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14 안희정의 셀프 사형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4도로 나름 뜨거운 날씨였다. 어제 비가 와서 같은 기온이라도 좀 선선하게 지냈다. 아침에 맑게 개인 하늘에서 내리쬐는 눈부신 햇살이 두려웠다. 어제 밤늦게 자서 아침에 일어난 것도 늦었다. 늦어도 준비해서 도서관에 갈까 했는데 벌써 너무 더운 시간이 되고 말았다. 그냥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쉴 때라도 밤에 잠을 안자면 몸이 피곤하다.
오늘 안희정이 정무비서를 성폭행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며칠 전부터 요새 한국사회의 이상한 기류를 보며 안희정이 무죄판결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만약에 무죄판결이 나온다면 어떤 이유로 무죄가 되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피해자가 미투를 하고 나왔을 때, 안희정은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것이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태도여서 이 사건을 어떻게 끌고 가는지, 귀추가 주목되었다. 안희정은 차기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주목을 받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였다. 그랬기에 정무비서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미투가 나왔을 때, 이미 정치적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안희정이 스스로 도지사직에서 내려오고 자신의 범행을 시인하면서 조금이라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을 때, 정치적으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완전히 죽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간이기에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고 반성하는 것이 피해자에 대한 최저한의 도리이며 자신을 지키는 길이다. 자신이 인정한 잘못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나왔을 때부터 다음 행로를 어떻게 하려고 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안희정은 오늘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음으로 자신 스스로에 대해 사형선고를 했다. 판결을 받은 직후에 "다시 태어나도록 더 노력하겠다"라고 했단다. 미안하지만, 지금까지 문맥에서는 다시 태어날 수가 없다. 자신 스스로가 자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으니까, 지난번 사형선고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번 사형선고는 자신 스스로가 내린 확인사살이나 마찬가지라 정치가로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다. 혹시, 자한당에 간다는 길이 다시 태어나는 건가? 그렇다면 말이 된다.
오늘 안희정이 무죄판결 근거에 대해 공범 격인 재판부에서 해괴한 말이 많이 나왔다. 예를 들면 "위력 관계였지만 위력 행사 증거 없다"라고 한다. '위력 관계'라는 것은 위력을 행사하거나 말거나 상관이 없다. '위력 관계'라는 것 자체가 '위력'이었다는 걸 증명한다. 안희정이 성폭행 후에 정무비서에게 사과까지 하고 "괘념치 말거라"라는 글을 남겼다고 했다. 나는 그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조선시대 임금이 신하에게 하는 말도 아니고....... 안희정이 '제왕적으로 군림'했다는 걸 알려주는 문구였다. 성폭행을 한 가해자가 괴로워하는 피해자에게 "괘념치 말거라"라는 말을 하는 자체가 '위력'이 아니고 무엇인가?
거기에 성폭행 피해자가 있는데 "현행법에서 처벌 어려워"라는 말도 안 되는 해설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고 가해자가 있는데 그에 딱 맞는 조항이 없어서 처벌을 못한다는 해괴한 논리는 초등학생에게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안희정의 판결은 무죄로 났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안희정의 무죄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공격하는 절호의 무기가 되고 말았다. 한국에서 미투가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이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전 보수정권이었다면 미투가 나올 수 있었을까? 촛불 혁명을 통해 세워진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에 미투가 나올 수 있었다. 안희정의 성폭행 사건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민주당에서 서둘러 자르지 않았나? 추미애 대표가 여성이기에 파급력을 예상해서 신속히 대응했다고 본다. 이번 판결에 대해 아직, 민주당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민주화와 적폐 청산이라는 개혁이 아닌 어디로 보고 있나? 민주당이 침묵을 지키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에 더없이 좋은 빌미를 제공한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국민의 요구라는 결과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걸 국민들이 절실히 느끼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가 민주당의 우클릭으로 자한당이 되어 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설마 모르는 건 아니겠지?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에 힘입어 유지되고 있었는데, 이번 안희정으로 인해 폭망 할지도 모른다는 것도 알고 있기 바란다. 민주당은 정신 차리길 바란다. 국민들의 젠더 감수성이 정치가나 재판부, 안희정보다 훨씬 높다는 걸 알아야 한다. 안희정은 자신이 무죄판결을 받는 걸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몰락시키는 걸로 행로를 바꿨나?
안희정의 무죄판결은 본인과 민주당, 문재인 정권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건 남성우월주의에 의한 가해자 시점에 선 판결이다. 그래서 재판부가 공범이 되고 말았다. 재판부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마당에 무서울 것이 없어졌나? 허긴 재판이 진행될 때 '정조가 어쩌고'하는 말이 나왔다는 걸 들었을 때도 지금 어느 시대를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가 '처녀'였다면 성폭행 죄가 무겁고 '돌싱'이면 죄가 안된다는 것인가? 지금은 부부간이어도 합의가 없으면 성폭행이 된다는 걸 모른다는 건가?
안희정이 몰락은 자업자득이다. 이번 사건으로 그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느낀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안희정의 무죄판결은 한국의 수많은 여성들에게 절망을 안겨줬다. 용기를 내서 미투를 한 여성들, 미투에 나서진 않았지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 한국의 남성우월주의 성폭력적인 요소가 충만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이다. 물론, 한국사회가 보다 젠더 평등한 사회로 나가길 바라는 남성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안희정처럼 권력을 등에 업고 여성에게 성폭력을 행한 사람이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람,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들에게 꿈과 용기를 줬다. 그런 범죄자와 잠재적 범죄자에게는 천국이 되고 말 것이다. 안희정이 무죄를 받은 죄가 크다.
안희정은 혼자 셀프 사형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자기가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것으로 의자왕도 아니고 수많은 여성들과 민주당, 문재인 정권까지 이끌고 수렁으로 향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여성들이 더 각성할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정체성을 확실히 할 것은 요구하겠지.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명확히 여성 인권을 주장하고 요구가 강해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젠더평등으로 가는 길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걸 이번 기회에 확실히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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