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의 날씨는 맑았지만 바람이 아주 강해서 추웠다. 기온은 별로 낮지 않았지만, 바람 때문에 추웠다. 오늘 아침에 학교에 갈 때, 설마 날씨가 전철 운행에 영향을 미칠 줄 전혀 상상도 못 했다. 날씨 때문에 전철 운행에 영향이 있을 것 같으면 미리 검색을 한다. 그런데, 날씨가 그 정도로 나쁘다는 인식이 없어서 그냥 나갔다. 학교에 가는 도중 동경에서는 일상이 된 '자살사고'로 인한 영향으로 전철이 연착이 된단다. 그렇겠거니 하고 갔더니, 학교 가까이 까지 가는 전철이 강풍의 영향으로 전철 운행이 중단되었다. 전광판 안내를 읽고 이해를 못하겠다. 우선, 대학에 전화연락을 했다. 전철 운행 사정으로 지각할 것 같다고 했다.
참고로 동경에서는 '자살사고'가 일상이라서 새삼스럽게 놀랄 것도 없지만, 매일 맞닥치는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말이 아니다. 하지만, 미얀마에서 돌아와 전철을 타는 날에는 어김없이 꼭 '자살사고'가 났다는 안내를 본다. 거기에 요새 항상 세트로 나오는 것이 전철에서 승객이 쓰러졌다거나, 승객들이 다퉜다는 것도 나온다. 오늘 가는 곳은 전철이 별로 없어서 한 시간에 두 번 밖에 없다. 오늘 내가 타는 시간에는 한 시간에 한 번이 되어 있었다. 믿을 수 없을지 몰라도 동경근교에는 이런 곳이 있다.
전광판에 나오는 '자살사고'나 '쓰러진' 승객이 매일 있더라도 내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오늘은 한 시간에 한 번 운행이 된 전철이 와서 눈 앞에 서있는데 또 바로 눈 앞에서 사람이 거짓말처럼 쓰러졌다. 덩치가 큰 남성이다. 한쪽 눈으로 전철을 보면서 다른 눈으로 쓰러진 사람을 봤다. 학교에 가야 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만히 봤더니 전철은 빈 차로 승객이 타지 못하는 것이었다. 나는 상황이 이해가 안 돼서 당황스러웠다. 쓰러진 사람이 하필이면 찬바람이 부는 곳에 엎드려있다. 그 사람 주위에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이 없다. 먼저, 홈에 역무원이 있는지 찾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내가 쓰러진 사람에게 괜찮냐고 말을 걸면서 여기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추우니까, 바람이 덜 부는 곳으로 옮기면 어떨까? 했더니 사람들이 있는 쪽에 싫은 사람이 있어서 그 때문에 쓰러졌다고 한다. 역무원을 불러올 테니까, 기다리라고 했다. 그냥, 자신을 내버려달라고 한다. 쓰러진 사람이 내버려달라고 하는데, 그 뜻을 존중해서 그냥 두는 것이 좋은지, 역무원을 찾으러 가야 하는 것인지 허둥대고 있었다. 그런 사이에 누군가가 역무원에게 가서 말을 했는지, 역무원 두 명이 와서 쓰러진 사람을 바람이 덜 부는 곳으로 데려간다. 이런 경우 역무원이 한 명만 와도 대처를 할 수가 없어서 들 것을 가지고 최소 두 명은 와야 대처를 할 수 있다. 지금 일본에서는 역무원이 많지 않아서 사람이 적은 역에서 이런 일에 생기면 대처하기도 곤란하다. 다행이다. 역무원이 왔으니까, 어떻게 되겠지.
조금 있다가 45분 이상 연착한 전철이 왔다. 전철이 너무 연착이 되었기 때문에 원래 전철이 도착하는 시간에 오는 스쿨버스는 그림자도 볼 수가 없었다. 보통 때는 택시 타는 곳에 항상 택시가 대기하고 있는데, 오늘따라 택시가 없다. 택시를 10분 이상 기다리다가 택시 회사에 전화를 했다. 그 택시회사에서 다른 곳으로 전화하라고 한다. 이상하게 전화도 잘 안된다. 그때 눈 앞에 아까 전화했던 회사 택시가 왔다. 학생 세 명을 데리고 택시를 탔다. 현금이 별로 없다고 카드를 쓸 수 있냐고 했더니, 현금밖에 안된다고 한다. 다행히 내가 가진 돈으로 택시비를 낼 수가 있었다. 택시로 학교 안까지 들어갔다. 그런데, 학생 세 명이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슬그머니 내려서 간다. 참, 기가 막히다. 역에서 내가 데리고 택시를 타지 않았다면 학교까지 버스도 없고 스쿨버스는 90분에 한 번, 점심시간이 지나서 3교시 시간에 맞춰서 온다. 꼼짝없이 강풍이 부는 곳에서 달달 떨고 있어야 할 판이었다. 보통은 자기네도 택시비를 같이 내겠다고 하거나,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지금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호의에 대한 인사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들은 안타깝게도 자신들의 객관적인 모습을 모른다.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동경의 특징이 '초고령화'와 전철의 '자살사고'인데, 요새는 전철에서 쓰러지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했다. 학생들이 써낸 감상문을 봤더니, 학생들 자신도 전철에서 쓰러진 경험이 있고 쓰러진 사람을 보는 일이 있다고 한다. 동경에서는 전철이나 역에서 사람이 쓰러지는 것이 일상이 되어 가는 모양이다. 매일 전철을 타면서 한눈으로 '자살사고'와 사람이 쓰러져서 전철이 연착된다는 안내를 본다. 이게 '평화롭다는' 동경의 일상이다.
학교에 가는 길에 본 경치는 비현실적으로 예뻤다. 현실이 비참함과 대비를 이루고 남을 정도다. 동경에서 살면서 위안을 얻는 것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계절의 변화라는 자연에서다. 전철에서 바라본 먼 산에는 눈이 하얗게 남아 있는데 가까운 산에는 새순이 나고 벚꽃이 군데군데 피어서 산 전체가 파스텔 색상의 타페스트리처럼 보인다.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사진을 찍어 올릴 수 없어서 안타깝다. 현실은 너무 비참한 한편, 풍경은 너무 예쁘다. 대비가 처절한 느낌이 들 만큼 잔혹하다. 위안을 얻을 수 있는 풍경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인간들이 너무 가엽지 않은지,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동경의 풍경 중 하나로 농가 마당에 있는 큰 벚꽃나무다. 가로등이 나뭇가지의 일부처럼 보이는 각도의 사진이다. 매일 사람들이 쓰러지고 죽어가는 일상을 살면서 학생에게 미래에 대한 어떤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그런 환경에 순응하고 사는 일본 사람들을 보면 도를 닦아서 달관한 경지에 이르렀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도를 닦지 못해 항상 허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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