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경생활

덕분에, 잘 먹고 있어요 -1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24도인데도 습도가 높아서 후지덥근한 장마철 특유의 날씨다. 요즘 장마철로 날씨 탓도 있지만 기분이 꿀꿀해서 며칠 쇼핑을 하러 돌아다녔다. 일을 할 때는 주로 일하는 용도에 맞게 옷을 샀는데 정작 집에서 지내면서 산책이 주일과가 된 생활에서 필요한 옷이 꼭 구비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날씨가 더 더워지기 전에 여름에 필요한 마소재의 긴소매 셔츠를 중심으로 사러 갔다. 집에서 입을 것이라서 가능한 색상도 화사한 색으로 하고 싶었다. 일하러 다닐 때는 짙고 어두운 색이 중심이다. 그런데 막상 사러 갔더니 내가 원하는 색상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옅은 색 마소재 셔츠를 몇 장 사고 체크무늬 셔츠를 몇 장 샀다. 나는 일단 산 것은 한 번 빨아서 입는다. 이틀 전에 밀렸던 빨래와 새로 산 셔츠를 빨았더니 셔츠만 무려 10장을 넘어서 놀랐다. 도대체 몇 장을 산건가?

 

근래는 여름 날씨가 너무 덥다 못해 뜨거워서 화상을 입을 것 같아 외출이나 산책을 할 때도 긴소매 옷이 필요하다. 목이 많이 파이면 시원한데 목도 보호하기 위해 너무 많이 파이지 않은 것이 좋다. 소재는 역시 마가 가장 시원한 것 같아서 마소재를 중심으로 했다. 옷이 몸에 딱 맞는 것보다 여유가 있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아  품이 풍성한 걸로 했다. 셔츠의 기장도 약간 긴 것이 필요해서 그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옷이 생각보다 많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작정하고 간 것이라서 많이 샀다. 기분이 꿀꿀할 때 쇼핑을 하면 그 순간에는 물건을 고르느라고 집중해서 일시적으로 꿀꿀한 기분을 잊지만 정말로 일시적이다.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 가서 고추장과 고춧가루도 샀다. 김치를 담글 야심으로 고춧가루를 샀지만 김치를 담글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여름 운동화도 한 켤레 샀다. 쇼핑을 하는 김에 집중해서 많이 산 것 같다.

 

또 하나는 공원에 부추를 자르러 간 것이다. 모기가 극성을 부리기 전에 부추를 자르고 싶고 꿀꿀한 기분을 잊고 싶어서 갔다. 가파른 경사에서 부추를 집중해서 잘랐다. 자른 부추는 공원에서 다듬고 싶었는데 모기에 물릴까 봐 집에 가져와서 저녁에 하나씩 다듬기 시작했더니 몇 시간이나 걸려도 다 끝내지 못했다. 이런 방법은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으니까, 다음은 물로 씻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 그런데 부추를 집중해서 다듬다 보면 꿀꿀한 기분을 잊을 수 있어서 좋다. 

 

요새 주변에 수국이 많이 폈다. 어제도 친한 이웃과 산책을 시작하기 전에 수국이 많이 핀 곳에 보러 갔더니 거기 사람이 수국을 잘라서 준다고 해서 받아 왔다. 그래서 지금 내 방에는 수국이 많이 꽂혀있다. 아마, 수국의 계절에는 수국이 많이 꽂힐 예정이다. 예를 들어 가까운 공원에 핀 수국이 땅바닥에 닿는 걸 잘라 온다. 처음 사진은 지난주 수국인데, 이번 주에 들어 수국이 늘었다. 

 

 

어제부터 버섯을 따기 시작했다. 아직, 본격적인 버섯 시즌이 되기는 이르지만 식용버섯이 많이 나기 시작해서 어제 버섯을 따서 반은 닭찜에 넣어서 먹고 반은 냉장고에 있다. 오늘도 이따가 비가 오지 않으면 버섯을 보러 가고 부추도 자르러 갈 예정이다. 지금 부엌에서는 매실잼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병을 소독하면서 동시에 잼을 만들 작정이다. 작년에 엄청난 양의 매실잼을 만들었는데 그 매실밭에 어제 갔더니 올해는 매실이 거의 열리지 않아서 매실이 정말로 적다. 오늘 만드는 것도 양이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실도 1년은 잘 열렸다가 다음 해는 부실하는 건지 다른 곳 매실도 올해는 다 흉작인지 모르겠다. 이전 같으면 좀 멀어도 다른 곳에도 가지만 지금은 그럴 정열이 부족하다. 먼저 딴 버섯은 상태가 좋지 않아서 데쳤다. 다음은 오후 늦게 딴 것으로 상태가 양호하다. 아래 사진은 봄에 딴 모렐 버섯이다. 

 

 

 

내가 아프다는 걸 알고 나서 가족이 잘 먹는지 걱정해서 잘 챙겨서 먹는다고 먹는 걸 사진 찍어서 카톡과 라인으로 전송한다. 요새도 사진은 찍는데 보내는 걸 게을리했다. 오늘 블로그를 올리는 목적은 그동안 찍은 음식 사진을 올리기 위해서다. 동생을 먹인다고 맛있는 음식을 챙겨서 보내주는 언니를 생각해도 이런 걸 게을리하면 안 되는 데 그렇다. 언니, 저는 덕분에 맛있는 걸 챙겨서 잘 먹고 있어요. 요전에 보낸 물김치가 맛있어서 거기에 오이를 넣어 양을 2배 이상 늘렸다. 국물은 소면에 말아서 맛있게 먹고 있다. 내친김에 김치에도 오이를 잘라 넣어서 양을 늘리고 있는 중이다. 사진에 오징어회가 있는 날은 언니에게 택배를 받은 날이다. 언니는 맛있는 오징어를 고르는 비법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맛있는 오징어를 보낸다. 

 

어제는 안동찜닭 소스가 있어서 재료를 샀다. 안동찜닭 재료에는 없는 당근도 넣고 배추고 넣고 버섯도 왕창 넣었다. 어제는 그래도 안동찜닭 냄새가 났는데 오늘 봤더니 안동찜닭의 정체성을 잃고 근본 없이 닭과 야채가 많이 들어간 수프가 되고 말았다. 물과 야채를 너무 많이 넣어서 이렇게 되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 여긴다. 

 

내가 먹는 음식이 항암치료에 바람직한 건지는 잘 모른다. 평소에도 인스턴트 식품을 먹지 않고 육류도 잘 먹지 않는 편이다. 신경을 쓰는 게 있다면 단백질 섭취를 의식해서 먹고 있다. 다른 건 설탕을 자제하고 기름도 많이 쓰지 않는다는 정도다. 우선은 잘 먹는 게 중요한 것 같아서 잘 먹는 걸 지향하고 있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체중이 3킬로 정도 늘었지만 그 이후는 체중에 변화가 없는 편이다. 그래도 3킬로라도 회복해서 정말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사진이 많아서 남은 사진은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나눠서 올릴 예정이다. 

 

01234567891011121314

 

01234567891011121314
01234567891011121314
01234567891011121314

'동경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와 외식을 했다  (2) 2022.06.13
덕분에, 잘 먹고 있어요 -2  (2) 2022.06.12
만두를 빚었다  (2) 2022.05.04
죽순을 캐러 갔다  (2) 2022.04.30
또, 항암치료를 못했다  (2) 2022.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