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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동경은 황금연휴

2018/05/02 동경은 황금연휴

 

오늘 동경은 흐렸다가 저녁에는 바람이 불면서 비가 왔다. 내일도 날씨가 나쁘다고 하는데 모르겠다. 동경은 황금연휴 연휴다. 오늘도 달력상으로는 빨간날이 아니지만 쉰다. 월요일에 도서관에 가서 오늘은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휴일이라고 어젯밤에 늦게 잤더니 오늘 아침에도 늦게 일어났다.

 

학생 할머니가 고리야마에서 반찬을 챙겨서 보내주셨다. 오늘 아침에는 밥을 해서 할머니가 보내주신 반찬으로 풍성한 아침을 먹었다. 도서관에 가려고 짐을 챙겨놓고 쓸데없이 인터넷으로 신문기사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후가 되기 전에 도서관에 가야지. 날씨도 흐려서 선선하고 걷기가 좋다. 작년 같은 무렵에 비해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졌다. 벚꽃이 일찍 피더니 다른 꽃도 일찍 피고 말았다. 꽃들도 계절에 따라 피는 순서가 정해져 있는 줄 알았더니 꼭 그런 것은 아닌가 보다공원을 통과하고 학교에 갔더니 텅 비었다. 수업이 없는 모양이다. 이런 날 도서관이 열려있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도서관 입구에는 친한 직원이 앉아 있어서 잠시 수다를 떨고 신문을 읽었다. 그다지 새로운 뉴스가 없었다. 필요한 것은 사진을 찍고 항상 앉는 곳인 4층에 갔다. 오늘 할 일은 원고를 교정하는 것과 읽던 책을 마저 읽고 반납하는 것이다. 새로 온 책을 보고 빌릴 것이 있으면 빌리고....... 책이 많이 왔다는 말을 듣고 기대했더니 읽을 만한 책이 없다. 책을 몇 권 가져가서 봤는데 읽을 만한 책이 적다. 요즘 느끼는 것은 책을 쓸 정도 지식이나 교양센스도 없는 어설픈 사람들이 적당히 책을 쓴다. 그런 책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걸 알려주는 외에 쓸모가 없다. 읽으면 그럴듯할지 모르지만 돌아서면 많은 자원과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다. 허긴 읽을 만한 책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레벨이 있다. 그래도 책에는 뭔가 있어야 한다.

 

요즘 신문을 읽어도 비슷한 걸 많이 느낀다. 오늘 아침에 읽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사설도 초등학생이 썼나 싶을 정도 레벨이었다. 요점은 핵실험장 폐기만으로 비핵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북한이 어떤 수를 써서 속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비핵화를 한다면 당연히 객관적으로 검증이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것은 '새로운' 것으로 봐야지 지금까지 북한이 그랬으니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 결과는 아직 정해진 것도나온 것도 아니다.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북한이 자신들이 한 약속을 이행하느냐? 국제사회가 어떻게 검증하느냐? 많은 단계가 있는 것이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인 것이다. 적어도 북한의 지도자가 바뀌었고 나갈 방향을 전환했다. 약속은 상호가 지킬 것을 신뢰하는 것이 전제다.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다시 비난해도 늦은 것이 아니다. 사설의 목적은 결국 북한을 까는 데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해오던 연장선에서 한국과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 언제까지나 자신들이 우위에 선 시선으로 깔아 보고 있다. 자신들이 부처님 손바닥이고 한국과 북한이 그 손바닥 안에서 논다는 식이다. 일본이 삼장법사고 북한과 한국이 손오공인가그럴 수 있다는 것이 자존심이겠지만, 진보적인 신문에 쓰는 사설이라면 좀 달라지면 안 될까 하는 마음이 든다. 언제까지 그런 자세를 유지하고 싶은지, 그러면 어떤 좋은 결과와 연결이 되는 건지. 답답하다. 자신들은 가만히 있고 남들이 자신들 기분에 맞게 마사지해주길 바라고 있다. 남들이 변화하는 걸 보고 자신들도 변화해야 한다는 걸 못 느끼는 모양이다. 그냥 그 자리에 언제까지나 머물러 있길 바란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보니 시간이 지나서 가져간 원고 교정에는 손도 못 댔다. 책을 읽는 것에 몰입해서 교정할 원고를 가져갔다는 자체를 잊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정신을 차렸더니 바람이 강해져서 날씨도 나빠지고 집에 갈 시간이 된 것이다. 서둘러 엽서를 석 장 써서 우체통에 넣었다. 서울에 두 장, 학생 할머니에게 반찬을 보내줘서 고맙다고 6월에 동경에 온다니 식사를 초대하고 싶다고 썼다. 돌아오는 길에 길가에서 깻잎과 비슷한 시소를 몇 개 뽑아서 넣었다. 집에 심을 것이다비가 오기 시작했지만 야채 무인판매에 들렀다. 살 것이 없었다. 마트까지 가면 너무 멀어서 빗발이 세어지면 젖을 것 같아 포기했다. 다행히도 농가 마당에서 어린 시금치 두 봉지에 양배추를 두 개 샀다. 낮에 학교에 갈 때는 아무것도 없어서 허전했다. 비를 좀 맞았지만 돌아와서 밑에 시소를 심었다. 지난주에 깻잎과 부추씨를 뿌렸는데 싹이 나질 않는다. 뭐가 잘못된 건가?? 오늘은 싹이 나서 좀 자란 시소를 심고 물을 줬다. 시소가 자리 잡고 잘 컸으면 좋겠다.

 

저녁에는 아침에 한 잡곡밥에 어린 시금치를 데쳐서 무치고 양배추를 데쳐서 된장과 식초를 넣어서 산뜻하게 무쳤다. 시금치를 데치니까, 벌레가 떴고 양배추에도 벌레가 몇 마리나 붙어 있었다. 양배추 하나는 친구네 우체통에 넣으려고 두 개 샀는데 비가 와서 그냥 가져왔다. 친구네 우체통에 안 넣길 잘했다. 친구는 유난히 벌레를 싫어한다.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난다. 황금연휴다.

 

 

사족, 위에 쓴 북한 비핵화에 관한 언급은 도쿄신문에 실린 것이라고 도요게자이에서 읽었다. 핵무기 개발 관련 시설이 100150군데라고 했다. 오차범위도 알 수 없는 수치이다. 오늘 아침(5 3)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를 봤더니 10,000 곳이라고 나왔다. 0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더 붙은 것이다. 뭐야, 일본이나 한국이나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 기본적인 사항을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 건가?? 아니면 그냥 쓰는 사람 기분에 따라 100군데나 10,000곳으로 써도 되는 건가?? 제대로 파악이 안 됐다는 걸 너무 티 내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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