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맑고 낮에는 기온이 25도까지 올라갔다. 어제 비가 많이 와서 물기가 남았는데 기온이 상승해서 낮에는 더운 기운이 훅 올라올 정도였다. 오전에는 일을 조금 하고 낮에는 겨울옷을 집어넣고 여름옷을 꺼냈다. 생각해 보니 코로나 기간 중에는 주로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많이 해서 여름옷과 겨울옷을 정리해서 집어넣는 일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친김에 가구 배치를 바꾸고 방 정리도 좀 했다. 아까, 다운코트와 점퍼를 개어 비닐봉지에 넣고 벽장에 넣었더니 갑자기 방에서 겨울 분위기가 사라진 느낌이 든다. 그동안 이사를 금방 할 줄 알고 빈상자도 꺼내놨었는데 빈상자도 벽장에 다 집어넣었다. 책을 정리해서 버릴 작은 상자들은 여전히 밖에 있지만 방이 정리되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고 속이 다 시원하다.
낮에는 더워서 오후 늦게 친한 이웃과 만나서 같이 산책을 했다. 낮에 햇볕을 받아 더운 기운을 내는 길을 걷기 싫어서 나무가 우거진 길을 따라서 산책을 했더니 덥지 않아서 쾌적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정말 빠르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고 집에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칭하고 아침을 챙겨 먹고 일을 좀 하고 점심 먹고 어영부영하다 보면 산책을 해야 하고 산책을 마치면 저녁을 준비해서 먹는다. 저녁을 먹고 난 다음에 일을 조금 하고 이런 식으로 지낸다. 가끔은 마트에도 가지만 다 도보생활권이다. 식사를 챙겨서 먹는 것과 산책하는 것이 주된 일과로 일은 어디까지나 곁들여하는 정도다. 지금까지 일을 할 때는 먼 곳까지 전철 타고 가서 강의를 하고 다른 일도 보고 집에 와서도 요새 내가 하는 일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했다. 아마, 에너지를 집중해서 효율을 최대한으로 높였을 것이다. 그러던 내가 지금처럼 지내면서 생각하니 너무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왔다. 전혀 그런 생활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생활에서 이전 생활을 생각하면 너무 달라서 내가 딴사람이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저녁에는 산책을 마치고 친한 이웃을 바래다주는 길에 발견한 풀을 깎고 난 뒤에 예쁘게 자란 부추를 베어다 팽이버섯과 참치에 달걀을 넣고 볶아서 먹었다.
오늘은 20세기에 일본으로 이동한 제주도 사람을 도일 시기에 따라 세대 구분을 하고 세대별 특징에 대해 정리한 걸 소개한다. 오늘은 '제1세대'로 1901-1930년 사이에 도일한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다. 제주도인은 한일병합이라는 국가 간의 관계가 결정되기 이전부터 일본에 왕래했다. '파친코'에 등장하는 고한수의 아버지와 고한수도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 때 요코하마에 있었다면 '제1세대'에 속한다. '파친코'에서는 제주도의 역사나 재일 제주도 사람에 대해 거의 언급이 없지만 고한수 아버지와 고한수에게 지금까지 소개했던 제주도의 역사, 일본의 침략과 제주도의 저항, 일본과 경쟁에서 패배, 지배를 당하게 된다. 결국, 제주도인이 일본에 고용되어 외국인 노동자로 고향을 등지고 일본을 향한다는 서사가 있다는 걸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
제3절 도일 제주도인의 세대 구분
다음 장에서 상세히 다루는 면접조사와 앙케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주도인이 20세기에 일본으로 이동한 세대를 시기별로 구분하고 그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제1세대(1901-1930년 도일)
제주도인의 일본으로 이동은 1900년 이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본 논문에서는 20세기 도일 제주도인을 다루기에 1901-1930년에 도일한 세대를 ‘제1세대’로 구분하기로 하자. ‘제1세대’의 도일은 앞에서 쓴 것처럼 일본 어선에 승선했던 사람들이 일본에 건너간 것을 시작으로 한일병합(1910년) 이후는 공장 노동자 모집에 응모해서 도일하는 형태였다. 제주도인의 일본으로 이동은 나중에 정기항로를 많이 이용하게 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자주적인 형태, 예를 들면 일본에 가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일본 배를 타고 도일하는 식이 적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 후 1922년부터는 제주-오사카 정기항로 개설되면서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가는 것이 아주 편리 해졌다(156).
1901-30년은 일본이 명치 말기에서 대정을 거쳐 소화 초기에 해당하는 시기로 제국주의적 팽창으로 아시아 침략이 놀라울 정도로 진행된 시기이기도 하다. 동시에 쇄국정책을 펼쳤던 조선이 열강의 압력에 굴복해서 개국할 수밖에 없었고, 약체화된 조선왕조는 근대국가를 시도하지만 결국 독립국가에서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말았다. 조선과 일본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격변하던 시대였다.
‘제1세대’의 도일은 앞에 쓴 조선과 일본을 둘러싼 국제정세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는 제주도와 일본의 관계가 결정적이었다. 결국, 명치 초기부터 일본의 어업 침략과 그동안 민중간의 교류가 제주도인을 일본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현재, ‘제1세대’를 유추하기 위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전제하에 ‘제1세대’의 특징을 정리해 보기로 하자. ‘제1세대’가 일본을 향했던 시기에 제주도에서 큰 자연재해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었다. 1905년 보리 흉작에 의한 기근, 1911년 태풍과 호우 피해, 1912-3년 흉작으로 인한 기근, 1914년 보리 흉작으로 한반도 쌀로 연명, 1917년 가뭄으로 인해 농업에 큰 피해, 1920년 전염병으로 1만 명 이상 사망, 1923년 흉작으로 특히 대정지역 피해가 컸다. 1925년 흉작으로 한반도에서 쌀을 들여왔다. 1926년 엄청난 한발피해가 계속되었다(157). 제주도는 태풍이 지나가는 길이어서 그 영향에 따라 농업 수확이 결정되는 지역이었다. 앞에 쓴 제주도의 상황은 제주도인이 안정된 수입을 얻기 위해 일본으로 출가를 촉진하는 작용을 했다.
‘제1세대’가 일본에서 했던 일은 해녀와 선원, 공장 노동자로 대표된다. ‘제1세대’의 초기는 주로 남성의 계절적 출가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여성은 해녀의 출가가 많았다고 추측한다. 1920년에 여성도 방직공장에 취업이 늘어 1930년에는 일본에 출가하는 남녀 비율은 남성 7, 여성 3이다(158). 초기에는 단신으로 농한기에 계절적인 출가 형태였다. 그 연령층은 1934년을 참고로 하면 15-25세 전후의 젊은 세대가 그 중심이었다. 남성을 중심으로 보면 서당을 마치고 청년기에 들어가는 시기에 일도 수습을 마쳐서 정식으로 일하게 되면서 장래 결혼해서 독립된 가정을 갖기 위해 자립하는 길을 모색하는 시기다. 여성도 성장해서 한사람 몫의 일을 하게 되면서 한반도로 출가하고, 장래 결혼 준비를 하거나 또는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시기가 된다.
‘제1세대’는 젊은 세대가 봄(3월)에 일본에 건너가 추석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서 추석을 지내고 다시 일본에 가서 명절(2월)에 귀향했다가 3월에 일본에 가서 일하는 형태였다고 본다. 계절적인 출가에서 결혼하고, 일본에서 가족을 형성하는 등 차츰 일본에 정착하면서 오사카 이쿠노와 같은 제주도인 커뮤니티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제주도인은 일본에 진출함으로 제주도 현지 채용 외국인 노동자에서 일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기 위해 출가한 것이 되었다.
‘제1세대’는 제주도 출신 마을에서 바로 일본, 오사카로 향했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출신 마을’이 생활세계의 전부였다.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을 마을 공동체에서, 마을 중심의 인간관계에서 살다가 죽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인간관계는 일본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었고 일본에서도 출신 마을을 중심으로 작은 마을 공동체를 형성해서 유지하면서 살아갔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출가한 경험이 있어도 같은 마을이나 이웃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이동했다.
각주
156) 升田 에 따르면 1922년부터이고, 杉原에 따르면 1923년 2월(232p)이다. 재일 제주도인의 증언에서 종합하면 1922년부터 제주-오사카 항로는 개설되었지만 개설 당시는 그다지 빈번한 운행을 없었을 걸로 보고 있다.
157)「在日 済州人」 11 『濟民日報』
158)杉原達「在阪朝鮮人の渡航過程―朝鮮・済州島との関連で」杉原薫他編 『大正/大阪/スラムもう一つの日本近代史』新評論 1991年 2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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