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20도까지 올라간 바람도 강하지 않은 따뜻한 날씨다. 어제도 춥지 않았지만 오후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강가를 걸으니 좀 추웠다. 오늘도 비슷한 시간에 같은 장소를 걸었지만 꽤 포근했다.
어제는 오후에 많이 걷기로 해서 집 뒤쪽 강가 벚꽃을 보기로 했다. 내가 주로 벚꽃을 보러 가는 강가는 집 앞쪽으로 역과 가까운 곳이다. 거기에 비하면 집 뒤쪽은 빈약하지만 사람이 정말로 적고 길을 많이 건너지 않아도 되어 걷기가 편하다. 어제 작정해서 걸었더니 무려 3시간이나 걸었다. 아주 많이 걸어서 밤에 잠을 잘 잘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몇 시간 못 자고 깨고 말았다.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도 할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조용히 책을 정리했다. 오늘 아침에도 가볍게 50권을 정리해서 재활용 쓰레기로 내놨다. 가까운 공원에 가서 달래도 좀 캤다. 아침도 먹기 전에 하루 할 일 반 이상을 마친 기분이었다. '파친코' 1화가 공개라고 유튜브에 떠서 메모를 하면서 봤다. 컴퓨터 모니터 화면이 빛을 반사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집중해서 봤다. '파친코'에 대해서는 1화 밖에 보지 못했지만, 다른 회차도 볼 기회가 있으면 그 내용에 대해 다른 기회에 쓰기로 하겠다. 아주 신경 써서 작정하고 만든 드라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파친코'를 보고 났더니 아직 오전인데 일을 많이 한 기분이 들었다. 밖에 산책을 나가기도 시간이 어중간했지만 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피곤하다. 허긴 어제 3시간이나 걷고 3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 잤는데 새벽부터 설쳤으니 피곤할 만도 하다. 침대에 조금만 누워 있다가 나갈 채비를 하려고 했더니 잠이 들고 말았다. 잠이 깬 것은 오후 1시로 점심 먹을 시간이었다. 시간이 이상하게 뒤죽박죽 되고 말았지만 피로가 풀려서 다행이다.
이틀 전에 정리한 책과 합치면 200권을 버렸다. 주로 문고본과 신서로 부피가 작은 책이라서 책장은 아직도 책이 없어진 티가 나지 않는다. 책장에는 이중으로 책을 꽂아서 뒤쪽은 좀 큰 책이고 앞에는 작은 책이다. 그래도 작은 책이 조금 비니까, 뒤에 있는 책도 조금 보이고 책을 빼고 넣는데도 여유가 생겨서 작업하기가 수월해진 점이 큰 발전이다. 오늘 아침에 버린 책에는 사회학에서 고전이라는 책들과 베스트셀러 종류, 일본 문화와 사상, 언어, 강의할 때 쓴 교재 등이 있었다. 그런 책을 묶어서 버리니 나도 약간 묵은 때를 밀었다고 할까, 탈피하는 기분이 들었다. 책은 사이즈 별로 다 묶어서 재활용 쓰레기에 놓고 그 발로 가까운 공원에 가서 달래를 캤다. 이른 아침이어도 찬기운이 없어서 이틀 사이에 날씨가 많이 따뜻해진 걸 느꼈다.
점심을 먹고 친한 이웃에게 전화했더니 일주일 이상 연락이 없어서 내가 아픈 줄 알고 걱정하고 있었다. 산책하는 시간이 들쭉날쭉해서 혼자 산책하고 언니네가 온 날은 집에서 지냈다고 했다. 어제 걸었던 강가 벚꽃을 보고 도중에 있는 공원에 요즘 피는 꽃을 보러 가기로 했다. 올해는 벚꽃이 핀 다음에 날씨가 추워져서 오래가는 편이다. 벚꽃이 진 곳도 많지만 지금 볼만한 곳도 남아 있다. 친한 이웃은 주변을 매일 아주 많이 걸어 다녀서 그런 걸 잘 알고 있다.
친한 이웃은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는데 16년이나 키우다가 이별한 지 2년 정도 된다. 강아지를 아침저녁으로 산책시킬 때는 주변에서 강아지 키우고 산책하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수다를 떨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강아지가 노화로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이별 한 이후에는 주로 혼자서 산책하기에 다른 사람들과 접할 기회가 적다. 거기에 코로나로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래서 말을 할 일이 없어서 물건 이름도 좋아하는 동식물 이름도 다 까먹고 말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머리가 이상해졌다고 한다. 머리가 이상해진 것이 아니라, 그런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나도 강의를 하지 않으면 하루에 한마디도 말할 일이 없는 일이 많다. 이상한 세상을 살다 보니 그냥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내가 유일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친한 이웃이다. 이런 수다에 기승전결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도중에 있는 공원에는 버섯을 따러 가기도 하는데 봄에는 죽순이 나온다. 다른 곳에서도 죽순이 나지만 여기 죽순이 좀 크고 좋다. 꽃을 보고 죽순이 나오지 않았을까 했더니 이웃이 아직 이르다고 한다. 그래도 죽순이 나는 곳을 보기로 해서 갔더니 다른 사람들이 죽순을 캔 자국이 여기저기에 있어서 죽순이 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나도 죽순을 3개 정도 발견했다. 그랬더니, 이웃이 내가 죽순을 캘 수 있게 도구를 가져오는 건데 아깝다고 한다. 나는 웃으면서 죽순을 발견해서 좋지만 막상 죽순을 캐는 것도 힘들고 집에 가져가서 손질하고 오래 삶는 것도 손이 많이 간다고 했다. 무인 야채 판매에 삶은 죽순이 나오면 그 걸 사 먹겠다고 오늘은 죽순이 난 걸 발견한 걸로 만족한다고 했다. 죽순은 매일 나오니까, 앞으로도 죽순을 캘 기회는 많이 남았다고 한다. 사실, 그런 걸 찾아서 캐는 재미가 있기는 하다. 그 공원에서 몇 년 전인가 감을 많이 따다가 말려서 곶감을 만든 적이 있었다. 그 해에는 정말로 감이 많이 열렸는데 해마다 감이 열리는 것도 다르다. 다른 쪽에서 부추를 자주 베어온 일도 있었다. 계절에 따라 자연산 먹거리가 제공되는 공원이기도 하다.
이웃과 같이 강가를 걸어서 이웃네 집 마당에 핀 꽃을 봤다. 이웃은 정원을 가꾸는 게 중요한 일과로 정원을 아끼고 사랑한다. 계절마다 정원 표정이 달라진다. 오늘은 정리하는 정원수 끝이 빨간색이 되는 잎을 얻어왔다. 어제는 길에서 보라색 무꽃과 유키야나기를 좀 따서 방에 꽂았다. 오늘 빨간색 잎을 많이 가져다가 꽂으니 책상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꽃들이 아주 풍성해진 느낌이 든다. 주변에는 강가에도 유채꽃이 폈고 계절에 따라 각종 야생화가 피기에 가끔 그런 걸 얻어오기도 한다. 이렇게 주변에서 거저 얻어오는 걸로 계절을 느끼고 생활에 작은 변화를 준다.
요새는 하루 세끼 먹는 걸 올케와 둘째 언니에게 사진을 찍어 보낸다. 언니가 먹는 걸 걱정하기도 하고 나도 잘 먹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안심할 것이다. 사진을 찍으면 먹을 것에 더 신경을 쓰게 될 것 같아서 그렇게 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둘째 언니가 해준 닭죽을 먹었는데 아주 맛있었다. 저녁에는 흑미와 검은콩을 넣은 현미밥에 보말을 넣고 육수를 낸 된장국, 도루묵 구이, 머위장아찌, 표고버섯 조림, 거북손 회무침을 먹었다. 거북손 회무침을 오늘로 다 먹었다.
작년에 찍은 앞쪽 강가 벚꽃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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