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26도로 현재 맑은 날씨지만 오후가 되면 비가 온다고 한다. 나는 날씨가 맑다고 빨래를 하고 목욕탕 청소를 하고, 이불과 베개를 말리고 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날 때 보니까, 땀을 막 흘리면서 잔 모양이다. 담요를 두 장 덮고 있어서 너무 더운 건지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장마철에 날씨가 추운 날도 있어서 겨울 이불을 완전히 정리하면 안 된다는 말도 듣는다. 그도 그럴 것이 요새도 최고기온이 20도가 안 되는 날도 있다. 다음 주에도 수요일이 최고기온 19도에 최저기온이 13도로 나온다. 이불을 정리해서 밤에 추울 경우도 있기에 정리하기가 애매한 시기다.
아까, 유튜브를 켰더니 '우리들의 블루스'에 관한 것이 뜬다. 19화를 보려다가 몰입해서 보고 울 것 같아서 그만 두기로 했다. 오전부터 드라마를 보고 울면 진이 빠져서 다른 일을 못할 것 같아서 나중에 저녁에 보기로 했다. 어제도 블로그를 올리고 나서 평소보다 좀 이르게 3시 반에 버섯을 보고 부추를 자르려고 길을 나섰다. 버섯도 좀 따고 부추가 있는 곳에 갔다. 부추를 자르는 곳이 경사가 아주 가파르다. 그런 곳에서 장시간 어떤 자세로 집중해서 자르는지 모르겠다. 멀쩡했던 버섯이 부추를 꼭꼭 눌러 담아서 부서지고 말았다. 어제 집에 도착한 시간이 7시 반이었다. 아무리 적어도 부추를 자른 시간이 2시간 반이었던 것 같다. 집에 와서 수확물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으려고 했더니 너무 피곤해서 정신이 없다. 몇 번이나 바닥에 누웠다가 일어나기를 거듭하면서 겨우 수확물을 정리하고 저녁을 간단히 먹고 일찌감치 목욕을 하고 자기로 했다. 너무 피곤해서 따뜻하게 목욕이라도 하지 않으면 피로가 풀릴 것 같지 않다. 천천히 목욕을 마치고 잔 것이 11시였다. 그래도 일찍 잔 편이다. 아침에는 목욕을 하고 푹 자서 그런지 몸이 가뿐했다.
어제 늦은 오후에 언니가 전화를 했다. 언니는 보통 가게가 끝나고 저녁 시간에 전화를 하는데 요새는 바쁘고 집에 가면 저녁을 하고 아픈 강아지를 돌보느라고 전화할 시간도 없이 녹초가 된다고 한다. 용건은 택배를 보낸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나도 지난번에 보내준 물김치를 맛있게 먹었다고 물김치가 있으면 넣어 달라고 했다. 코스트코에 냉동고를 사러 갔는데 한국 참외가 있어서 형부가 사서 보내자고 했단다. 나는 참외라는 말을 듣고 너무 감격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참외가 너무 오랜만이라 말만 들어도 반갑기 그지없다. 이 글을 쓰는데 택배가 도착해서 오늘은 다 꺼내서 사진을 찍어 봤다. 그리고 얼른 참외를 하나 깎아서 먹었다. 허겁지겁 너무 서둘러서 손이 다 떨렸다.
왼쪽부터 보면 커피, 싱싱한 비트, 호박, 사과와 오렌지 칩, 토마토, 참외, 참외 옆에 멸치 볶음, 그 위에 고사리 볶음, 그 위에 배말과 굼벗 등, 옆에 불그스름한 것이 물김치, 그 아래가 전기구이 통닭, 파스타, 통밀가루, 마늘, 전복이 들어갔다는 오이스터 소스다. 이번에는 코스트코에 다녀와서 코스트코에서 산 것들이 포함된 모양이다. 아래 사진은 햇양파인 줄 알고 가격을 보고 놀라서 사진을 찍었다. 요새 일본에서 양파값이 폭등해서 3배나 올랐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양파는 양파인데 하나에 700엔이나 한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아 증거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비닐망을 뜯어서 봤더니 마늘로 보인다. 그래서 밖에서 베란다에 내놓고 말리기로 했다. 세 번째 사진을 보면 내가 괜히 마늘을 양파인 줄 알고 호들갑을 떤 것이 아니다. 지금 베란다에서 말리고 있는 지역 농가에서 산 일본산 마늘, 친한 이웃이 많이 사서 나눠준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너무 커서 양파인 줄 알 수밖에 없는 크기다. 양파 중에서도 아주 큰 양파에 속하는 크기다.
언니는 항상 같은 걸 보내지 않는다. 기본적인 반찬으로 김치와 말린 생선, 멸치 볶음이 들었다. 다른 건 시장에 갔다가 맛있는 걸 보면 사고 계절에 나오는 신선한 야채나 주위에서 받은 것, 좋은 걸 골라서 보내 준다. 거기에 내가 아주 좋아할 것이 꼭 들어 있다. 언니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 그래도 일본에서 오래 살아서 제주도에서 먹었던 것은 무조건 반가울 수밖에 없고 한국 것도 반갑다. 나는 병원에서 퇴원한 다음에 먹는 음식이 크게 달라졌다. 이전에는 일 년에 한 번 살까 말까 했던 김치를 항상 먹게 되었고 고추장도 먹고 한국식과 제주도식으로 먹게 되었다. 냉장고를 사서 10년이 넘는다. 지금까지 냉장고에서 김치 냄새가 나지 않았는데 요전에 물김치를 익혀서 냉장고에 넣었더니 냉장고에서 김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김치 냄새가 마냥 싫지가 않고 반가운 느낌이 든다. 요새 김치를 안심하고 먹는 것은, 내가 일을 나가지 않고 집에서 지내며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물김치가 추가 보급되었기에 점심은 소면에 물김치 국물로 만 것을 먹기로 했다. 소면을 끓이기 전에 달걀을 먼저 삶느라고 물을 올려놨다. 그런데 창밖을 보니 비가 오는 느낌이 든다. 비가 올 낌새가 없는데 왜 비가 오는 것처럼 보이지? 베란다에 나갔더니 비가 오고 있다. 날씨가 미친 모양이다. 서둘러 이불과 베개를 걷고 빨래는 걷는 사이에 비는 거침없이 강해지고 강한 바람과 함께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을 봤더니 반은 시커먼 먹구름이 끼었고 반은 맑은 상태다. 북풍이 불면서 비가 와서 창문도 서둘러 닫고 창 밖으로 숲을 봤더니 거목들이 휘청휘청 흔들릴 정도로 강한 비바람이 불고 있다. 그런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비바람이 멈추고 햇살이 짱짱하다. 소란스럽게 지나가는 소나기였던 모양이다. 비가 멈춰도 하늘에서는 여전히 천둥소리가 한참 들렸다. 조금 있으니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이 맑은 하늘이 펼쳐졌고 창밖으로 보이는 숲은 잔잔히 기분이 좋게 흔들리고 있다. 지면이 젖은 걸 보지 않으면 비가 온 것이 거짓말 같다.
오늘도 조용히 집에서 소소한 일을 하면서 지냈는데도 택배가 오고 미친 날씨를 겪고 보니 나름 스펙터클한 하루를 보낸 것 같다. 바깥은 비가 온 후라서 선선해졌을 거라서 근처에 난 버섯을 보고 나중에 친한 이웃에게 전화해서 같이 산책을 할 예정이다.
그동안 밀렸던 음식 사진을 올린다. 음식 사진이 매일 찍다 보면 조용히 많이 모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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