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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요상한 날

2014/05/12 요상한 날


오늘 동경은 맑았지만 강한 바람이 불어서 추웠다. 태풍처럼 아주 바람이 강했는 데 저녁에는 비까지 와서 기온이 내려갔다. 요새 며칠 늦게 자서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주말과 평일 구분이 잘 안 간다. 월요일에는 도서관에 새 책이 들어오는 날이다. 도서관에서 새 책도 보고 읽은 책은 반납, 읽을 책을 빌려오려고 오전에 나갔다

도서관에 갔더니 새 책은 들어와 있었지만 거의 교과서였다. 즉 나에게는 별로 흥미가 없는 책들이었다. 그래도 훑어보고 가져간 자료에서 책을 검색했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검색시스템을 변경했는지 검색하는 책마다 정보가 전혀 안 나온다. 그래서 카운터에 가서 문의했다. 그랬더니 검색하는 데 요령이 필요하다나, 마치 내가 검색할 줄 몰라서 못하는 사람 취급한다. 웃긴다. 내가 도서관을 얼마나 자주 이용하는 사람인 데, 나 같은 사람에게도 검색하는 데 요령이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들은 검색해서 찾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같은 문제가 몇 번이나 일어난다. 검색시스템을 보다 편리하게 변경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더 귀찮게 변경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나도 그 전 같으면 카운터에 불편한 점을 말한다. 그리고 원인도 물어본다. 그러나 지금은 안 한다

같은 도서관을 30년 가까이 쓰면서 도서관이 점점 나빠져 가는 상황을 포기하는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나의 경험상 일본에서 있는 자원을 바람직하게 잘 활용하려면 부딪히는 것이 많다. 무엇보다도 의문이나 개선점을 제시하면 내가 문제라도 일으킨 것처럼 사람들이 싫어한다. 그동안 수없이 해왔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피곤하다. 그래서 포기하고 사는 편이 편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냥 최저한의 것만 이용할 수 있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내 주위에서 보면 시스템이 점점 피곤하게 변해간다. 이용자에게 동기 부여하는 쪽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모티베이션을 빼앗는 쪽, 의욕과 사기를 저하시키는 쪽으로 발전해간다. 사람들의 사기와 의욕을 저하시키면서 자신들은 세계에서 가장 친절하고 편리하다고 자랑스러워한다. 나에게는 친절과 편리는커녕, 귀찮고 피곤한 것을 참고해야 한다. 귀찮고 피곤한 것을 참은 만큼 성과가 오른다면 모르지만, 사기와 의욕을 저하시키는 환경에서 일의 성과가 오르기는 힘들다. 뭔가를 순조롭게, 기분 좋게 하는 것이 어려운 피곤한 사회다

오늘도 카운터에 검색하는 걸 문의해서 괜히 멍청이 취급을 받아서 의욕이 저하되었다. 요새는 밖에 나가서 사람들과 접하는 것이 두렵다. 거의 나의 의욕과 사기를 저하시키는 대응을 하기 때문에 힘들다. 사소한 일 까지도 그런 방해요인을 극복해가면서 해야 한다는 것이 정말로 귀찮다. 가능하면 인간을 상대하지 말고 기계를 상대로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

오늘은 일도 별로 못하고 기분이 상해서 돌아오는 길이였다. 학교에서부터 내 눈앞에 걸어가는 사람이 뭔가 이상하다. 여자옷 차림이다. 레이스 속치마가 보이는 미니스커트에 요즘 잘 안 신는 검정 투명 스타킹을 신었다. 걸음걸이와 윗옷 차림도 이상해서 도대체 시대와 세대를 특정할 수 없다. 뭐지? 이런 뒤죽박죽은? 내 앞을 걸어서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뭔가 이상하다. 그래서 뒤에서 걸으면서 가만히 관찰한 결과 알았다. 여장을 한 남자라는 것을…그리고 뒤에서 보는 나의 눈을 의식하며 기뻐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봤으니까, 남학생인건가? 남학생인 것 같지도 않다. 남학생이라면 주위 여학생을 보고 옷차림을 파악할 거다.. 그럼, 뭐야? 단순히 여장한 남자가 아니라, 변태? 오늘은 날씨와 도서관 카운터, 이상하게 여장한 남자가 눈앞에서 얼쩡거린 요상한 날이었다. 5월이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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