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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항암치료를 못했다

오늘 동경은 맑고 최고기온 26도까지 올라간 매우 따뜻한 날씨였다. 어제까지 비가 오고 쌀쌀한 날씨여서 오늘 오전, 오후가 되어도 젖은 지면이 마르지 않는 습도가 매우 높았다. 날씨가 맑고 따뜻해서 이불과 베개를 말리고 겨울 이불은 정리하기로 했다. 담요나 패드 등 큰 빨래를 많이 해서 말리고 정리했다. 겨울 이불을 정리하고 침대도 봄에 맞게 새로 세팅을 했다. 이런 일을 하다 보니 오후가 되었다. 날씨가 더운 것 같아서 산책을 오후 늦게 나가기로 했다. 오후 3시가 넘어서 겹벚꽃을 보러 가기로 했다. 중간에 거쳐가는 공원에서 모렐 버섯 두 개를 땄다. 올봄에 모렐 버섯은 네 개를 딴 셈이 된다. 오늘 딴 모렐 버섯은 크기도 크고 상태도 아주 양호했다. 겹벚꽃을 보러 가는 길에 철쭉을 잘라서 버리는 작업을 하는 곳이 있어서 자른 철쭉꽃을 한 다발 얻었다. 겹벚꽃은 아직도 예쁘게 핀 상태이지만 늦은 오후 햇살에는 그다지 예쁘게 보이지 않았다. 오전이나 낮 햇살이 밝아서 훨씬 더 예쁘게 보이는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공원에 들러서 죽순을 발로 밀어서 캤다. 죽순을 12개나 캤지만 발로 밀어서 윗부분 만이라 아주 작다. 그래도 큰 것도 하나는 건졌다. 버섯을 따는 계절에는 작은 칼을 들고 다닌다. 오늘 그 공원에 부추가 많아서 공원에 가서야 칼을 가져와야 했는데 생각이 난다. 그래도 오늘은 죽순을 많이 캐서 많은 수확이 있었다. 죽순은 바로 삶아서 지금 식히고 있는 중이다. 자기 전에 냉장고에 넣을 생각이다. 죽순도 제철로 맛있는 계절이라서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야지. 지금 봤더니 은방울꽃도 더 많이 폈다. 철쭉꽃도 작은 것은 은방울꽃 옆에 꽂고 오늘 받은 건 큰 것이라서 부엌에 꽂았다. 철쭉꽃은 짙은 분홍인데 다른 꽃도 비슷하게 화려한 색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오히려 청초한 은방울꽃이 더 눈에 띈다. 

 

 

어제는 항암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요즘 항암치료 일정에 맞춰서 생활을 하고 있을 정도로 항암치료가 중요하다. 어제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준비해서 병원에 갔다. 8시 30분에 병원문을 연다고 들어서 그 시간에 맞춰서 갔더니 병원에 들어갈 수 있는 건 8시부터였다. 8시에 들어가서 기다리다가 대기 번호표를 받고 8시 30분부터 진찰권을 넣어 예약 내용을 프린트할 수 있게 되는 모양이다. 어제 병원에 도착했더니 8시 35분이라서 대기 번호표를 받고 바로 진찰권을 넣었다. 다음에는 8시까지 가는 게 좋다는 걸 알았다. 바로 혈액검사를 갔지만 좀 기다려서 9시가 되었다. 다음은 X-레이를 찍었다. 혈액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1시간 걸린다. 1시간은 아무것도 못하고 외래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한다. 일찍 가면 일찍 간만큼 먼저 시작할 수 있으니까, 일찍 가는 것이 좋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혈압과 체중, 체온을 재고 문진표를 작성한다. 10시 반이 지나서 진찰실에 갔더니 혈액검사 결과 골수 수치가 많이 부족하고 백혈구도 적어서 오늘은 항암치료를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 주에 다시 가기로 했다. 항암치료를 2주 간격으로 할 예정이었는데 골수 수치가 낮아서 못할 걸로 보고 3주 간격으로 했는데 다시 일주일 뒤로 밀렸다. CT예약보다 시간이 훨씬 일렀지만 아침을 먹은 지 4시간이 된다고 시간을 앞당겨서 찍기로 했다. CT를 찍는데도 뭔가 주입해서 몸이 뜨거워지는 반응을 한다. 진찰을 하고 약을 하나 줄였다. 약국에 가서 약을 받은데도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아서 일찍 끝났다. 그래도 병원에서 여기저기 돌면서 4시간 걸렸다. 정작 메인인 항암치료를 못 받아서 병원에 체재하는 시간은 반으로 줄었다. 병원을 나오는데 해방되는 느낌이 아니라, 찜찜했다. 

 

다음 주에는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될지 모른다. 주치의가 외래에 있는 게 목요일이라서 목요일에 맞추면 다음 주가 아니면 황금연휴라서 금요일로 하거나 일주일 더 미뤄서 6주 간격이 되고 만다. 그래서 다음 주로 하기는 했지만 혈액 검사해서 결과를 보지 않으면 항암치료를 받게 될지 모를 일이다. 아침에 나갈 때 점심도 먹지 못할 것이라서 작은 빵 2개와 따뜻한 물도 작은 보온병에 넣고 방울토마토를 5개 갖고 갔었다. 링거를 맞으면서 먹을 생각이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은 날씨도 좋아서 밖에서 먹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바로 집으로 왔다. 돌아오는 길에 두릅을 따려고 봤더니 너무 많이 자라 가시가 커서 따지 못했다. 

 

집에 와서 너무 피곤해서 병원에서 먹을 예정이었던 걸 점심으로 먹고 침대에 누워서 2시간을 잤다. 낮잠을 자지 않는데 정작 항암치료는 하지 않았지만 피곤했다. 병원이라는 환경이 피곤하게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체중을 쟀더니 3주 사이에 3킬로가 증가했다. 그런데 병원에 있는 사이에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서 2킬로는 빠진 것 같다. 병원에 가면 몸에서 수분이 그렇게 많이 빠져나간다. 지난번에 첫 번째 항암치료로 입원했을 때도 하루 사이에 2.5킬로가 빠졌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하루에 체중이 크게 변동한다는 걸 몰랐는데 병원에 입원하면서 체중에 관심을 갖게 되어 알았다. 내가 피곤한 건 4시간 사이에 2킬로가 몸에서 빠져나간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 또 하나는 병원에서 화장실을 들락거리면서 비누와 따뜻한 물로 손을 자주 씻어서 손에서도 수분이 증발해서 손끝이 급격히 건조해진다. 

 

어제저녁에는 날씨도 쌀쌀해서 국물이 있는 걸 먹고 싶어서 죽순을 맨 아래 깔고 중간에 미역을 많이 넣고 위에는 말린 도미를 넣어서 도미찜을 만들었다. 미역이 오래 끓이니까, 풀어진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국물을 자작하게 해서 맛있게 먹었다. 저녁을 먹고도 병원에 다녀온 여파가 있어서 힘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 일찍 침대에 들어가서 책을 읽다가 잤다. 항암치료도 예정대로 받을 수 있는 것이 좋다. 예정에서 어긋나면 다른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 항암치료를 못 받으니 괜히 숙제가 일주일 미뤄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2년 전에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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