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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흔들렸다

2015/05/25 흔들렸다

 

오늘 동경은 맑다가 흐린 선선한 날씨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쌀을 씻고 물에 불렸다. 한 시간 후에 밥솥 스윗치를 누르고 요가를 했다. 지난 금요일에 일어난 사건의 여파로 몸이 아프다. 열이나고 목도 부었다. 부은 목이 가라앉지 않았다. 오늘은 아침에 뜨개질한 겨울옷 다섯 장을 사진 찍고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어제는 여름옷을 여섯 장 사진 찍었다. 전에 사진 찍은 것 두 장을 더해서 어제 상자에 넣었다. 여기까지 쓰고 다시 봤더니 겨울옷을 넉 장 사진 찍는 걸 잊었다. 아침 먹기전에 사진을 찍었다. 컴퓨터를 켜고 사진을 봤더니 그림자가 너무 어두워서 안 보인다. 아침을 먹고 조금 있다가 햇빛이 밝아지면 다시 찍어야지.

아침을 먹고 겨울옷을 사진 찍었다. 사진이 찍는 것이 끝날 무렵 갑자기 건전지가 나갔다. 찍은 사진을 확인하지 못하고 도서관을 향했다. 사진이 찍힌 걸 확인하고 상자에 집어넣고서 도서관에 가려고 했더니, 옷은 그냥 놓고 체육복을 입고 나갔다. 도서관에 갈 때 공원을 거쳐간다. 오늘도 게이트볼을 하는 노인들이 많이 있었다. 거기를 지나가는 데, 뭔가 반짝이는 걸 봤다. 주워 들고 봤더니 보청기에 쓴다는 작은 건전지가 세트로 새것인 채 떨어져 있었다. 나도 안경을 벗어서 작은 글씨를 읽고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보청기에 쓰는 건전지라고 떨어뜨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전해달라고 했다. 나는 눈도 나쁜데 왜 이런 걸 줍는지 모르겠다. 오늘 도서관에 가는 길은 좀 일찍 출발했고 날씨도 선선해서 나름 쾌적했다

오늘은 나름 수확이 괜찮은 날로 새로 온 책 열다섯 권을 집중해서 봤다. 한 권은 통째로 읽고 다른 책들은 부분적으로 읽었다. 전에 빌렸던 어려운 책도 읽어서 반납하고 새로 빌린 책은 한 권이었다. 다섯시간이나 몰입해서 책을 읽었더니 많이 읽었다. 그리고 좀 피곤해서 일찌감치 도서관을 나오려 했더니 아는 사람이 카운터에 있었다. 월요일에는 없는 사람인 데, 반가워서 인사하고 있었는 데 갑자기 흔들린다. 지진이다. 그것도 아주 심하고 길게 바로 밑에서 흔들림이 전해온다. 진원지가 가깝다는 것이다. 도서관 직원들이 튀어나왔다. 다시 흔들릴까봐,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도서관이 소란스러워졌다. 이용하던 학생들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있지만,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각자가 휴대폰을 열어서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안내방송이 나온다. 지진이 끝난 다음에 지진이 났다고, 책장 가까이에 있는 이용자는 책장에서 떨어지라는 안내다. 나는 계단을 걸어서 내려와 일층에서 주간지를 읽고서 나왔다. 도서관을 오래 썼지만 도서관에 있을 때 지진이 일어난 예는 없었다. 무엇보다 지진이 꽤 커서 놀라고 긴장했다. 집까지 걸어오는 도중에 강가에 오디가 익었다. 한 손 가득히 따서 먹으면서 공원을 거쳐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 컴퓨터를 켜서 확인했더니 지진의 강도가 5도약이다. 심하게 흔들린 것이다. 기분전환 삼아 입었던 옷을 손빨래해서 널고 반찬을 만들어 일찌감치 저녁을 먹었다. 저녁에 산책을 나갈 생각으로 준비했는 데, 아무래도 아까 지진에 많이 놀란 모양이라, 피곤하다. 오늘 저녁은 그냥 쉬기로 했다

일본에서 지진은 아주 빈번히 있는 일이지만, 크기와 강도에 따라 느낌은 다르다. 아무래도 지진이 좀 크면 긴장하고 놀랜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자연재해 앞에 인간이 무력함을 느낀다

사진은 다카오산에서 찍은 것과 주변에 꽃을 찍은 것이다. 이층에 살던 아줌마가 심은 꽃도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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