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8 시대착오적인 시선
오늘 동경은 맑고 상쾌한 날씨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을 말리고 빨래를 했다. 2주일 만에 밥을 하고 된장찌개를 끓였다. 양배추를 삶고 갈치도 구었다. 아침을 성대하게 먹고 디저트로 과일도 파인애플, 쥬시오렌지, 만다린, 이름을 잊은 감귤류 종류별로 먹었다. 주말에는 쉬고 잘 먹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평소에도 먹는 것이 부실할 뿐이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주중에는 음식을 할 시간이 없으니까, 간단히 먹는다.
오늘도 어제 다 보지 못한 '남북 정상회담' 관련 뉴스를 보고 또 보면서 하루 종일 '남북 정상회담'에 젖어서 보냈다. 일본 신문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비교해서 읽으려고 도서관에 갈까 했지만 집에서 인터넷으로 한국 뉴스를 중심으로 보면서 지내기로 했다. 아마 내일도 본 걸 또 보면서 행복하게 '남북 정상회담'을 즐기는 주말이 될 것이다.
어제 학교에 갈 때 '남북 정상회담'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무지개색 니트를 입고 갔다. 어제는 뉴스를 보면서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약간 멍한 기분이랄까, 꿈을 꾸는 느낌이었다. 오늘도 여운에 잠겨서 기쁜 마음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남북 정상회담'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특별한 정치 이벤트이지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을까 싶어서 기대하지 않으려고 한 점도 있다. 주야장천 국민들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게 해 놓고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통일'할 의사가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다. '통일' 같은 걸 괜히 기대했다가 마음에 상처를 받기 싫은 것이다. 주변에 북한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 없어서 북한은 말 그대로 멀고 먼 곳이었다.
하지만 재일동포를 연구하면서 재일동포들은 국적이 한국이든 '조선'이든 북한을 한국보다 특별히 여긴다. 국적이 한국이라도 재일동포를 배려해준 것은 북한이라고 한다. 사실상 여러 면에서 재일동포를 지지하고 응원해준 것은 북한이었다. 한국의 눈치를 봐서 강조하지 않지만 속마음은 남북한이 분단되어 있다는 걸 부정하고 싶은 심리가 있다. 재일동포들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애정을 가지고 북한에 사는 동포에 대해 걱정한다. 내가 연구하는 재일동포는 제주도 출신이라서 한번 물은 적이 있다. 사실 북한은 고향도 아니고 친척도 한국에 있는데, 북한 보다 한국이 더 발전했는데 왜 북한을 더 생각하느냐고. 한국에 있는 친척은 일본에 올 수 있으니까, 일본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은 먹고 살만 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북한에 있는 친척은 내가 만나러 가지 않으면 만날 수가 없다. 북한이 못 사니까, 잘 사는 일본에 사는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 그래서 더 북한에 마음이 간다고 했다. 한국에 있는 친척보다 못 사는 북한에 사는 친척을 생각하는 것이 훨씬 애틋했다. 나는 단지 한국과 북한이 달라서 그렇다고 여겼지만 재일동포들이 북한에 대해 애틋한 걸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에 있는 친척은 일본에서 같이 지내거나 살던 친척인 것이다. 한국에 있는 친척 보다 훨씬 가까운 관계로 서로가 공유하는 추억이 있다. 원래는 일본에 같이 살아야 하는데 북한에서 살게 되었다는 인식이라서 북한에 있는 친척에게 마음이 가고 애틋한 것이다. 자신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일본에 살면서 국적이 한국이라도 북한에 아는 사람이 있거나 없어도 한국에서 생각하는 북한과는 질적으로 다르게 연결되어 있다. 한국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도 잘되길 바란다. 적어도 멀고 살 걱정이 없어야 한다.
재일동포도 아닌 나도 일본에 오래 살다 보니 재일동포와 닮아가는지, 북한을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진다. 일본에서는 북한과 한국의 차가 그다지 없다. 전혀 다르게 보이기도 하지만, 조금만 속으로 들어가면 별차가 없다. 대다수 일본 사람들에게는 한국이나, 북한 양 쪽 다 '조센'이고 '조센진'이다. 마음속으로는 식민지 지배를 하던 시대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보면 된다. 그렇기에 일본에서 살면 한국이나 북한과 일본이 어떤 관계이며 두 나라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 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전에는 그런 말을 믿을 수가 없었는데 2010년 이후 일본에서 일어나는 일을 겪으면서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 더 알게 된다. 적어도 한국과 북한에 대해서는 겉으로 바뀐 것 같지만 식민지 지배를 할 때와 변함없는 시선으로 본다.
아까, 일본 라디오에서 학자들이 어제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을 논하는 걸 들었다. 중점적인 것은 '비핵화'에 대한 것이었다. 말로 표현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을 '모든 악의 근원'으로 보고 있다. 한국도 미숙한 나라로 보고 있다. 베일에 가려졌다가 세계 외교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북한의 젊은 지도자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평가는 1도 없다. 한국의 리더나 외교에 관해서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레벨로 치고 있다. 나는 그 걸 들으면서 같은 연구하는 걸 직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부끄러웠다. 연구자로서 인성과 자세에 문제가 있다. 북한과 안전보장을 연구한다면서 자신들이 연구하는 대상에 애정이 1도 없이 신랄하게 비평(악담)하는 걸 들었다. 어디까지나 일본에 득이 되는 것만, 미국을 대변하는 걸로 '남북 정상회담'을 볼 때 거의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이웃인 한반도야 어떻든 '납치문제'가 해결되고 '비핵화'만 관철시키면 된다는 자세다. 한국과 북한이 세계를 상대로 정치쇼라도 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속으면 안 된다고 한다. 한국이 들떠있는 분위기도 뭘 몰라서 그렇다는 식이다. 세계가 그렇게 만만한 것인지, 묻고 싶다. 어쩌면 한국당 당수와 쌍둥이처럼 닮았는지, 대단하다.
한국이나 북한을 너무 술렁술렁하게 본다. 허긴 식민지 지배하던 시선으로 보니까, 그렇게 보이겠지.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실세와 최고지도자가 나와서 세계를 향해서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을 허투르게 보지 말았으면 한다. 최악으로 '북미 정상회담'에서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북한이 자신들이 한 말을 지키지 않고 제멋대로 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판문점 선언'은 남북한 양쪽이 성실히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아니면 국민과 세계를 상대로 사기 친 게 된다. 적어도 한국사람들은 '판문점 선언'이 그대로 실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움직인다. 일본처럼 '조작질' 했다가 큰 일 난다. 이게 한국의 현실이다. 북한도 움직이고 있다.
에효, 학자라는 양반들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나. 아직도 냉전시대에, 아니 그 이전 식민지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말이 되냐고. 이 글을 쓰면서도 한국사람들은 못 믿겠지 하면서 쓴다. 1도 보태지 않은 일본, 동경의 리얼이다. 북한이 동굴에서 나와서 세계무대에 섰다. 일본도 겨울잠에서 깨서 정신 차려야 하지 않겠어? 어째, 점점 퇴화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