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8 디아스포라의 섬, 제주도 2
오늘 동경은 고온다습한 날씨로 불쾌지수가 높다. 불쾌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요즘 맛있는 먹거리가 많이 나오는 계절이라,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번 주 학교에 갈 때 선물받은 과자를 나눠 가져가서 친한 동료에게 전한다. 오늘을 폴란드 사람과 만나는 날이라, 돌아오는 길에 버스에서 같이 앉아서 수다를 떨면서 왔다. 이번 여름방학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보내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서 급히 비행기표를 알아봤다. 비행기표 값이 좀 비쌌다. 직행이 가장 저렴한 가격이 25만엔, 경유해서 가는 것이 15만 엔이었다. 여름방학 때 유럽에 가는 비행기표는 약간 비싸다. 현지에서 생활을 생각하면 최소한 40-50만 엔이다. 한달 지내는 비용으로 좀 많이 든다. 일찍부터 계획을 세웠으면 좋았을 걸 아깝다. 내년 여름방학에 바르샤바에서 지내면서 기회가 되면 오랜만에 동유럽을 여행할 생각이다. 봄방학 때 와도 된다고 했지만, 여름이 좋을 것 같다. 친한 친구도 안식년으로 오스트리아에 1년 있을거라, 놀러 오라고 한다. 유럽은 멀고 시차도 있으니까,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작년에는 봄에 중국에서 지낸 것뿐이라, 다른 곳에서 친구들이 언제 오냐고 궁금해한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올해 멕시코 친구네 부모님이 오실 줄 알았는데 안오신단다. 내가 만나러 멕시코로 가야 한다. 일찍 계획을 세웠어야 하는데 아쉽다. 당장은 맛있는 걸 먹으면서 학기말을 향해 가고 있다.
'디아스포라'의 섬 제주도, 제주도 사람들이 외부로 나간 것 중에 20세기에 일본으로 진출한 것을 중심으로 쓴다. 제주도 사람들이 일본에 진출하게 된 연유에는 19세기 후반부터 일본의 어업침략을 당한 것부터 시작된다. 일본의 무력적인 어업침략에 대해 제주도 사람들은 끈질기게 죽을 힘을 다해 저항했다. 제주도와 서울에서 대규모 데모를 몇 번이나 하고 유능한 정치인을 통해서 로비를 하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당시 대한제국의 무력함, 일본의 근대적인 무기와 대규모 어민들의 침략에 굴복하게 된다. 일본 어민은 일본정부의 비호 아래 갖은 횡포를 부리고 사람들을 죽이며 여자를 강간하고 가축을 훔치며 결국 제주도를 사실상 점령하기에 이른다. 제주도 해녀를 비롯한 어민들은 일본 어민이 현지에서 채용한 '외국인 노동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제주도가 어떤 곳인지를 알려주는 아주 중요한 대목이지만, 여기서는 과감하게 생략했다.
제주도는 일본과 한일합방이 되기 이전에 실질적으로 일본의 지배하에 있었다. 제주도 사람이 일본으로 처음 출가한 것은 해녀들이었다. 1903년 동경에서 가까운 미야케지마라는 섬에 해녀 여러명이 일본인에게 고용되어 출가한다. 실은 그 이전부터 해녀들이 일본에 진출했던 것으로 보이나, 여기서는 20세기에 일어난 일을 다루기로 한다. 제주도 여성들이 먼저 일본에 진출했다. 그 다음은 1910년에 어부가 100여명 정도 일본 선박 선원으로 출가했다. 그 후에는 1914년 오사카를 시작으로 하는 한신공업지대에 직공으로, 기타큐슈의 탄광(현 일본 부총리 아소 다로의 가업이기도 했다)으로 출가했다. 1922년에 제주도와 오사카를 운항하는 정기항로가 개설되면서 제주도 사람들의 일본으로 진출하기가 용의했다.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왕래한 정기항로는 주로 일본인을 조선으로 운반하는 목적이었지만, 제주도와 오사카 정기항로는 주로 제주도 사람들을 일본으로 운반하는 것이었다. 정기항로가 개설되면서 제주도 사람들은 살던 마을에서 여객선이 정박하는 가까운 포구에 가서 배를 타면 바로 오사카에 올 수 있었다. 제주도 인구를 대충 조선시대나, 한국이 되어도 총인구의 1%정도로 본다. 거기에 오사카와 정기항로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제주도와 일본의 특수한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제주도는 집성촌이 많으며 지연결합인 마을 공동체가 강했다. 자치적인 마을 공동체는 '사회주의'적 성격을 띠는 것이다. 제주도 사람들이 외부에 출가를 할 때도 마을 공동체 안에서 집단을 이루어서 출가했다. 일본에 진출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제주도 사람들이 일본에 출가를 하는 것은 젊은 사람들에게 정해진 코스처럼 되어 있었다. 제주도에서 초등교육을 마치고 진학을 하거나, 일을 하려고 일본으로 가는 것이다. 1934년에는 제주도 인구 25%나 일본에 있었다고 한다. 제주도 사람들은 일본(주로 대도시 중심)과 제주도를 왕래하면서 일본을 도시로 여기고 제주도를 시골로 여기며 왕래하는 생활을 했다. 일본과 제주도에 생활권이 형성된 것이다.
일본이 패전에 따라 많은 제주도 사람들이 돌아왔다. 제주도에는 4.3항쟁을 향한 불온한 움직임이 시작되어 있었다. 일본에서 살던 많은 사람들을 부양할 능력이 제주도에는 부족했다. 그래서 다시 '밀항'으로 일본을 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4.3항쟁이 일어나고서는 더욱 더 일본으로 '피난'가는 '난민'들이 발생했다. 거기에 6.25가 시작되었다. 전쟁을 피해서 일본으로 '밀항'하는 '피난민'들이 있었다. 당시는 쓰시마가 중계지로 수많은 '밀항'과 '밀무역'이 성행했다. 6.25가 끝나고 휴전을 했지만, 한국은 피폐할대로 피폐해서 먹고 살 길이 막막했다. 더군다나 제주도는 4.3항쟁으로 인해 '빨갱이 섬'으로 낙인이 찍혔다. 제주도 청년들 앞길이 가로 막히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 일본에 있는 가족이나 친지에 의지해서 '경제 난민'으로 '밀항'하는 제주도 사람들이 있었다. 제주도 사람들 생활권이 일본과 제주도였으니 그 생활권 내에서 움직인 것이다. 그 위에 국경이 버티고 있어서 합법적으로 갈 방법이 없어서 '밀항'이 되고 말았다.
일본에서 살던 제주도 사람들 중에는 1959년 12월에 시작된 '북송사업'으로 인해 북한으로 간 사람들도 적지 않다. 당시 일본도 가난한 나라였고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도 극심했다. '밀항'으로 온 사람들 중에 제주도나 한국에서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빨갱이'나 '간첩'으로 몰리는 것은 일도 아니니까. 재일동포에게는 친일파를 숙청한 북한이 정통성이 있고 매력적으로 보인 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통일이 되는데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가족단위나 젊고 우수한 청년들이 조국건설에 이바지하겠다고 솔선해서 북한으로 향했다. 북한으로 간 제주도 사람들 중에는 김정은위원장의 어머니와 그 가족도 있었다. 다르게 보면 제주도 사람들 가족이 일본과 제주도에 있다가 북한으로 이산가족이 된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1970년대 일본의 '부정 입국(밀항)'으로 검거나 적발된 사람중 제주도 사람이 80% 이상이었다. 제주도 사람들의 '밀항'에는 남녀노소가 없고, 남녀 차도 없었다. 이런 제주도 사람들의 일본으로 출가는 20세기 끝자락에도 큰 움직임이 있었다. 일본이 버블경기로 최고로 경기가 좋을 때, 엔고로 인해 일본돈 가치가 상승했고 일본에는 노동력이 부족했다. 한국에서 해외여행자유화가 되기 전에 제주도 사람들이 일본에 와서 일을 했다. 일본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지만, 일본에서 일을 할 목적이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20여년 동안 제주도 사람들이 '초과 체재(불법 체류)'를 하면서 일하며 사는 것을 계속 관찰하며 논문을 썼다. 만약에 제주도 사람들이 일본에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받기 위해 재판을 한다면 재판시 증거로 쓸 것을 염두에 둔 기록이었다. 내가 만나던 사람들은 원래 알던 사람들이었지만, 모르던 사람이라도 20년이나 쫓아다니면 조금은 알게 된다. 결국, 거의가 제주도나 부산, 서울 등지로 일본에 오기 전에 살던 곳으로 돌아갔다.
일본에서 제주도 사람들을 쫓아다니다 보니 '밀항'과 '초과 체재'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제주도는 '디아스포라'가 들어오는 곳이었고 제주도 사람 역시 '디아스포라'가 되어 살아간 곳이다. 제주도에 온 예멘 난민 또한 '디아스포라'다. 제주도 사람을 연구했던 나에게는 예멘 난민이 자꾸 일본에 '밀항'을 했던 사람들과 겹쳐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예멘 난민을 '제주도 사람'이기도 하다. 많은 '디아스포라'를 받아들였던 열린 제주도에 새로운 '디아스포라'가 왔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제주도에 또 다른 숨결이 더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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