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17 방 배치를 바꾸었다
드디어 오늘은 방 배치를 바꾸었다.
어제 방 사이에 있는 문을 뜯어내어 방 두 칸을 한 칸처럼 넓고 밝게 만들었다.
내가 일하는 방에는 큰 테이블이 있다. 그 테이블에 컴퓨터를 놓고 일을 하고 TV도 보고 밥도 먹고, 대부분의 일들을 테이블에서 한다. 이 테이블은 재활용품 센터에서 500엔주고 산거다. 이곳 저곳, 이 나라 저 나라로 이사를 하다 보니 가구를 사서 한 군데서 오래 산다는 게 엄두가 안 난다. 가구가 없으면 없을수록 좋다. 가구는 사면 버리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가구를 짊어지고 다니는 걸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여기서 살기 시작하면서 가능하면 고정되고 큰 것은 안 사기로 했다.
가구를 사지 않더라도 생활은 쾌적해야 하기에 매트리스는 좋은 걸 사려고 다녔는데, 좋은 매트리스를 쓰려니까 그 나름 침대도 있어야 해서 그 걸 포기했다. 현재는 맨 밑에 매트리스에 통풍이 잘되는 나무로 된 깔판을 깔고 그 위에 매트리스를 두 개 겹쳐서 쓰고 있다. 여름과 겨울에 매트리스도 위아래를 바꾼다. 지금 쓰고 있는 위에 것은 이태리제고 밑에 것은 스위스제다. 이 것도 둘 다 재활용품 센터에서 아주 싸게 사 온 거다. 그전부터 매트리스와 큰 테이블을 찾아서 재활용품 센터에 자주 갔는데, 운이 좋았는지 이사 전날 필요한 걸 그것도 좋은 상태의 것을 살 수 있었다. 매트리스는 둘 다 딱딱한 편이다. 그 게 나에게는 편하다.
방 배치를 겨울용에서 여름용으로 바꾼 건, 테이블을 창가로, 창밖에 우거진 나무가 전면으로 보이게 바꾼 거다.
이 게 특등석이고, 이 창밖 전망 때문에 이 집으로 정할 정도로 주위 경관이 중요하다.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다 보니 식물도 못 키우고 동물을 키우는 건 엄두도 못 낸다. 둘 다 책임을 못 지니까 싫다. 식물을 사다가 키워보기도 했다. 그러나 시들면 꼭 내가 죽인 것 같아, 죄악감이 든다.
테이블에 쌓여있던 작년 하던 일 자료들과 수업자료도 우선 테이블에서 내려놨다. 버릴 건 버리고 정리를 해야 한다. 낮에는 TV를 보면서 옷을 개었다. 아직도 호주 갔다 온 가방 두 개와 서울 갔다 온 가방을 정리하지 못했다. 여전히 겨울옷이나 스카프들을 빨아서 집어넣으면서도, 옷장에 방충제에 쓰인 날자를 보니 작년 4월 11일이다. 작년에는 그 무렵에 옷들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지진이 일어난 후 모든 게 예정보다 늦어졌다. 벚꽃이 피는 것도 날씨가 더워지는 것도 올해는 좀 늦어진 것 같다. 한 달이 붕떠서 없어진 것 같다. 내가 제자리를 못 찾아 헤매는 것처럼, 동경에서 보는 일본 사람들도 뭔가 제자리를 못 찾고 헤매는 것처럼 어수선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은 바뀌고 시간도 흘러간다. 언제까지나 붕 떠있을 수도 없는 일, 할 일도 많은데,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지.
저녁에는 영화를 보고 왔다..
The king’s speech를 보고 왔다. 내가 강의하는 과목 중에는 Australian Studies도 있다. 이 영화를 호주라는 문맥에서 보면 아주 흥미롭다. 호주는 아직도 영국 식민지이다. 그리고 요즘에야 호주라는 식민지 입장에서 식민지 출신 배우와 감독들이 영국(왕실)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고 주역을 한다.
영화는 식민지 출신이며 의사도 아닌 말더듬이를 교정해 주는 사람과 왕이 되는 조지 6세의 교류를, 말더듬이를 교정해 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조지 6세를 아주 인간적으로 그려냈다. 아마 일본 사람들도 다른 나라 사람들도 좋아하겠지, 사람들이 바람을 그려낸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아주 흥미롭게, 저렇게 그려낸 사람들은 무얼 말하고 싶었을까 생각했다. 얼마 전에 있었던 로열웨딩도 영국 왕실이 힘겨운 영국의 현실에서 국민들을 통합시킬 정치적인 목적으로 약혼을 하고 결혼날자를 잡고 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여름 내 방에 왔던 손님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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