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2 인간과 로봇
오늘 동경은 흐리고 눅눅한 날씨였다. 저녁이 되니 한밤중에 태풍이 온다고, 비가 오고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동경은 한밤중에 지나간다고 했지만, 얌전하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요즘 일본에서 인기 있는 화제를 소개한다. 나는 TV를 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가끔 페이스북에 마쓰코 딜럭스(이하 마쓰코)라는 인기 탤런트가 젠더에 관한 발언, 바른 말을 하는 것이 올라온다. 마쓰코라는 남자가 여장을 한, 인터넷으로 확인하니 게이라고도 한다. 탤런트가 되기 전에 출판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고, 탤런트를 하면서도 책을 쓰고 있다. 현재, 아주 인기있는 탤런트이다.
얼마 전에 마쓰코를 본뜬 안드로이드 로봇 마쓰코로이드라는 것이 TV프로그램에 나왔단다. 로봇은 일본에서 장래 노동력으로 대단한 기대를 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외국인 노동자를 들이기보다 로봇을 도입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런 희망과 기대에 찬 논조가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로봇에 관해서 일본이 뛰어나기 때문에 장래에 꿈과 희망을 가지는 것도 좋은 일이다.
노동사회학 시간에 장래 노동현장에 로봇을 도입하는 것에 관해서 학생들에게 물어봤다. 학생들은 로봇을 도입하는 것에 찬성이다. 사회에서 노동력이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에 로봇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노인을 돌보는 일이나, 마트에 계산하는 일에 로봇을 쓰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너무 낙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한주가 지나서 다시 물어봤다. 인간과 로봇의 경계는 어디며, 무엇이냐고? 노인을 돌보는 일에 로봇을 쓴다지만, 자신의 조부모나 부모를 로봇이 돌봐줬으면 좋겠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란다. 부모를 로봇에게 맡기고 싶다는 학생도 있었다. 내가 부모를 보는 것과 아기를 키우는 것도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아기도 로봇에게 키워달라고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한술 더떠서 살아있는 인간과 연애하는 건, 아주 피곤하고 귀찮아. 연애도 로봇과 하고 로봇과 아이를 만들어 같이 사는 게 편할지도 몰라. 학생들은 좀 황당해하면서도 심하게 부정하지 않는다. 나는 혐오감을 느끼고 심하게 부정하라고 유도했지만, 학생들은 로봇과 같이 생활하는 것에 낙관적이다. 일본에서는 어릴 적부터 만화를 보고 캐릭터에 익숙해서 로봇도 받아들이기 쉬운 환경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보면 일본 사람들이 로봇에 관해서 친밀감을 가지고 인간보다 같이 지내기 편한 존재로 받아들인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몇년 전, 영국 방송에선가 고령화에 관한 특집 방송을 봤을 때, 일본만 유일하게 다른 것이 로봇이 노인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도움을 준다는 것이었다. 복지에 관한 일을 하는 친구는 노인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란다. 일본 사람들이 인간보다 로봇을 편하게 여기고 친근감을 느끼는 게 이해를 못하겠다고. 나도 호주에서 그걸 봤을 때, 일본에 오래 살았지만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나, 일본에 살다 보면 인간보다 로봇과 친구가 되어 같이 살고 싶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그만큼 인간관계가 힘들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노인을 돌본다는 것은 모두가 싫은 일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했다. 세상에 많은 자식들은 가능하면 자신들의 부모를 돌보고 싶어한다. 세상에는 경제적인 이익과 노동효율을 고려해야 하는 일도 있지만, 사람을 돌보거나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노동효율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을 분류해야 한다. 만약에 너희 부모님들이 노동효율이나 경제적인 이익을 생각했다면 너희들을 낳고 키우지 않았을 거라고… 인간이 살아간다는 걸, 다 노동효율이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레벨에서 생각하면 인간다움을 잃는 것이라고 했다. 거기에다, 자기네가 로봇보다 뛰어난 노동력이 못될지도 모른다는 것도 잊지 말라고...
어느 학생이 마쓰코의 팬이라고, 그가 나온 프로그램은 녹화했다가 본다며, 그의 발언이 경제를 움직이는 면도 있다고 해서 유튜브에서 찾아봤다. 마쓰코와 마쓰코로이드가 같이 나온 프로그램에 마쓰코로이드를 만든 이시구로 교수가 나왔다. 전부터 안드로이드 로봇을 만든 이시구로 교수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시구로 교수가 자신을 본뜬 로봇에 맞추려고 미용성형을 하고 주름방지를 위해 히랄론산을 주사하고 있단다. 내 귀를 의심하고 말았다. 인간을 본뜬 로봇이었는 데, 로봇은 나이를 먹고 변하지 않으니 나이 들어가는 인간이 로봇에 맞추기 위해서 성형과 주사를 하고 있다니… 주객이 전도되었다. 인간을 위한 로봇이 아니라, 로봇에 맞추려고 인간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 이상하다. 이상한 건 나?
사진은 등나무꽃과 모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