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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만두를 빚었다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청명하게 맑은 날씨로 최고기온 23도였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우물쭈물하다 보니 오전이 휙 지나갔다. 어제는 맑았지만 기온이 낮고 바람이 불었다. 오후에 산책을 나가서 2시간 반을 밖에서 금난초를 보고 목이버섯을 찾으면서 지냈다. 목이버섯을 발견했지만 상태가 좋지 않았다. 금난초는 처음 보는 장소에서 몇 개 발견했다. 어제는 낮은 야산이 있는 공원을 걸으면서 봤더니 금방 꽃이 필 식물을 마구잡이로 뽑아 버린 게 보인다. 유독 그 공원에서만 꽃이 피면 꽃만 따는 아이들이 있고 곧 꽃이 필 식물을 막 뽑아 버리는 걸 본다. 아이들이 놀 때는 엄마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꽃만 따는 아이에게 주의를 하지 않나? 어떻게 꽃만 모조리 따서 버리는 걸 그냥 둘까 한다. 식물을 뽑아 버린 곳도 같은 공원이다.

 

우연히 그런 현장을 목격했다. 봄이라고 공원에 꽃이 핀 식물을 심었다. 꽃이 예쁘게 활짝 펴서 우중충했던 공원이 화사해졌는데 아이가 꽃만 모조리 따는데 옆에 엄마가 있다. 아이 엄마는 다른 아이 엄마들과 수다를 피우면서 보고 있다. 엄마가 아무런 제재나 주의도 하지 않는 걸 보고 나는 질려서 그 자리를 피했다. 어린아이가 나쁜 짓을 하면 엄마가 옆에서 통제를 해야 한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학교에 가서 같은 하면 선생이 통제하기도 어렵지 않을까? 

 

목이버섯이 달렸던 나무를 다시 봤다. 전날보다 좀 더 자란 목이버섯이 있었다. 그런 나무가 셋이나 있었는데 둘은 제자리에 있었다. 나머지 하나를 확인하느라 봤더니 나무가 없다. 나무가 없는 건 괜찮은데 누군가 금난초를 뽑았다. 왜 죄 없는 금난초를 뽑는지 모르겠다. 나는 다시 심었지만 뿌리가 괜찮을지 모르겠다. 식물을 뽑아 버리는 짓이나 꽃이 핀 야생화를 뽑는 심성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런 한편 야생화를 돌보고 길고양이에게 관심을 보이고 먹을 걸 주는 사람은 흔히 볼 수 있다. 길고양이에게 악의를 가지고 잡아서 죽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길고양이가 싫으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된다. 길고양이가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닐 텐데, 잡아서 죽이기까지 하다니 그런 인간이 무섭다. 

 

목이버섯을 찾으려면 낙엽이 많고 나무가 땅에 닿은 곳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목이버섯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걸 찾고 있다 보면 신경을 집중해서 시간이 지나는 줄도 모르지만 나중에 피곤해진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2시간 반을 주위를 헤매고 다녔다. 목이버섯을 별로 없었지만 금난초를 발견해서 기분이 좋았다. 밤에는 추워서 평소보다 일찍 목욕하고 잤다. 

 

어제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앞집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저녁시간이라서 놀이를 마치고 나와 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앞집에는 남자아이 형제가 있다. 요전 날 난데없이 형이 인터폰을 눌렀다. 왜? 하고 나갔더니 엄마가 없는데 동생이 운다고 한다. 동생이 왜 우냐고 했더니 자기가 때린 모양이다. 어떻게 하면 동생이 울음을 멈추냐고 했더니 동생이 좋아하는 은색이 든 접기용 색종이를 주면 된다고 한다. 나는 색종이는 없다면서 김을 줬다. 밥하고 같이 먹는 거라고 했더니 엄마안테 말한다고 하면서 간다. 조금 있으니까, 다시 인터폰 소리가 났다. 동생이 아직도 울고 있단다. 나에게 뭐라도 좋으니 달라고 한다. 나는 삶은 계란을 까서 먹으라고 2개 줬다. 조금 있다가 다시 인터폰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동생이다. 왜? 그랬더니 뭔가 달라고 한다. 뭐라도 좋으니 뭔가 달라고 한다. 나는 기가 막혔다. 아이들이 이런 버릇이 들면 안 되는데, 접기용 색종이를 찾아서 줬더니 좋다고 간다. 나는 아줌마고 너네는 아이니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나에게 없다고 했다.

 

다른 날 학교에 가는 형을 만나서 나가는 길에 수다를 떨었다. 추운 날에 반소매를 입고 있어서 춥지 않으냐고 했더니 춥지 않다고 한다. 요전에 김은 먹었냐고 했더니 딱히 맛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한다. 내가 아끼면서 먹어서 2개 중 하나를 줬더니 이런 말을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김이라서 줬는데 사람이 준 걸 좋다고 받아먹고 평가하고 트집을 잡는 말투다. 초등학교 1학년이다. 지금까지 앞집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걸 사다 줬다. 아이가 다 알고 있다. 그러면서 어제는 아예 품목을 정해놓고 사달라고 요구한다. 자기는 귤과 사과를 좋아하니까, 사서 달라고 한다. 나는 귤과 사과는 계절이 지났어. 그러고 보니 사과를 사다 준 적도 있다. 지난번에 오이를 많이 샀을 때 나눠준 걸 기억해서 오이도 좋아한다고 다음에도 달라고 한다. 아니, 뭐든지 좋으니까 사달라고 한다. 클록 샌들을 사준 적도 있어서 샌들을 신었냐고 했더니 신었단다. 그런데, 아이들이나 엄마나 뭘 받아서 고맙다고 하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뭘 사줘서 맛있다고 한 적이 없다. 나를 아이들이 원하면 사주는 아줌마로 알고 있나 보다. 자꾸 아이들이 뭐라도 좋으니까 달라고 하는 것이 걸린다. 아이 둘과 엄마만 살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달라는 대로 주면 버릇이 될 것 같아 주면 안 될 것 같다. 엄마가 주면 고맙다고 빈말이라도 잘 먹었다고 해야 한다. 내가 나쁜 걸 사다 주는 것이 아니기에 말이다. 내가 마음에 걸리는 건 작은 호의에 대해 감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호의가 악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 상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괜히 마음 쓰고 돈을 써서 그런 복잡한 일에 말려들고 싶지 않다. 세상이 복잡해서 이웃의 작은 호의를 악의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이들을 상대로 그런 상상을 하면 정말로 골치가 아파진다. 인간관계가 참 어렵다. 

 

오늘은 아침부터 날씨가 청명하게 맑고 따뜻하게 보였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어영부영하다 보니 오전이 휙 지나갔다. 냉장고에 요전 날 공원에서 벤 부추가 많이 있다. 언니는 부추로 겉절이를 만들어도 된다고 한다. 나는 만두를 빚어서 먹을 작정이다. 겉절이를 만들려고 해도 마늘이 없다. 만두를 빚을 생각으로 검색해서 밀가루와 수제비 가루를 섞어서 반죽해놓고 나갔다. 마트에 가는 길에 공원에 들러서 금난초에게 인사를 했다. 오늘은 날씨가 맑아서 노란색이 더 선명해 보인다. 마트에서 마늘과 돼지고기 간 것, 귤 종류, 야채 등을 사서 왔다. 마트에서 온 시간이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2시였다. 

 

만두소를 만들기 시작했다. 만두소를 만드는 주된 작업은 재료를 잘게 다지는 거다. 양배추를 다지고, 죽순도 넣고, 부추를 잘라서 넣고, 명이나물과 생강도 넣었다. 소금과 후추로 간하고 마지막에 돼지고기 간 것과 참기름을 넣고 섞는다. 만들다 보니 너무 많아서 반은 냉동했다. 나머지 반도 꽤 많다. 가끔 만두를 만들었는데 만두 껍질까지 반죽해서 만두를 빚은 건 처음이다. 매우 늦은 점심으로 물만두를 먹었더니 꽤 맛있다. 만두소에 죽순을 넣은 것도 처음인데 맛이 부드럽고 좋다. 만두 껍질까지 집에서 만드는 것은 너무 번거롭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것이라 좋은 경험이 되었다. 물만두는 많이 먹어도 가벼워서 좋다. 냉장고에는 남은 만두소가 있어서 내일도 만두를 먹어야 한다. 만두 껍질을 사러 마트에 가기가 귀찮으니 내일도 만두 껍질을 만들어야 할까 보다. 

 

오늘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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