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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제주도 사람들/'파친코'와 재일 제주도 사람들

'파친코'에서 보이지 않는 제주도 역사, 4세대 B섬사람들 -5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26도로 아침부터 맑았다. 강한 햇살에 바람도 강하게 불었다. 오후 늦게 산책할 때는 그늘을 걸으면 시원하고 햇볕이 나는 곳은 여전히 따가웠다. 

 

오늘은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 예약이 있는 날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점심으로 미숫가루를 타서 작은 보온병에 넣고 준비해서 길을 나섰다. 병원에 도착했더니 8시 15분 전이다. 아직 병원이 일을 시작하기 전이라서 번호표를 받고 번호에 맞는 자리에 앉아서 기다려야 한다. 13번을 가지고 보니 13번 자리에 이미 다른 사람이 앉았다. 그래서 13번이라고 했더니 그런 건 상관이 없다고 자기는 11번이라고 한다. 번호표에 맞게 앉으라고 좌석을 지정했으니까,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11번에 가서 앉았다. 제멋대로 앉은 사람과 번호표에 맞게 앉으려는 사람들이 실랑이를 벌인다. 정해진 룰을 지키지 않으면 이런 일이 생긴다. 

 

내가 10분은 일찍 갔어야 더 편했을 것이다.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다 같은 코스를 돈다면 혈액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 다행히 혈액검사에 가서 번호표를 받으니 8번이었다. 다음은 엑스레이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외과 외래에 접수하고 나서 체온과 혈압을 잰 걸 제출한다. 9시 반이 넘어서 진료받으러 갔다. 오늘도 골수 수치가 너무 낮아서 항암치료를 받을 수가 없다고 한다. 지난번에도 수치가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라, 항암치료제를 65%로 줄였다고 한다. 지금 안정적으로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걸 알아야 하는데 아직 그런 걸 모르고 있다. 지난번 집에서 맞은 링거 등을 병원에 돌려준 다음 약도 받을 것이 없이 병원에서 나왔다. 

 

아직도 이른 시간이라서 나무 그늘을 따라 걸으면 덥지 않았다. 근데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을 줄 알고 어제 청소를 깨끗이 하고 다른 준비도 다 했는데 막상 항암치료를 받을 수 없다니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가거나 옷을 사러 가기로 했다. 병원에서 바로 가면 더 가까운데 거진 집까지 왔다가 다시 돌아서 나갔다. 정말로 오랜만에 큰 역에 가까운 마트에 갔더니 야채가 싸고 과일도 적당한 가격에 나왔다. 반가워서 야채와 과일을 좀 샀더니 짐이 아주 무거워졌다. 다시 생선이 좋은 마트에 들러서 러시아산 연어와  임연수어를 샀다. 임연수어가 아주 커서 맛있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어가 100그램에 398엔이나 한다. 횟감도 아닌데 엄청 비싸다. 일본산 닭고기가 100그램에 50 엔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일본산 돼지고기도 100그램에 100엔 정도로 본다. 소고기는 사지 않아서 모르지만 그렇게 비싸지는 않다. 물론 특별히 비싼 고기를 찾지 않을 경우다. 그에 비해 자연산 연어가 너무 비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탓이긴 하지만 대체로 생선이 육류보다 비싼 편이다. 아까 돈이 5천엔 있었는데 어디로 갔는지 순식간에 사라졌다. 정말로 물가가 아주 많이 올랐다. 

 

집에 와서 점심은 샐러드를 만든 것에 소면을 비비고 임연수어를 구워서 먹었다. 친한 이웃과 산책을 하고 마늘을 준다고 해서 친한 이웃네 집까지 가서 마늘을 다섯 개 받고 겹 삼백초도 한 다발받아 왔다. 방에 꽂은 겹 삼백초가 시들기 시작해서 바꾸려고 했는데 적당한 타이밍에 새것을 받았다. 

 

 

어제 한국에서 있었던 지방선거 결과를 보려고 어젯밤에 늦게 잤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볼 시간이 없어서 병원에서 기다리면서 휴대폰을 보고 알았다. 이재명 당선은 당연한 일이었고 경기도에서 김동연의 당선은 정말 아슬아슬했지만 다행이었다. 상대 후보에게 그렇게 문제가 많은데도 표를 넣는 걸 보면 놀라울 정도다. 거기에 제주도에서 김한규가 예상보다 힘겹게 당선했다. 예상으로는 아주 여유롭게 이길 줄 알았는데 말이다. 나는 김한규를 응원하고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다. 김한규는 제주도민을 위한 일을 열심히 해서 실력을 인정받고 대성하길 바란다. 지명도는 처음부터 전국구인 그는 스타 정치인이 된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 이미지에 걸맞게 정말로 일을 잘해서 실력을 쌓아 지역구에서 사랑받는 실력 있는 정치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또 하나 기대하는 것은 이재명과 김동연의 콜라보라고 할까, 둘이 만들어 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나는 이재명이 나오기 전에 민주당 지방선거는 완전히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로 봤는데 이재명이 나와서 꺼지던 불씨를 살렸다. 거기에 자꾸 비대위에서 물을 끼얹고 다시 불을 끄기를 반복했다. 정말로 기가 막힐 정도의 타이밍으로 전략적인 선거 방해를 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마저도 투표할 마음이 생기지 않게 말이다. 거기에 오늘 결과가 나오자마자 마치 정치평론가와 같은 말을 하는 민주당 의원들 면면을 보니 또 기가 막히다. 적어도 그들은 민주당을 사랑하지 않고 당원에 대한 애정도 없이 자신들 안위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그런 사람들은 민주당에 필요할까? 부끄러운 줄 알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B섬사람들을 둘러싼 상황의 변화에 대한 내용이다.

 

 

큰 파도의 시작과 끝남- B섬사람들을 중심으로

4. B섬의 변화 -1

 

근래 10년 사이에 B섬을 둘러싼 상황도 크게 변했다. 200511월 현재 어떤 사람은 B섬을 ‘경로당’이라고 불렀다. B섬에 살고 있는 사람이 노인, 그것도 혼자 남은 여성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섬에는 빈집이 많고 상주인구 대부분이 노인이다. 마을 이장 50대 부부는 젊고 자녀가 섬에서 초등학교에 단 1명의 학생이다. 1명의 초등학생만 남은지 몇 년이나 되었을까? 최근 일이 아니다. 섬의 빈집은 사람이 살지 않게 되어 오래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근 마을에 집이 있고 거기에 살면서 섬에 있는 집에 다닌다. 아이들은 인근 마을에 살면서 학교에 다니고 일을 한다. 이전에는 아이들만 인근 마을에 살면서 부모가 살고 있는 섬에 다녔는데 지금은 가족이 인근 마을로 옮겨 살고 부모가 섬에 있는 집에 다닌다. 섬사람들의 주된 일이 어업이며 그런 관계에서 대부분 집에서 어선을 가지고 있다. 그 어선은 섬에 다니는 교통수단이기도 해서 B섬사람들은 평일이나 주말에 상관없이 필요에 따라 섬에 있는 집과 인근 마을에 있는 집을 오가며 일을 하고 생활한다.

 

B섬의 10년간의 변화를 보기로 하자. 먼저 쓴 것처럼 상주인구가 격감했다. 그러나, 현재 살고 있는 것은 다른 마을로 이주했다고도 할 수 없고 왕래하면서 살고 있다. 그리고 중고년층의 의식은 자녀들의 성장 등으로 생활하는 데 편하게 현재와 같이 살고 있는 것으로 B섬을 떠났다는 의식은 없고 나이를 먹으면 B섬에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B섬을 떠나도 B섬사람을 중심의 인간관계로 궂은 날씨로 조업을 나가지 못하면 섬사람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거나 고기가 많이 잡히면 어업을 하지 않는 집에 전화해서 고기를 나눠주는 등 일상적인 교류가 있다. 그리고, 인근 마을에 있는 B섬사람들의 집은 가까운 거리에 있다. 또 하나 특징은 포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 B섬이 보이는 곳에서 B섬을 지향하는 생활이다.

 

젊은 세대는 B섬에서 살던 기간보다 섬을 떠나서 산 기간이 길고 인간관계도 섬사람 중심이 아닌, 학교 중심으로 만들어져 간다. 그 세대는 B섬 출신이지만, B섬에는 제사나 추석, 명절에 방문하는 장소가 되어 섬에 돌아간다는 생각은 없다. 먼저 쓴 한국 전체의 대학 진학률은 그대로 제주도나 B섬에도 해당하는 일로 지금은 B섬에서도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당연한 라이프 코스가 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는 현재, 대학 진학이나 졸업은 그들의 취로에 메리트로 작용할까?  오히려 모두 대학에 가는 시대를 맞아 남들과 같이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하지만 취직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세대처럼 어업에 종사할 여지가 남겨진 것도 아니다. 젊은 세대는 부모세대처럼 성장과정에서 섬에서 어업을 체험하며 학습하는 일이 없이 성장한다. , 그들에게는 어업이나 농업은 직업을 선택하는 선택지에 없다. 그렇다고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급격히 학력 수준이 높아져서 그들의 학력에 따른 직업에 종사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기도 전에 급격한 변동을 맞는다. 그들은 B섬에서 나왔지만 돌연히 격한 경쟁사회에 내던져진 것과 같다. 그런 입장에서 B섬의 젊은이는 아주 불리한 입장에 처한다. 그들은 부모세대와는 전혀 다른 세계적 규모의 유동화에 휘말려 든다.. 부모세대의 유동화는 마을 사람들과 지역을 이동하며 유동적으로 일하는 식으로 구체적이며 동네 어른들이 경험한 세계를 알고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유동화의 흐름을 타고 있었다. 젊은 세대의 유동화는 제주도나 B섬이라는 국지적인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선택과 상관없이 한국과 세계 경제에 연동한 거대한 파도로 경험한 적이 없으며 예측하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