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29 헷갈린다
오늘 동경은 맑고 햇살이 강한 날이었다. 어제는 기온이 28도까지 올라가서 갑자기 여름 날씨가 되고 말았다. 최고기온이 거기까지 올라간 줄은 모르고 수업을 했다. 그런데 교실이 너무 더워서 학생들이 자기에 적당한 환경이 되고 말았다. 아직 4월이라, 아무리 날씨가 덥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더울 리가 없는 법. 창문을 닫고 냉방을 켜도 실내온도는 26도로 정해져 있다. 실내가 26도면 습기가 많은 날씨에 너무 덥고 답답하다. 다시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면서 겨우 수업을 마쳤다. 화요일이 수업을 시작하는 날인 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한 주 수업을 마친 금요일 같은 기분이었다.
오늘은 달력상 휴일이지만, 학교는 수업이 있어서 아침 첫 교시 수업을 하고 왔다.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에 직행하려다가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가다가 아는 사람을 봤다. 그 사람은 아주 반가운 얼굴을 했지만, 나는 그 사람이 무서워서 태도가 딱딱했다. 나이도 젊은 데, 건강이 나쁜지 얼굴색이 새카맣고 몸도 작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됐다거나 불쌍하다는 마음도 안 들고 그저 빨리 지나가길 바랬다. 사람에 너무 치여서 당하다 보면, 뒤에서 갖은 모략을 하는 사람이 무섭다.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나를 못살게 구는 사람들이 결코 행복하지 못하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천년만년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행복하게 잘 살 줄 알았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도 못하는 걸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 사람을 잡아먹었으면 그 만큼이라도 잘 살지... 오늘도 햇살이 따가워서 4월이 아니라, 여름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람 중에 비즈공예를 하는 사람이 있다. 지난 주에 작품을 보여줘서 나도 작품, 목걸이를 몇 개 가져가서 보여줬다. 오늘도 작년 여름에 만든 가는 실로 만든 작품을 몇 장 가져가 보였다.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같이 본 모양이다. 다음에 전시회를 어디서 하느냐고?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사진이라도 보여 달란다. 비즈공예가가 눈을 반짝이면서 특별한 눈빛으로 말했다. 지금까지 꽤 오랫동안 도서관에서 마주쳐 온 것 같은 데, 갑자기 어떤 계기로 사람이 특별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도서관이 너무 더워서 집중하기가 곤란해서 오후가 되어 나왔다.
요새 수업에서 네팔 대지진에 관해서 소개한다. 일본에서는 정말로 관심이 적고 놀라울 정도로 냉담하다. 나도 일본에 대해서 너무 몰랐다는 걸 알았다. 얼마 전에 자신들이 겪은 대지진이라는 자연재해를 가난하고 훨씬 조건이 열악한 나라 사람들이 생사를 헤매고 있다는 것에 대해 돕기는커녕 알려고 조차 하지 않는다. 입으로는 자신들에게 세계에서 보여준 구원에 은혜를 잊으면 안 된다,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한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남의 나라 일에 무관심하다. 오직 눈앞의 이익만 따질 뿐이다. 오늘 도쿄신문을 봤더니 네팔 대지진에 관한 기사는 일본 구조대가 도착해서 구조활동을 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 구조대 광고 찍으러 간 것도 아니고 기가 막히다. 신문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데, 화가 났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죽어가는 현장을 배경으로 광고를 찍어야 하는 건지. 무신경하다.
내일은 평일인 데, 학교수업은 쉰다. 다른 요일과 강의 횟수를 맞추기 위해 쉰다고… 휴일에 수업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평일에 쉬는 것도 헷갈린다. 모든 게 헷갈린다.
아무리 기온이 여름 날씨라고 해도, 주위를 보면 아직 봄이다. 신록의 푸르름이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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