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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건강검진

2014/05/14 건강검진


오늘 동경은 오전에 맑게 개였다가 오후에 들어서 흐리고 바람이 세게 불면서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다. 봄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는 데, 갑자기 장마철에 들어선 느낌이다

오늘은 건강검진이 있는 날이다. 어제서야 건강검진을 받겠다고 등록해서 여러모로 준비를 제대로 못했다. 그걸 검진받으러 가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 건강검진은 해마다 받아야 하는 데, 시간이 없어서 근래 건강검진을 못 받았다. 그래도 가끔은 건강상태를 파악해야지, 올해는 학교에서 하는 건강검진에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아침에 나갈 때 아무 생각 없이 옷을 입고 갔다. 신경을 쓴 것은 오전에 갔다가 낮에 돌아올 거라, 덥지 않게 옷을 입고 편한 신발을 신었다. 요새 허리도 좀 아프다. 몸에 짝 달라붙는 앞 트임을 단추로 잠그는 미니원피스에 색연필 무늬가 있는 레깅스를 신고 발랄하게 나갔다. 이게 문제였다

뇨검사와 대변검사도 있었는 데, 어제 용기를 받아서 뇨검사는 어떻게 했지만, 대변은 준비를 못했다. 그리고 접수하러 가서 안 사실은 그전에 기본적인 사항에 관한 걸 기입해서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것도 직원이 연락해서 그 자리에서 기입해서 접수했다. 대변검사는 다음 주 남자들 건강검진 때에 제출을 하기로 했고…

X선 촬영에 가서 알았다
. 검진받기 쉬운 복장을 준비해야 했다는 걸 깨달았다. 속옷을 벗어서 촬영하기 쉽게 해야 한다. 그런데, 몸에 쫙달라붙는 미니원피스는 좁은 보건소 차 안에서 벗고 입기에 불편하기 짝이 없다. 날씨는 더워서 땀이나 옷이 더 휘감긴다. 아이고 챙피하다. 어떻게 X선 촬영을 하고 청력검사를 거쳐, 신장과 체중에 체지방을 체크했다. 그리고 심전도를 하는 데도 가슴 부근을 내보여야 했다. 다음은 배꼽 둘레를 재느라고 배를 까서 보였다. 신발도 신었다가 벗었다가, 아무 생각 없이 원피스를 입은 자신이 원망스럽다. 레깅스를 신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레깅스가 아니고 그냥 속옷이었다면, 아무리 여자들끼리라고 해도 더 창피했을 거다

마지막으로 혈액검사가 있었다. 혈액검사를 할 때에 옵션을 택하겠냐고 물었다. 옵션이 뭐냐고 했더니, 옆에서 다른 사람이 당일에 신청하는 건 안 된단다. 기왕이면 같이 해주면 될걸… 이렇게 융통성이 없다. 그게 아니라, 직원들이 사전에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아서 신청을 못했던 것이다. 뇨검사도 어제 내가 직원에게 말을 해서 받아왔으니까… 옵션은 내년에 하라고, 내년에…

오랜만에 건강검진을 받으며 느낀 것은, 건강검진이라는 게 참 부끄러움을 무릅써야 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평소에는 감싸기까지 하면서 감추는 가슴을 아낌없이 까서 보여야 하고, 배도 하필이면 배꼽 주위를 잰다니… 내가 보기에도 민망하다. 몸뚱아리 여기저기에 전선을 연결시키고… 건강검진이 몸뚱이 검사였다. 여러 사람에게 자신의 몸뚱이 안과 밖을 내보이는 것이었다. 정말 다행인 것은 검진을 해주는 사람들이 다 여자들이었다. 눈을 검사하는 사람 한 명이 남자였다. 남자 직원들 건강검진 때는 남자들이 하는 걸까? 남자직원에게도 여자들이 검진을 하면 긴장하겠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피를 많이 뽑았다고 돌아오는 길에 이탈리안 젤라토를 두 개나 먹었다. 운이 좋게도 내일까지 세일 행사 중이었다. 그래서 두 개나 먹었다.

키가 1센치나 줄었다. 체중은 최고치 때 보다 2키로 정도 적었고, 체지방은 엄청 늘었다… 뭐야,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결과?

아침에 전철에서 여장한 남자를 만났다. 전철을 타기 전에 그는 바로 앞에 서있었다. 뭔가 좀 이상해도 그때는 잘 몰랐다. 전철에서도 바로 내 옆자리라 책을 읽으면서 살짝 관찰했다. 이틀 전에 내 눈앞에서 계속 얼쩡거리면서 집 근처까지 온 변태와는 전혀 달랐다. 오늘 여장은 그냥 쿨하게 치마 입은 남자라고 할까, 가슴도 있었지만 변태와 달랐다. 그냥 자신이 좋아서 여장을 한 것 같다. 어디서 탄로가 났느냐면, 뼈대와 다리였다. 뼈대도 감출 수 없지만, 다리에 털이 그냥… 그런데 그런 여장은 괜찮다. 지금까지 봤던 여장을 한 사람들은 단지 여장을 한 것이 아니라, 과장스러운 여성다움을 표현하는 연기로 하여금 사람들 시선을 끌었다. 변태 같은 경우는 시선을 끄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끌어내려고 귀찮게 군다. 그래서 불쾌하고 짜증이 난다. 여장을 한 것 그 자체는 그냥 개인적인 취미영역이다. 멋있게 입어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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