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18도 밖에 안 되는 비가 오고 추운 날씨였다. 어제 늦은 오후에 산책을 나갔을 때 기온이 높지 않은데 후덥지근한 날씨가 전형적인 장마철 날씨 더니 역시 본격적인 장마철에 돌입한 모양이다. 어젯밤부터 비가 크게 오더니 오늘 하루 종일 비가 많이 왔다. 요새 주변에서 제초작업을 하는 기간이라, 비가 많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제초작업을 한다. 비가 오는데 제초 작업하는 기계음과 잘라낸 풀을 모아 청소하는 기계음으로 창문을 닫아도 시끄러웠다. 나는 오늘처럼 비가 꽤 많이 오는 날에도 제초작업을 하는 것에 놀랐다. 오후 늦게 비가 거의 멎은 것 같은 틈을 타서 쓰레기 버리러 비닐우산을 쓰고 나갔는데 그래도 비가 꽤 많이 왔다. 그렇다면 아침부터 비가 많이 온다고 느꼈을 때는 외출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는 말이 된다. 오늘은 비가 많이 와서 산책을 나가지 못했다.
오늘 집에서 한 것은 '우리들의 블루스'를 봤다. 우선 18화를 먼저 보고 16화부터 다시 봤다. 16화에 고두심이 은기 역을 하는 아역 배우를 상대로 하는 장면에서 어릴 때 봤던 살갑지 않은 제주도 어머니가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일본에서 오래 살아서 고두심의 연기를 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우리들의 블루스'도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다니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 것이다. 그런데 16화를 보면서 고두심이 연기하는 살갑지 않은 제주도 어머니가 매우 자연스럽다. 그러고 보니 내가 봤던 제주도 어머니들은 살가운 사람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살갑지 않았다. 이건 개인적인 성격이 어쩌고가 아닌 자식들에게 살갑게 대할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없이 각박하게 살았다는 걸 의미한다. 드라마에 나오는 고두심의 역할도 남편을 여의고 물질하면서 혼자서 자식들을 키운다. 요즘 말로 하면 싱글맘이다. 가족의 생계부터 자식들 교육까지 모든 책임을 혼자서 짊어졌다. 아무리 어릴 때부터 해녀로 단련되었다고 해도 물질이 매우 고된 육체노동이다. 물질을 나간 날이면 물속에서 몇 시간이나 아주 집중해서 작업을 한다. 보통 물질을 끝나면 기진맥진해서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거기에 육아에 집안일과 농사일도 한다. 어머니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런 생활을 하면서 자식들 마음을 살필 여유가 있었을까?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제주도 어머니를 보여 주는 것 같아 보면서 눈물이 났다. 드라마를 보면서 울어서 피곤해졌다. 고두심이 연기한 살갑지 않은 제주도 어머니 연기가 대단한 것으로 제주도 자연과 닮아서 매우 인상적이다. 나에게는 다른 화려한 역할을 했던 다른 배우보다 훨씬 더 큰 울림을 줬다.
18화에서 동석에게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어머니에게 잘하라는 압박을 하는 것도 내가 실제로 봤던 장면 같았다. 제주도에서는 같은 마을 사람들은 일가친척 같은 관계라서 실제로 그런 일이 있다. 특히, 동갑이나 같은 학년 친구들은 연대감이 강하다. 예전에는 보통 같은 마을 사람끼리 결혼해서 살기에 어릴 때부터 평생 죽을 때까지 서로 간섭하고 보듬으면서 살아간다. 이런 공동체 의식이 제주도 사람들이 어디에 가서도 잘 적응해서 사는 걸 돕는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오늘로 이 논문이 끝난다. 아마, 이전에 이 논문의 후기를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는 걸로 기억한다. 나도 도일 제주도인 '제4세대' 연구에서 졸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큰 파도의 시작과 끝남- B섬사람들을 중심으로
6. B섬사람들의 일본 행
B섬사람들을 중심으로 도일 제주도인 ‘제4세대’ 이동의 큰 파도와 그 파도가 잔잔해질 때까지 확인할 수가 있었다. 언제까지나 일본에서 살면서 재일 제주도인, 재일 한국인의 새로운 세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였던 ‘제4세대’의 중심적이었던 사람들이 귀국했다. 귀국은 자신들의 선택이지만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중요한 요인인 경제적인 조건이나 취업 등 면에서 보면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그래도 그들은 귀국을 선택했다. 그런 결정에는 가족과 정한 것도 있지만, 또 하나는 주위 상황도 하나의 키였다고 본다. 예를 들어 고토부키초로 올 때 “친구가 가니까”에서 “주위 사람들이 가니까”에서 볼 수 있듯이 친구나 아는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온 것이다. 귀국을 결정할 때도 “주위에 B섬사람들이 다 없어지고 말았다”였다. 거기에는 이전 면접조사에서 한반도로 출가했던 해녀가 “이제는 같이 갈 친구가 없어서 재미가 없다”고 했던 것과 닮았다. 자신들과 잘 알고 지내는 같은 마을 사람들이 없어진 고토부키초(일본)는 이제 재미가 없어졌다. 제주도인의 일본 이동의 큰 파도가 잠잠해졌다.
B섬사람들의 도일을 마치 경제적 이익만을 얻기 위한 목적 합리적인 행동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도일 당초부터 매우 활발하게 자신들의 장소를 만들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해 커뮤니티를 만들어 간 경위가 있다. 그것은 옆에서 장기간 관찰하는 입장에서도 일본에서 정주를 희망하는 걸로 보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들은 처음부터 일본에서 정주할 목적이 아니었다. 이것은 목적 합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은 ‘불법 체재’일지라도 경제적으로 일본에서 생활은 안정되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태어나 자란 나라라고 해도 오히려 귀국 이후 생활이 전혀 예상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제주도 사람들의 사는 방식(생활양식)에서 ‘제4세대’의 움직임에 대해 고찰하기로 하자. 이번 일본으로 이동의 큰 파도가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맞이한 격동의 시대를 잘 살아가려는 행동으로 그들의 ‘인생행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쓰면서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15-20년에 걸쳐 그들을 관찰한 사람이 ‘인생행로’라는 애매하고 추상적인 말로 정리하려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제주도인이 일본 어민의 어업 침략에 대한 끈질긴 저항에서 일본 어선 선원이 되어 일본으로 출가하면서 제주도를 넘어 한국, 일본, 중국을 넘나드는 넓은 활동영역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시대 상황을 보고 주위를 보면서 자신들의 선택에 따라 자신들의 인생을 살아왔다.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은 아마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런 삶의 방식은 무의식적으로 국경(집)을 넘나드는 이동으로 국경이라는 걸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제4세대’만 봐도 한가족에게 제주도 출생 ‘일본인’이 있고, 일본 출생 ‘제주도인’이 있다. B섬에서는 그런 일은 전혀 특별하지 않은 보통 일로 살아가고 있다. 이 논문을 통해서 적어도 100년 이상 그렇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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