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06 황금연휴가 끝나고
오늘 동경은 오후까지 맑았다가 오후 늦게 비가 오기 시작했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를 나설 때도 비가 왔지만, 큰비가 아니라 우산도 없이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일본은 지난주 금요일부터 어제까지 일 년 중 가장 긴 연휴인 황금연휴였다. 이번 주 월요일과 금요일을 쉬면 열흘이나 되는 연휴였으니 길 긴 길었다. 그러나 대학은 수업일수를 맞추느라고 연휴와 별 상관이 없이 수업이 있기도 하다. 지난주 금요일에도 강의가 있었고 토요일인 내일도 강의가 있다.
이틀 전부터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서 최고기온이 28도나 올라갔다. 햇볕이 나면 괜찮지만, 내일은 흐리면서 기온이 28도나 올라 간다네. 완전 장마철 날씨가 되는 것이다. 갑자기 더워져서 동료들 중에는 몸이 따라주지 않는 사람도 속출한다. 항상 옆에 앉는 친구도 점심시간에 아파서 점심도 못 먹고 엎드려 있었다. 금요일에 만나는 친한 미국 친구도 감기에 걸려서 목소리가 이상했다. 친한 선생 한 명은 휴강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버스가 혼잡했다. 미국 친구와 나도 나중에 타서 앉을자리도 없었지만, 입구에 가까운 곳에 섰다. 혼잡스러운 입구 근처에 탄 덩치가 큰 남학생이 아예 쭈그리고 앉아서 휴대폰으로 이상한 사이트를 보고 있다. 학교가 버스 종점이며 시발점이기도 해서 역을 향해서 가면 퇴근하는 사람들도 탄다. 비가 와서 버스를 타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사람들이 꾸역꾸역 타서 입구 근처는 더욱 혼잡스러워지는 데도 불구하고 그 학생은 꿈쩍도 안 하고 쭈그리고 앉아서 장소를 차지하고 있다. 가만히 보니 거동이 좀 이상하다. 주위 환경에 맞춰서 행동을 하지 않는 타입인 모양이다. 그걸 옆에서 보는 우리도 아주 불편했지만 그냥 참고 역에 도착했다.
친구와 둘이서 하는 말이 아는 학생이라면 주의를 했을 텐데… 이전이라면 학생에게 야단을 쳤을 텐데… 그런데 지금은 못 한다. 학생이 보통이 아닌 경우도 있어서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둘이서 하는 말이 “이상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라, 힘들다”고 했다. 이상한 것은 사람들 만이 아니다. 기후도 너무 이상하다. 오늘은 5월 초순에도 불구하고 냉방을 켰다. 습기가 너무 많아서 냉방을 켜는 것이 조금은 나았다. 같은 건물이라도 층에 따라 기온이 달랐다. 내가 주로 쓰는 4층은 지붕 밑 다락방 같은 곳이라, 열을 받은 지붕으로 인해 무덥다. 건물 전체가 더우면 그래도 괜찮은데 같은 건물이어도 덥고 시원하게 온도차가 있으면 쉽게 지친다. 오늘은 같은 4층에서도 시원한 곳과 무더운 곳이 있었다. 요새 최고기온이 27에서 28도까지 올라간다는 것은 여름 날씨인 것이다. 미국 친구가 하는 말이 올여름은 덥다고 한다. 여름방학에 도망갈 계획을 일찌감치 세워서 도망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여름이 오는 것이 무섭다.
사진은 4월에 펴서 진 모란꽃이다. 모란도 너무 일찍 펴서 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