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1 고급 어묵과 공짜 오디
오늘 동경은 며칠 만에 맑게 개인 날씨였다. 맑았지만 기온은 그다지 높지 않아서 상쾌한 날씨였다. 바깥은 선선하지만 학교 건물 안은 덥다. 교실은 더워서 창문을 열고 수업을 했다. 학생이 적은 수업은 괜찮아도 학생이 많은 수업에서는 교실이 너무 더워서 학생들이 졸았다.
오늘은 금요일로 강의가 끝나면 주말이다. 강의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다른 동료 둘과 같이 버스를 탔다. 한 명은 봄학기만 강의를 온다고 해서 날씨가 너무 더워지기 전에 학교에서 가까운 카페에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역에서는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와 둘이 전철을 타서 오랜만에 수다를 떨면서 왔다. 학교에서는 피곤한 줄 몰랐는데 날씨가 급격하게 회복해서 그런지 전철을 탔더니 피로가 몰려온다. 친구와 근황을 교환하며 30분 정도 전철을 타서 돌아왔다.
역에서 마트에 들러서 쇼핑할 것이 있나 둘러봤다. 곶감 두 봉지와 고급 어묵세트를 샀다. 어묵의 본고장에서 나온 것으로 보통 때는 볼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 외에는 살 것이 없었다. 집에 와서 곶감을 뜯어먹으면서 손빨래를 하기 시작했다. 비가 와서 빨래를 못해서 빨래가 많이 밀린 상태다. 오늘은 저녁이라, 검은색 옷을 빨아서 널었더니 베란다가 꽉 찼다. 내일 아침까지 빨래가 말랐으면 좋겠다.
빨래를 마치고 어젯밤에 씻어서 물에 불려둔 현미를 밥솥에 넣어서 스위치를 눌렀다. 현미밥을 해서 먹을 생각이다. 냉장고에서 오이를 꺼내 된장에 찍어 먹었다. 저녁에 오는 길에 아침에 봐 둔 목이버섯을 따다가 물에 잘 씻어서 냉장고에 보관했다. 내일 뜨거운 물에 데쳐서 요리를 할 작정이다. 현미밥에 오이와 고급 어묵을 구워서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저녁을 먹었다. 저녁은 든직하게 먹는 일은 아주 드물다. 현미만으로 밥을 한 적이 별로 없는데 현미만으로 밥을 한 것도 먹을 만하다는 걸 알았다. 평소에는 쌀 반에 보리와 콩도 넣는데 이번에 현미만으로 밥을 해봤다. 익숙하면 현미만으로 밥을 해도 되겠다.
저녁을 먹고 디저트로 과일도 먹고 멍하니 좀 쉬었다. 그냥 늘어진 것이지 쉰 것은 아니었다. 밤이 되었지만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내일 도서관에 갈 예정이지만 오늘 밤에 학교 근처까지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학교에 가는 길 강가에 오디나무가 있다. 오디가 익어서 떨어질 무렵이다. 어둠 속에서 오디를 한 줌 따서 먹으면서 길을 걸었다. 초등학교 철장너머로 산초 잎이 밖에 나왔다. 잎을 따서 비벼서 향기를 맡으며 걷는다. 편의점을 지나서 가는데 편의점 옆에 오토바이를 탄 학생들이 몇 명 모여 있다. 편의점에서 뭘 샀는지 수다를 떨며 부릉거리고 있다. 조금 더 걸었더니 학교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체격이 좋은 운동부 학생 둘이 나오는 중이다. 바로 옆을 지나는 걸 봤더니 굵은 허벅지에 테이프를 감았다. 테이프가 반짝이고 있어서 이상하게 보인다. 허벅지에 스카치테이프를 칭칭 감았다. 이상하다.
오토바이를 탄 학생들 무리가 대학생이 50cc짜리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있어서 귀여운 느낌이 든다. 만약에 큰 오토바이에 불량배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면 무섭다. 다행히도 근처에서 그런 아이들을 본 적이 없다. 학교 앞까지 갔더니 정문이 반쯤 닫혀있다. 갔던 길을 되돌아 걷기 시작했다. 오는 길에도 다시 오디나무에서 오디를 한줌 따서 산책길 간식으로 먹으면서 걸었다. 요즘 길을 걸으면 갖은 꽃향기가 풍겨와서 기분이 좋다. 비가 온 후라서 향기가 더 강한 것 같다. 공원을 지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밤에 산책을 한다면 차가 다니는 길 보다 평소에 걷는 나무가 많은 길이 훨씬 더 좋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목욕물을 받으며 라디오를 듣고 있다. 라디오에서는 일본에서 개봉하는 영화 '택시 운전사'에 대해서 해설을 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끝나서 문재인 대통령의 존재감이 커진 상태다. 올해 광주항쟁 기념사 대통령 연설과 위로가 화제를 부른 것도 있어서 영화 '택시 운전사'에 관심이 높다고 한다. 나도 '택시 운전사'를 보지 못했지만 일본에서 많은 사람들이 '택시 운전사'를 봤으면 좋겠다. 라디오에서는 광주항쟁에 대해서도 자세히 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해서 해설을 하고 있다. 일본 매스컴에서도 아주 드물게 제대로 보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경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경에서 장마철 지내기 (0) | 2020.05.30 |
---|---|
방 배치를 바꾸다 (0) | 2020.05.30 |
동물원행 전철 (0) | 2020.05.15 |
도서관 가는 길 (0) | 2020.05.15 |
우에노 국립 서양 미술관 (0) | 2020.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