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1 고향을 향한 넋두리
오늘부터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그래서 오전에 짐을 싸고 집 청소를 하고 여행을 간다.
여행 가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은 대충 했다.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될지 몰라 친구에게도 메일을 해야지. 이 블로그도 당분간은 쉴 것 같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마음에 걸려있던 것을 쓰고 가야지.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
제주도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에 관해서 왜 나는 침묵을 하고 있는지, 참 복잡한 마음이다. 오키나와 나고에 가서 미군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보고 온 사람이기도 하다. 고향을 떠난 지 30년이 넘지만 제주도 사람이기도 하다. 내가 살던 동네도 개발인지 뭔지 원래 동네와 생업을 위해 공동 이용하던 광장 한가운데 공중화장실을 지었다. 동네 얼굴에다 화장실, 그것도 외부사람들을 위한 화장실을 지은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를 촬영했다고 기념간판들이 몇 군데나 세워져 있다. 마을이 있어서 영화 촬영을 한 것이지 영화 촬영이 있어서 마을이 아닌데, 자신들의 이름으로 간판을 세우는 사람들은 자신들 선전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걸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쉽게 썩거나 버리지도 못하는 성질이 고약한 쓰레기이다. 솔직히 마을 미관을 손상시킨다.
제주도 바다를 보면서, 언젠가부터 하얀 모래가 드러나 아름답게 파란 제주도 바다를 보면서 나는 슬프다. 거기는 풍요한 자원이 넘치던 생명의 바다가 아닌 단지 아름다운 화장을 한 바다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보이는 제주도 하얀 모래가 드러나 보이는 바다는 치마 속까지 드러나 하얀 속살을 보이는 것 같아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다. 슬프다. 풍요한 바다는 수초가 많아서 바닷속이 보이지 않는 검푸른 바다였다. 결코 관광상품용으로 아름다운 바다가 아니었다.
강정에 들어선다는 해군기지가 국가안보상, 아니면 미군의 전략상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다. 차라리 미군 리조트용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게 훨씬 설득력 있을 것 같은데..... 세계적으로 보면 유명한 리조트 옆에 꼭 미군 해군기지가 있다는데, 그러고 보니까, 이전에 소개했던 영화 Standing Army에서도 그런 말을 들은 것 같다. 미군들에게는 위락용으로 강정 해군기지가 유효하겠지, 그리고 미군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제주도가 홍보용으로 쓰이겠지.
그리고 미군기지와 세트로 들어서는 성을 상품으로 하는 위락시설도 들어서겠지. 거기에 상품을 소비하러 오는 남자 손님들이 오고 성을 상품으로 파는 여성들이 있겠지. 그 동네 근처에 사는 학부모들은 아이들 걱정을 하겠지, 지금까지는 평화롭게 살던 동네가 결코 평화롭지 못한 환경이 될 것이다.
성 위락시설이 들어섬으로 제주도가 관광지로서 쌓아온 이미지는 추락한다. 여성이나 가족중심 관광지, 즉 여성이나 가족단위로 안전하고 평화롭게 관광할 수 있는 곳으로 지위를 굳혀가던 제주도에 관광지로서 결코 좋은 이미지를 줄 수가 없는 시설들이 들어서게 된다.
사실, 제주도 관광은 지금까지 대세를 보면 여성이나 가족중심 관광지가 아니었다. 남성 위주로서 설비들이 갖추어져 있다. 단체(특히 남성 위주)) 관광은 4S로 표현하는데, 즉 Sun, Sea, Sand, Sex이다. 4S가 관광 주요 상품인 것이다. 제주도는 일본에서 보면 남성을 위한 골프나 도박 중심 관광지에서 한류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여성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남성단체관광에서 여성이나 가족, 젊은 사람들이 여행을 할 수 있는 관광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 건 관광지로서 품격이 올라간 것이다.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바다환경도 파괴가 되겠지, 제주도 사람들에게 바다를 파괴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생명줄을 파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건 단순히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아니다. 제주도는 산과 바다로 이루어져 있다. 산보다 바다가 더 중요할 정도이다. 산과 바다는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생명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한라산이, 제주도 바다가, 제주도 사람에게는 제주도 전체가 성지이다. 제주도 바다도 성지인 것이다, 우리들의 성지에 왜 미군 해군기지를 설치해야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마을의 평화를 깨뜨리고, 제주도 사람들이 성지를 파괴하면서 어떤 평화를 지킨다는 것일까? 아마 그 평화라는 것이 적어도 제주도 사람들의 평화나 제주도 사람들을 위한 평화는 아닌 것 같다. 아마 미군의 평화를 위한 것 일지라도.... 미군의 평화는 그들을 위해서 다른 나라 민간인들(특히 여성을 비롯한 노약자들)의 평화를 깨뜨리면서, 제주도가 관광지로서 품격을 낮추어가면서도 해야 할 만큼 제주도 전체에 이익이 되는 건지, 회사 경영분석을 하고 컨설팅을 하는 나로서도 도무지 계산이 안 나온다.
제주도 바다나 자연환경은 제주도 사람들이 후세에게 물려주어야 할 귀중한 재산이다. 자신들의 소중한 재산을 파괴하고 남에게 내주는 일을 하다니,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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