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이야기

여행의 시작과 끝

오늘 동경은 맑게 개인 날씨였다. 아까 블로그에 올린 일정으로 미얀마에 한달 다녀왔다. 


사람에 따라 여행하는 방법은 다를 것이라, 다른 사람이 어떤 방법으로 여행을 하는지 궁금한 면이 있지만, 남의 방법은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 나에게 맞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렇기에 남의 방법에 대해 자신의 잣대로 이러쿵저러쿵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삶과 남의 삶이 다른 것처럼 나의 여행과 남의 여행은 다른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대체로 일주일 이내의 짧게 집을 비우는 경우와 짧아도 한달 이상 두달 정도 장기간 여행으로 집을 비우는 경우가 있다. 짧은 일정으로 집을 비울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장기 여행에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마지막으로 집을 비우기 전에 하는 일과 여행에서 돌아와 하는 일은 비슷하다. 일상에서 여행으로 여행에서 돌아와 일상에 적응하기 편하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비행기 출발시간은 공항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말을 할 필요도 없다. 그전에 집을 비우는 여행의 시작은 짐을 싸고 난 다음 단계다. 집을 비우는 데 필요한 일들이다.


한달 전부터 냉장고를 완전히 비우기 위해 식품을 계획적으로 먹는다. 그렇다고 해서 빈곤한 식사를 하면 여행이 고행이 되기 때문에 싫다. 여행은 일상과는 다르지만, 일상의 연장이기도 하다. 냉장고를 계획적으로 비워 가면서 떠나는 순간까지 먹을 것과 여행하는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사이에 먹을 것을 챙기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비행기를 타는 일이 드물지 않은 나에게는 '기내식'은 먹지만 꼭 반가운 식사가 아니다. 도중에 경유하는 공항에서 파는 과일도 터무니없이 비싸거나 외식이 불편하기도 해서 가능하면 집에서 가져간다.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서 냉장고를 비운다.


나에게 장기 여행의 시작을 집을 나서기 전에 시작된다. 살고 있는 집을 정리하고 집을 비운 동안에 먼지가 끼지 말라고 커버를 씌우는 등 할 일이 많다. 단계적으로 조금씩 한다. 예를 들어 침대도 담요를 빨고 시트도 빨아서 새로 간다. 거기에 맨 위에 담요를 전체적으로 가려서 먼지가 끼지 않게 한다. 집도 청소를 하고 매트들도 빨아서 말려 수납을 한다. 이끼류 식물도 물을 충분히 주고 볕이 강하게 들지 않는 곳에 둔다. 부엌도 깨끗이 청소해서 쓰레기도 정리하고 배수구도 깨끗하게 한다. 음식물 쓰레기도 마지막 집을 나서기 전에 버린다. 남겨 두면 썩어서 냄새가 배기 때문이다. 배수구도 마찬가지다. 집을 정리하고 작은 환기창을 열고 현관에 있는 전기 브레이커를 내리고 문을 잠근다. 빨래감이 남지만 최소한으로 남긴다. 이렇게 집을 청소하고 가려면 공항이 멀어서 출발시간이 오후 늦은 편이 좋다. 큰 캐리어를 가지고 붐비는 전철을 타고 환승하는 것은 스트레스라서 붐비는 시간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 피하는 것은 짐이 아주 무겁지 않으면 공항까지 가는 공항버스가 있어도 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장시간 비행에서 비행기에서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공항버스를 타면 최소 2시간 앉아 있어야 해서 더 피곤하다. 환승이 있어도 붐비지 않는 전철을 갈아 타는 편을 택한다. 무사히 집을 잘 정리하고 길을 나설 수 있으면 기분이 좋다.


저녁 비행기에 공항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오전에 도착하는 여정이라, 그동안 먹을 식량도 준비해서 갔다. 요새는 삶은 계란을 기본으로 휴대하기 편한 과일, 사과나 귤등을 가져간다. 공항에서 이동하면서 입거나 벗어야 할 옷도 준비하기에 휴대하는 짐이 중간에 불어 난다. 얇고 가벼운 옷을 겹쳐 입었다가 벗는 것이 좋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하는 것은 여행을 나서기 전에 했던 것을 다시 한다. 캐리어를 들고 현관에 들어 와서 전기 브레이커를 올린다. 아래 우편함 열쇠를 가지고 가서 하나 가득찬 우편물과 전단지 등을 가져 온다. 캐리어는 현관에 놓은 채 환기를 하면서 청소를 시작한다. 아무리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나가도 한달이나 비우면 먼지 냄새가 난다. 집에 들어 오면 우선 걸레를 들고 청소를 시작한다. 걸레질을 하는 것이다. 청소를 하고 수납했던 매트를 꺼내고 쾌적한 일상생활로 돌아 올 준비에 들어 간다. 청소 다음에 하는 것은 빨래다. 옅은 색과 짙은 색으로 나눠서 빨래를 해서 넌다. 캐리어를 현관에 둔 채로 빨래를 해서 정리하고 주변에 줄 선물을 꺼내서 나누기 시작한다.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하는 것이다. 집에 도착해서 청소를 해야 하기에 비행기가 도착하는 시간도 전철을 타고 편하게 올 수 있는 시간대를 택하게 된다. 


아직도 현관에는 캐리어가 세워져 있다. 하지만, 캐리어 내용 대부분 정리가 된 상태다. 일상생활에서도 급하게 처리 할 일은 먼저 하고 다음은 천천히 무리하지 않게 해 나간다. 


이번 여행에서 돌아와 텅 빈 냉장고를 보면서 느낀 것은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서두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개강을 하면 점심 도시락까지 가져 가야 해서 냉장고를 채우려고 할 것이다. 서서히 조금씩 채울 수 있으면 좋겠다. 냉장고는 꼭 채워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은 여행에서 가져온 프랑스빵을 남겨서 며칠이나 먹었다. 여행에서 만들어 먹다 남아서 얻은 쌈장도 있어서 양배추를 삶아 며칠이나 먹고 있다. 여행을 이어주는 비상식량이 있으면 편하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이렇게 자신에게 맞는 여행의 시작과 끝을 만들어 간다. 나는 천천히 하지 않고 사전에 생각했다가, 후다닥 하는 편이다. 가능한 중간단계를 짧게 여행과 일상을 오가고 싶다. 


여행을 하는 삶에는 일상과 여행의 구분이 명확한 것은 아니다. 나의 경우, 현재 주로 일하며 사는 곳이 동경이라서, 일을 하는 기간 학기가 시작되고 끝나는 기간까지는 여행을 할 수가 없다. 나의 경우 여행과 일을 하는 것은 평소에 하는 일이 힘든 면을 견딜 수 있게 하고, 일을 함으로 인해 여행을 계속할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하는 관계다. 지금까지 일은 많이 했기에 여행만 하는 삶을 동경하지 않으며, 일만 하는 삶을 살고 싶지도 않다. 일을 하면서 여행도 할 수 있는 생활을 하며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 왔듯 앞으로도 그런 생활을 하고 싶을 뿐이다. 



사진은 여행 가기 전에 찍은 동백이다. 지금도 동백이 많이 피어 있지만 색감이 다르다.





'여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친절한 중국 여행기 3  (0) 2019.05.28
불친절한 중국 여행기 2  (0) 2019.05.28
불친절한 중국 여행기 1  (0) 2019.05.28
산티아고로 가는 길  (0) 2018.12.22
오키나와!  (0) 2018.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