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8도밖에 안 되는 매우 추운 날씨다. 잔뜩 흐리고 비가 오는 겨울보다 훨씬 더 춥게 느껴지는 날씨다. 요새 동경이 좀 춥다. 겨울처럼 최저기온이 내려가고 최고기온도 낮다. 그래도 어제는 아침부터 햇살이 좀 나서 약간 풀렸지만 날이 따뜻해지는 건 오후에 들어서다. 오후에는 다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기에 따스함을 느끼는 시간을 짧다.
나는 지난 3월 중순에 항암치료를 위해 처음 입원해서 목요일 오전부터 링거를 맞기 시작해서 토요일 낮에 링거가 끝나자 점심을 먹고 퇴원했다. 처음에는 2주일 간격으로 항암치료를 하자고 해서 2번째부터는 외래로 간다. 지난 목요일 아침 9시 예약으로 시간이 되기 전에 도착했더니 혈액검사부터 시작해서 검사 결과가 나와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예약시간보다 일찍, 병원이 문을 여는 8시 반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는 걸 알았다. 병원은 도보로 20여분 거리라서 버스를 타도 그 이상 시간이 걸리기에 도보로 걷는 길도 좋고 시간도 효율적이라서 편리하다. 다른 사람들도 병원문 여는 시간에 맞춰서 온다고 한다. 나도 다음에는 8시 반 전에 도착해서 조금이라도 일찍 혈액검사를 하는 것이 진료를 받고 다음 순서를 진행할 수가 있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처음이라서 천천히 진행하면서 경과를 본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외래로 가면 입원했을 때보다 모든 것이 빨리 끝나는 줄 알았더니 그렇지가 않았다. 혈액검사 결과가 나와서 진료를 받은 건 11시에 가까웠던 것 같다. 병원에서 이렇게 오래 기다리는 일도 없었는데 검사 결과가 나와야 하니 어쩔 수가 없다. 진료를 받기 전에 지난번 치료 이후 어떤 부작용이 있었는지 자세한 문진표를 작성한다. 주치의와 진료도 혈액검사 결과를 보면서 백혈구 수치가 많이 떨어졌고 골수 수치가 떨어져서 2주일 간격 치료가 사실상 다음부터 힘들 것 같다고 해서 3주 간격으로 하기로 했다. 다음 예약은 4월 하순으로 잡고 CT도 촬영하기로 했다.
그다음은 외래 치료실에 갔더니 링거를 3시간 반 동안 맞는다고 도시락을 사다가 먹으면서 맞아도 된다고 한다. 침대와 리클라이너 의자가 있는데 어느 쪽을 쓸 거냐고 해서 침대로 하기로 했다. 치료실을 봤더니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은 다 남성들이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서 커튼을 치고 시야를 가렸다. 링거를 바꿔가면서 1시간짜리와 2시간, 5분 등을 맞다 보니 3시간 반이 아니라, 4시간 이상 걸렸다. 처음이라서 점심을 먹지 않고 그냥 링거를 맞기로 했다. 다음에는 먹을 걸 가져가도 되는데 CT촬영을 위해서는 4시간 전까지 먹으면 안 되니까, 간식이라도 가져가서 먹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아주 긴 시간 맞아야 하는 링거는 바늘을 꼽은 채 링거를 지참하고 병원에서 나온다. 약국에 가서 약을 받는 데는 오후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그다지 기다리지 않고 받았다. 약국에서 약을 받는 것도 사람이 많으면 1시간 이상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시간보다 길게 걸린다. 주변에 다른 약국이 없어서 다 거기로 가기 때문이다. 마지막 링거는 끝나면 내가 혈액 용해제를 주입하고 포트에 삽입한 주삿바늘을 뺀다. 항암주사는 약이 독해서 병원에서 간호사가 링거를 취급할 때 별도로 긴 앞치마 같은 걸 입고 장갑을 끼고 취급한다. 집에서 내가 할 때도 사전에 비누를 손을 씻고 간호사가 했던 것처럼 마스크에 페이스 실드를 하고 비닐 긴 에프론을 입고 장갑을 끼고 해야 한다. 빈 링거 통을 비롯해 주사 바늘 등 관련 쓰레기는 지퍼가 달린 비닐백에 보관했다가 다음 병원에 갈 때 가져간다. 항암치료 약이 독하다고 화장실 사용도 튀지 않게 조심하고 물을 두 번 내리라고 한다. 링거를 맞을 때 입은 옷도 따로 두 번 세탁을 하라고 한다.
병원에서 나올 때 해방감이란 표현하기 힘들다. 외래로 가서 간단히 끝나는 진료나 장기간이나 단기간 입원도 마찬가지로 병원을 나와 약을 받아서 나올 때는 약간 들뜬 느낌으로 발걸음도 가볍다. 사실, 항암치료 부작용을 느끼기 시작하는 건 병원을 나와서부터다. 손끝이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저리고 손가락이 곱은 것 같다. 콧물이 나와 코밑이 헐고 입술과 눈 주위 피부가 일어나면서 주름이 자글자글해진다. 피부가 푸석푸석해지고 얼굴도 벌써 많이 탄 것처럼 검어졌다. 머리에서도 비듬 비슷한 가루가 떨어지는 것 같고 머리도 푸석푸석해진 것 같다. 손이 저리고 손가락이 곱으면 다른 일을 하기가 불편하다. 손톱이 갈라지는 것도 부작용인 모양이다. 이런 현상은 약을 집중적으로 주입할 때 더 많이 느껴지는데, 시간이 지나면 항상 그런 상태가 된다고 한다. 지난번 입원했을 때 병원에서 잠을 못 자서 변비가 된 줄 알았더니 이번에도 링거를 맞는 동안 변비가 된다. 변비와 설사도 부작용이라고 하는데, 설사보다 변비가 낫다.
집으로 오는 길에 개두릅을 두 개 따고 머위 꽃도 두 송이를 꺾었다. 달래도 조금 캐서 항암치료를 받았다고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병원에서 집에 온 시간이 오후 4시가 넘은 걸 보면 하루 종일 병원에서 보낸 셈이다.
마지막으로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링거가 끝날 예정시간이 어제 오후 1시였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시간을 기다리면서 주삿바늘을 빼고 밖에 나가고 싶어서 끝나길 기다렸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다리다가 지쳐서 시간이 너무 늦을 것 같아 4시 반에 쌀을 사러 마트에 갔다. 오늘 쌀이 20% 싸게 파는 날이니 놓치면 다음 주까지 기다려야 한다. 쌀도 쌀이지만 벚꽃을 보는 것이 우선이었는데 시간이 늦어서 꽃을 보면 추워질 것 같다. 쌀을 사고 배낭에 넣어서 그래도 조금 벚꽃을 보고 돌아왔다. 집에 왔더니 6시가 넘었다. 춥고 주삿바늘을 꽂은 채라도 바깥공기를 마시니 기분전환이 된다.
그러고 보니 벚꽃나무 사이에 걸린 등이 켜진 늦은 시간에 벚꽃을 본 건 처음인 것 같다. 어제는 마트에도 벚꽃 구경하는 사람들이 도시락을 사느라고 붐볐다. 벚꽃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일본에서 벚꽃 구경은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이나 나이 먹은 사람들은 낮에 가지만, 벚꽃놀이는 주로 밤에 벚꽃나무 아래서 자리를 잡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걸 뜻한다. 벚꽃이 필 무렵 신입생과 신입사원 환영회를 하기에 벚꽃놀이는 대놓고 대량으로 음주를 하고 노는 걸로 인식되는 면도 있다. 일본 대학생이나 샐러리맨들이 고주망태가 되어 인사불성이 되는 일도 다반사다. 특히, 아직 술 마시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대학 신입생이 선배의 권유나 주위 분위기에 휘말려 술을 대량으로 마셔서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고도 심심치 않게 났었다. 아직 코로나가 끝난 것이 아니라, 그런 걸 제한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전부터 하던 걸 잊지 못한다. 동네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조촐하게 마트에서 도시락을 사고 맥주를 사서 벚꽃나무 아래서 먹고 마시면서 수다를 떠는 것 같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그냥 산책만 한다. 나도 주로 혼자서 산책만 하는 편이다. 어제 뉴스에 벚꽃구경을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 끝난다고 나온다. 왜 이런 뉴스를 좀 더 일찍 내보내지 않는지, 당일 낮에 알려준다. 벚꽃구경을 하기 좋은 날씨가 있어서 벚꽃이 폈다고 언제나 꽃구경을 하기 좋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어제는 날씨가 괜찮았는데, 링거가 끝나는 걸 기다리느라고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다.
결국, 링거가 끝날 시간을 한참 지나도 끝난 건지 잘 몰라서 주사바늘을 뺀 것은 저녁 7시였다. 장장 52시간이나 링거를 맞았다. 어젯밤은 링거를 끝내고 일주일 만에 천천히 목욕을 하고 잤더니 오늘 아침 몸이 가벼웠다. 춥고 비가 와서 몸이 무거운 것이 정상인데도 몸도 가볍고 얼굴 피부도 약간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아침에는 4일 만에 요가를 하고 밥도 해서 아침밥을 진수성찬급으로 차려서 먹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느끼는 점은 일상생활에서 불편없이 했던 일들이 매우 소중하다는 것이다. 몸에 인공항문이나 배에 난 큰 상처부위에 거즈를 붙이고 링거를 달고 생활해보면 그중 하나만 떼어내도 매우 홀가분하게 느껴진다. 다른 부작용도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몰라도 아주 작은 차이가 느낌상으로는 크게 다가온다. 추운 날 밤에 장시간 목욕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호사로 느껴진다.
오늘도 겨울처럼 추운 날씨여서 밖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 하루에 1시간 이상 산책하기로 했지만 날씨가 너무 춥다. 점심에는 달래장에 산나물 비빔밥을 해서 먹을 생각으로 데칠 나물을 물에 담가놨다. 나 자신의 생명력이 약해져서 면역력이 많이 떨어졌다니 자연의 생명력을 가능한 많이 빌리고 싶다.
작년에 찍은 벚꽃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