하던지, 작년에 썼던 자료를 찾아내야 한다. 오전에 우물쭈물하다가 시간이 가고 말았다. 우물쭈물했지만, 세탁기를 두 번이나 돌리고 완성한 작품 사진도 찍고 일을 했다. 어제 산 무와 당근으로 피클도 담갔다. 오랜만에 밥을 해서 양배추를 삶아 냉장고에서 건조된 남은 된장도 꺼내서 각종 양념을 넣어 재생시켜서 먹었다. 우선은 먹어서 힘을 내야 한다. 단지 중요한 일에 손을 못 댄 것뿐이다. 검색을 해보니 무료 소프트를 다운로드하여서 내가 복원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단지 상태를 악화시킬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있지만… 복원하러 갔다가 시간 쓰고 신경 쓰고, 돈도 쓰면서 또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라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즉 작년에 썼던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다.
우선, 배경음악을 클래식으로 바꾼다. 일을 할 때는 클래식이라야 집중이 된다. 가을학기에 쓸 수업자료 두 상자를 정리해서 한 상자에 넣어 보관했다. 보관했던 학생들 리포트도 꺼내서 버릴 쓰레기를 정리했다. 여기서 쓰레기장을 두 번 왕복할 양의 쓰레기가 나왔다. 쓰레기라고 해도 분류 정리되어 있어 버리는 것도 아주 간단하다. 그리고는 다음 단계에 착수했다. 작년 봄학기용이라고 추정되는 자료의 산을 차근차근 점검을 했다. 거의가 학교에서 보낸 서류들이다. 수업용 자료도 있지만… 이런 걸 정리할 때는 자세히 보거나 생각하면 안 된다. 즉시즉시 판단, 분류해야 한다. 여차하면 봄학기 수업자료는 나올 것 같다. 여기서 다시 쓰레기를 버리고 왔다.
수업자료를 과목별로 분류해서 정리를 해보니, 거의 다 있다. 우선은 내일 수업 준비는 간단히 해도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자료를 PDF 파일화 할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분명히 PDF 파일로 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여기서는 어디서 가능한지 모르겠다.
내가 오늘 큰 일을 했다는 것은 자료 상자를 정리하고, 수업자료의 산을 하나 깎아서 없앴다는 것과 수업자료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아직 테이블 위는 엉망이지만, 이번 주말에 테이블을 정리해서 가을학기용 자료가 확보되면, USB 메모리 복원은 업자에게 맡기지 않고 내가 해도 된다는 것이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바짝 차리면 살길이 있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되나? 이러니 경제가 활성화하겠냐고, 나는 돈을 내서 복원하려고 준비했는 데, 사람들 서비스가 엉망이라, 무서워서 차마 못하겠다는 것이다.
내 집에서 나간 쓰레기 양을 생각하면 참으로 뿌듯하다. 이번 주말엔 테이블 위에 있는 자료를 한꺼번에 밑으로 내려서 정리할 야심 찬 계획이 있다. 벚꽃이 피고 지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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