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27 반가운 만남, 오블지기님들
오늘도 동경은 구름도 별로 없는 맑게 개인 더운 날씨입니다.
최고기온이 34도, 최저가 26도랍니다. 자외선은 최강 레벨이고요. 그래도 저녁에는 선선해서, 저녁에야 밖에 나갑니다. 아마 내일까지 집에서 일을 해서 발송한 다음, 수요일 아침부터 학교도서관에 가겠지요.
서울에 다녀온 것은 지난번에 썼지요.
저는 서울을 좋아했고, 일본에 오래 살았지만, 저에게는 여전히 한국사람들이 인정이 있고 소박한 정겨움이 있는 일본보다 훨씬 인간적인 사회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다는 것에 비례하는 듯이 제가 좋아하는 점을 점점 잃어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인간들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이야 말로, 풍요로운 것이지, 경제적, 화폐단위가 커지는 것이 풍요로움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 건 물론 한국에 한한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안쪽을 들여다보면 작은 인정들이 왔다 갔다 하는 걸 볼 수는 있지만요. 너무 물질만능주의로 향하는 것 같아 슬픕니다. 저는 관광객처럼 겉돌다 와서, 단지 겉모습만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이번 서울에 갔던 주된 용건을 자세히 못씁니다. 친구와 친구, 돈과 돈이 얽힌 일입니다. 피곤함은 애초에 예상을 했지요. 거기에다, 피곤한 일정, 비싼 비행기표까지 겹치니 좀 화가 났습니다. 오랜만에 고베친구 얼굴을 볼 수 있는 걸 위안으로 삼았지요.
그런데, 오블지기님들과 만나는 반가운 일이 있었답니다.
제가 오블을 시작한 이유는 외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자기말을 쓸 기회가 없어서, 점점 잃는 다는게 아쉬워서였습니다. 그리고 오블동네 분들이 서로 걱정을 나누고 인정을 주고받고 하는 걸 보고 부러웠거든요. 오블번개 소식이 올라와도 제가 그런데 낄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만요. 제 글에 누군가가 관심을 표명할 거라는 기대도 없었지요.
그런데, 올봄부터인가 뮤즈님이 저를 잘 봐주시고, 즐겨찾기에 넣어주셨고, 댓글도 달아주시는 거예요. 너무 잘 봐주시는 거예요.
지난번 서울에 갔다 왔던 글을 올렸더니, 뮤즈님이 연락을 하지 그랬냐는 글을 주셨어요, 그래서 다음에 연락을 하겠다고 했지요. 이번에 뮤즈님께 대충 일정을 연락했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뮤즈님이 바쁘셔서 뵙기에는 너무 피곤하실 것 같았답니다. 저는 무리라고 예상을 했지요. 그런데, 뮤즈님이 일을 빨리 하시고 시간을 만들어서 너도바람님도 같이 보자고 합니다. 좋은 일이 생기니, 저도 신이 나서 일을 열심히 했지요. 일이라는 게 항상 막판에 가서 바빠지는 데, 이번도 여유롭게 시간을 잡았는데, 마지막까지 제대로 못합니다. 공항에 갈 한 시간 전에야 끝나서 메일을 쓰는데, 오자 탈자가 나고 난리도 아닙니다. 그런 와중에도 발톱에 핑크색 매니큐어를 발라서 말리고, 허둥지둥 바쁜데 더 정신없이 바빠집니다. 아무래도 여자친구를 만날 때 옷에도 더 신경을 쓰나 봅니다. 매니큐어를 바르면서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가 나를 보러 오면서 화장을 하고 나타나서, 이 친구가 학교에서 강의할 때도 화장을 안 하거든요. 저는 그 게 당황스럽고, 당혹스러웠는데, 친구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문제는 예쁘게 하고 싶지만, 서울에는 비가 온다는 것, 동경은 너무도 더워서 도대체 제대로 옷을 입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공항에는 밉상이지만, 편한 감색 원피스를 입고, 밭에 갈 때 쓰는 것 같은 감색 모자를 썼답니다. 모자는 접을 수 있는 거라서요. 원피스를 입는 사람이 아닌데, 더울 때는 편하더군요.
가기 전날쯤에 먹방지기님도 같이 가도 되겠냐고, 쪽지가 왔더군요. 저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왠지 먹방지기님도 만날 것 같은 예감이 있었거든요. 얼마 전에 먹방지기님이 작업실을 열었다는 글을 봤지요. 잘 가는 가게에서 비취색( 제가 좋아하는 색이기도) 찻잔세트를 보면서, 뜬금없이 먹방지기님을 생각했답니다. 그 분 작업실에 찻잔은 있으려나, 그러면서 샀거든요. 저는 아무나 뜬금없이 생각하면서 물건을 사는 사람은 아닌데, 그랬답니다. 서울에 갈 예정도 없었을 때 샀답니다.
너도바람님도,그 예사롭지 않은 필력을 보면서 언감생심 댓글도 잘 못 달았는데, 제가 사진을 못 올리는 글을 썼더니, 쪽지를 주셨답니다. 자기에게 사진을 보내면, 축소해서 보내주겠다고, 제가 부담을 느낄까 봐, 자신에게 그런 건 부담이 안된다고요. 저는 저대로 어떻게 문제 파악을 하고 상황을 정리하겠다고 답을 한 것 같아요. 실은, 잘 모르는 분인데, 제가 한 것도 없는 데 어떻게 번거롭게 하느냐, 였지요. 너도바람님은 어떤 분인지, 감이 안 잡히더군요. 틀림없이 좋은 분인데, 그냥, 예사롭지 않을 것 같다는 것 밖에…
뮤즈님은 왠지 잘 맞을 것 같다는 예감이 있었습니다.
워낙 저를 잘 봐주셨으니까. 뮤즈님이 제주도에 계실 무렵, 제가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가게에서 접시를 보고, 뮤즈님 생각을 했지요. 아, 뮤즈님 꺼다. 산 다음에, 블로그를 보고 접시를 샀던 그 시간에 뮤즈님은 제가 그전에 살았던 근처에 계셨다는 걸 알았지요. 이상하지요. 뭔가 있는 것 같아요.
서울에 가기 전에 빈말이라도, 일본에서 필요한 게 없느냐고, 묻지 못했지요. 제가 뭔가 살 시간이 없었거든요. 집에 있던 인스턴트 카레루를 있던 거 다, 세 개였지만, 집어넣고 갔지요. 근데, 저는 제가 아는 사람들에게, 제자거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에게도 선물을 그런 식으로 한답니다. 그냥, 제가 사고 싶은 걸 산다는… 그런데, 잘 모르는 분에게는 선물을 사는 게 조심스럽습니다. 그냥, 무난하게 과자라도 사는 게 좋은 건지… 저는 개인적인 관계에서 거의 그런 걸 산적이 없습니다.
너도바람님께는 제가 전재산(USB)을 넣고 다니는 것과 비슷한, 쪼끄만 지갑, 작가가 만들었다는 걸 준비했지요. 운이 좋게도 전철을 타기 전에 가게에 들렀더니, 가을냄새가 나는 그림이 있는 작은 그릇이 두 개 있어서, 이 건 너도바람님 거구나 생각을 하며 샀답니다.
만나는 날은 그 전날 밤늦게 먹은 저녁에, 잠을 못 잔 탓으로 온몸이 퉁퉁 부었습니다. 아침에 증명사진을 찍으려고 오랜만에 화장, 화운데션을 발랐더니, 밀리고… 낮에 일을 마치고 인사동에 갔지요. 제가 인사동을 잘 모릅니다. 그동안 뮤즈님이 쪽지를 보낸 것도 모르고 갔지요. 짐을 들고 지하철로 가서 약속 장소가 어디에 있는지 찾았는데, 너도바람님이 먼저 가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다음에 뮤즈님이 오셨고요. 우선 짐을 줄이고 싶으니까, 가져간 걸 드리고, 제가 짜는 옷이 궁금할 거라고, 두 장 정도 가져간 것을 보입니다. 너도바람님이 뜨개질도 잘하신다네요, 제가 뜨게질에 관한 인상적이었던 글도 너도 바람님 글이었다는… 제 뜨개질은 독학에 제멋대로 스타일이라, 그 말을 듣고 순간 추춤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죠. 그냥 보기만 하시기에, 왜 입어보지 않느냐고, 너도 바람님 옷을 벗겨서 입혀보고 했답니다. 너도바람님이 아주 날씬하시더군요. 지금까지 제 옷을 입어본 사람들 공통점은 갑자기 춤을 추거나, 거동이 아주 이상해지는 데, 너도바람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답니다. 얌전하시다는…
그리고 먹방지기님이 등장을 하셨지요. 부채에 좋아하신다는 스님 시를 써 주셨는데, 그 글 속에 제 이름 뜻이 들어있어서 좀 놀랐습니다. 제 이름이 흔한 이름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책 제목을 쓰셨다는 책과 DVD도 주셨습니다. 이 분은 좋은 분이라는 걸 금방 알았습니다. 소맥도 잘 만드시나 봅니다. 그리고 여자들 틈에 계시면서, 조용히 말을 경청하시더군요. 마치 학습태도가 아주 좋은 학생처럼…
너도바람님은 재주가 많을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전혀 그런 티를 안내는 겸손하심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라는 책을 주셨습니다. 이 책을 돌아오는 날 아침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줄줄 흐르게 하는 이상한’ 책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두 번째 읽기에 들어갔는데, 읽고 나서 제멋대로 독후감을 쓰지요.
뮤즈님은 복숭아 한 상자, 그 걸 사려고 아침에 도매시장에 가셨다는, 클라라 씨네 가서 사 온? 떡에 작가분이 만드셨다는 보석함 두 개, 그 걸 포장하는 데 보석함과 맞는 색 손수건으로 꽁꽁 싸고 그 위에 핑크색과 흰색으로 짠 수세미를 입혔습니다. 정성이 대단하십니다. 저는 저 편하게 하는데, 뮤즈님은 정성이시더군요. 보석함이 아니라,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 정성 그 자체가 보석이겠지요. 그때는 몰랐는데, 집에 와서 보니, 뮤즈님이 쓰신다는 불가리 향수 냄새가 폴폴 납니다. 향수 냄새가 가실 때까지 풀지 않고 있겠지요. 향이 꽤 오래갑니다. 복숭아와 떡은 호텔에 가져가서, 그 밤에 하나를 먹고, 이튿날 아침에 또 하나를 먹고 나머지는 가져왔지요. 떡은 이튿날 아침으로 먹었고요. 복숭아는 어제도 하나 먹고, 오늘도 먹어서 두 개가 남아있습니다. 저는 과일을 냉장고에 안 넣는 사람이라, 부엌에 보이게 놓고 가끔 쳐다보고 쓰다듬기도 하면서 일을 합니다
복숭아가 단순히 복숭아가 아니라 뮤즈님 마음이 같이 보이네요. 그래도 먹어치웁니다만…
제 친구도 같이 갔었는데, 저는 좀 들떠 있었습니다. 지고 있던 륙포켓에서 작년에 갔던 네팔 포카라에서 주워 온 작은 돌과, 올해 봄 칠레 엘탑 바닷가에서 주워 온 작은 돌을 드렸더니 재미있어해 주십니다.
우연히도 그 날 만난 분들이 공통으로 연결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아마 이런 걸 인연이라고 하는 걸 까요?
찻값은 뮤즈님이 내주셨고, 식사는 너도바람님이 내주셨습니다. 초면인데 제가 크게 폐를 끼친 마음입니다.
그런데, 참 오랜만에 좋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마, 여운이 아주 길게 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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