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20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오전에 흐렸다가 낮부터 이른 오후에 좀 맑았다가 저녁에는 먹구름이 잔뜩 껴서 비가 올 것 같다. 오후에도 벚꽃 구경하느라고 좀 걸었는데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추웠다.
내일은 항암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는 날이라서 오늘 신체장애자 수첩을 받으러 가기로 했다. 왜냐하면 행정적인 일이 자신들 편하게 기한을 정해 있기에 월말까지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다. 나중에 보니까, 오늘 간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나에게 필요한 물품을 신청해서 받는 게 일 년에 두 번, 4-9월과 10-3월로 나눠서 준다고 한다. 중간에 필요한 사람들이 신청해도 아마 이런 구분에 맞춰야 할 것이다.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기한과는 별도로 행정적으로 정해진 것이다.
신체장애자 수첩을 신청하는 것부터 받기까지 과정을 보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행정적인 서비스를 받기가 매우 불편하게 설정된 걸 알 수 있었다. 수첩을 신청하는 것도 가까운 주민센터 같은 곳에서는 할 수가 없다. 시청 본청의 중간지점 같은 사무소에 일주일에 이틀, 화요일과 목요일에 한정된 걸 신청만 할 수 있다고 한다. 3월 1일 3차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맞으러 간 날, 버스를 타고 30분 걸리는 곳에 조금 일찍 가서 신청했다. 신청에 필요한 병원의 진단서 등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서 갔더니 신청하면 심사하는데 3주 걸리니까, 그 이후에 통지서가 온다고 한다. 3주 후에 결정이 난 걸 우편으로 알려줬으니 아무리 빠르게 해도 4주 걸린다. 시간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 수첩을 받으러 아주 먼 길을 가야 했다.
오늘 아침에 집을 나선 건 9시 40분이었다. 10시 2분 전철을 타고 가서 다시 JR로 갈아타서 시청이 가까운 큰 역에서 내렸다. 거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가니까, 시청이 나왔다. 나는 지금 사는 곳에 15년 정도 살지만 시청, 본청까지 갈 일이 없었기에 처음으로 간 거다. 그런데,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이렇게 어려운 발걸음을 시키는 시스템 자체가 이용자에 대한 배려가 상당히 결여되었다는 걸 알려준다. 전철이나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없이 금방 금방 갈아타도 편도 1시간 이상이 걸렸다. 전철과 버스를 기다렸다면 아마 편도 2시간 걸렸을 것이다. 시청에 가서 잠깐 기다렸다가 일을 보고 나오니 12시였다. 다시 집에 가까운 역까지 돌아온 시간이 오후 1시 반이 넘었다. 내가 어느 산간벽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동경 교외에 교통도 불편하지 않은 곳에 살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행정서비스를 받기 위해 시청까지 가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교통비에 몸도 피곤하다. 그런데, 일본에서 살려면 이런 불편함을 당연한 것으로 감수하지 않으면 나처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왜 이런 걸 가까운 시민센터 같은 곳에서 신청하고 교부받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일본에서도 장애의 정도, 등급에 따라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을 받을 수가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신체장애 4급, 인공항문에 필요한 물품 상당 부분을 지원받을 정도로 다른 혜택은 별로 없다. 자동차를 운전할 경우, 내 명의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면 고속도로 통행료를 할인해준다는 것이 있고, JR의 경우 100킬로 이상 가면 보통권을 50% 할인해 준다고 한다. 100킬로 이상 간다면 특급을 타기에 사실상 거의 쓸 일이 없다. 다른 것도 할인이 있을 수 있다고 나에게 직접 문의해 보라고 한다. 도영 버스나 도영 전철은 무료라고 하는데 내가 사는 곳에서는 거의 이용할 일이 없다.
내가 필요로 하는 물품도 한정된 것으로 급부권을 받아서 물품을 주문하는 회사에 주는 식이다. 정해진 품목과 한도 내에서 주문을 할 수 있다. 남아도 이월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남는 것이 아니라 모자랄 정도다. 모자란 것은 자비로 구입하라고 한다. 그래도 어느 정도 필요한 물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걸 다행으로 여길뿐이다.
집에 오는 역에 도착했더니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서 아주 배가 고팠다. 솔직히 시청에 왕복하는데 이렇게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오전 중에 여유롭게 일을 볼 줄 알았다. 오후에는 날씨가 좋다고 해서 역 근처 강가에서 벚꽃구경도 할 생각이다. 마트에서 작은 도시락을 샀다. 원래는 생선초밥을 살 생각이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초밥 종류가 없어서 놀랐다. 아마, 잘 팔리지 않는 모양이다. 요새 제철이라는 조개 조림 등을 얹은 일종의 영양밥을 샀다. 우선, 벚꽃이 먼저 만개한 쪽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앉아서 도시락을 먹는 강가로 갔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다른 사람들과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앉아서 손을 소독하고 도시락을 후다닥 먹었다.
벚꽃구경을 하려고 걷기 시작했는데, 일찍 피는 쪽은 만개해서 강한 바람에 꽃잎이 조금씩 나부끼는 곳도 있었다. 다른 쪽은 아직 덜 피어서 조금 이른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벚꽃 구경하기에 딱 좋은 조건을 갖추기는 쉽지 않기에 내친김에 강가를 따라 벚꽃을 보면서 걸었다. 날씨는 흐렸다가 맑았다가 했지만 괜찮았는데,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추웠다. 오늘 내가 입은 건 긴소매 원피스에 아래 스키니 청바지, 위에 다운 베스트에 윈드브레이커를 입었다. 전철을 타면서 보니까, 전철도 작년 12월 이래 처음 탔다.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도 다 옷차림이 얇고 나처럼 다운 베스트를 입은 사람은 한 명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벚꽃구경을 하면서 강가를 걸을 때 강한 바람으로 추워서 다운 베스트를 입은 게 다행이었다. 강가를 따라 1시간 반쯤 걷고 집을 향했다. 중간에 달래도 좀 캤다. 집에서 가까운 내가 좋아하는 벚꽃나무가 있는 곳에도 갔다. 머위도 6장만 땄다. 집에 도착했더니 오후 4시가 넘었다. 아침에 집을 나간 시간을 생각하면 참 긴 시간 밖에서 보낸 셈이다.
저녁에는 미역 생채를 만들고 낮에 산 야끼소바를 만들어서 먹었다. 단백질이 부족한 것 같아서 미역 생채에 닭 가슴살도 넣어서 영양을 보충했다. 야끼소바에는 양배추와 달래를 넣어서 나름 봄 향기를 더했다.
작년에 찍은 벚꽃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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