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기온과 습도가 높은 후덥지근한 날씨였다. 6월 장마철 날씨지 4월 하순 날씨가 아니다. 이제는 이상기후가 당연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날씨는 자기 좋을 대로 얼마든지 변덕을 부릴 수 있지만, 내 몸은 날씨처럼 유연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몸이 날씨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어제와 오늘은 한국 뉴스를 보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어제는 북한에서 열차를 타고 러시아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을 보면서 북러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과를 맺기를 기원했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과를 맺는 것이 북한과 더불어 한국에도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열린다는 북러 정상회담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있었는데, 느닷없이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에게 행패를 부리고 난리가 났다는 뉴스를 봤다.
세상에, 믿기 힘든 일을 해내고 마는 자유한국당은 참으로 대단하다. 내가 자유한국당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국회의장이 관록과 경륜이 있는 분으로 보이는데 그런 분도 자유한국당에게 못 당한다는 것은 도대체 자유한국당은 얼마나 대단하다는 것이냐. 새삼스럽게 자유한국당의 난투극 실력에 존경심까지 생기려고 한다.
아니, 김학의라는 분도 한밤중에 저가항공으로 출국하려다가, 마지막 판에 출국을 못하고 돌아오는 스릴만점의 도주극을 촬영했다. 그래도 앞에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에, 인상이 비슷한 친척까지 앞세워 주인공인 자신은 그 뒤에 선글라스를 끼고 극적으로 등장하는 나름 잘 준비된 탈출극임을 보여줬다. 한국에서는 정치를 했던 분들도 직접 드라마를 연출에 감독하고 출연을 할 정도로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인가? 생각했다. 죄를 짓고 해외로 도주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김학의라는 분처럼 정성스러운 연출을 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내가 한국을 떠나 외국에 오래 살아서 한국에 대한 감이 많이 떨어진 건가?
어제부터 관심 있게 지켜본 자유한국당의 활약은 요약하기가 어렵다. 어제까지는 한국 코미디언들의 일을 뺏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손수 국회를 무대로 코미디의 정수를 선보이는 것인지 헷갈렸다. 한국 코미디언들은 앞으로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겠구나. 국회의원들이 현실에서 갈고닦은 실력으로 몸개그를 국민에게 보여주니, 코미디언들은 그걸 확실하게 뛰어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유 한국당 국회의원들이 한국의 엔터테인먼트에서 개그, 코미디 부문이 취약하다고 손수 모범을 보이고 있는 건가? 그 깊은 뜻을 잘 새겨야 하나? 한국 코미디도 드디어 '한류'로 세계 진출하나? 국회의장의 극적인 표정, 너무 좋았다. 거기에, 성추행이라는 반전에 국회의장이 병원에 갈 지경에 이르고 성추행을 당했다는 분도 병원에 가셨다니, 완전, 대박! 성추행이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준비된 것 같이 흰 장미를 들고 횡단막이 등장하고, 와! 자유한국당 준비를 많이 했구나. 일사불란했다. 거기서 끝나는 줄 알았다. 국회의장이 병원에 누워있고, 성추행을 당했다는 분도 병원에 있고, 다른 자유한국당 여성 의원들이 흰 장미를 들고 규탄하는 그림으로 웃기지 않는 코미디가 막을 내리는 줄 알았다.
오늘 안 것은 어제가 예고편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르도 코미디에서 감금에 구조요청, 탈출에 스턴트맨을 쓰지 않고 직접 액션까지 벌이는 활극이 되고 말았다. 온갖 장르를 아우르는 막장 드라마로 갔다. 드라마는 배우들이 연기하고 촬영하는 사람과 감독, 연출이 있는데 자유한국당에서는 다큐멘터리로 여러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드라마를 연출해 갔다. 내가 자유한국당을 정말 잘 모르고 있었구나. 몸개그에서 액션까지 주로 몸을 쓰는 것에도 특별한 재능이 있는 분들이었구나.
조연에 빛나는 활약을 보여준 바른미래당도 이번에 존재감을 여실히 보여줬다. 바른미래당의 존재감과 더불어 그들의 정체성도 솔직하게 보여줬다. 조금 앞서 탈당하신 분도 있었지만 말이다. 유승민이라는 분이 그동안 잠잠하시더니 결정적인 순간에 조연으로서 역량을 발휘해서 아낌없이 존재감과 정체성을 각인시켰다.
오늘 밤까지 이틀에 걸쳐 한국 국회라는 극장에서 벌어진 도저히 현실같지 않은 연극 같은 상황을 보면서 자유한국당의 대단한 실력을 거듭 확인했다. 괜히 지지율이 30%를 넘는 것이 아니구나. 근데, 참 씁쓸하다. 자유한국당의 투쟁이 제1야당으로서 국민을 위한 것이었다면, 지지율이 금방 50%까지 급상승해서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었겠지. 대다수 국민이 원하고 다른 당들이 다 합의를 한 건에 대해서 자유한국당만 당리당략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무력으로 저지하는 걸 보고 씁쓸했다. 미안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회에서 싸워야 할 것은 자신들만의 이익이 아닌 국민을 위한 일이여야 한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거의 생중계하다시피 해서 알려진 실력을 자유한국당은 국민을 위해서 발휘한다면 다시 정권을 잡을 것 같다. 만약에, 그렇다면 다시 미친듯한 세상으로 돌아가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하는 것을 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핵심인 국민을 위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들 이익만을 위해서 미친 듯이 싸우는 것으로 보여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씁쓸하기 그지없다.
자유한국당의 실력을 잘 몰랐다는 것에 대해, 조금 반성했다. 자유한국당은 양아치나 깡패, 조폭을 가볍게 능가했다. 한국에서, 더군다나 국회에서 카메라가 사방에서 돌아가는 상황에 어디 양아치나 깡패, 조폭이 그럴 수 있나? 카메라가 무서워서라도 못한다. 자유한국당이니까,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무서운 것이 없는 것 같아서, 무섭다.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권력을 맡기면 안되다는 걸 알려줬다. 자유한국당이 지지하는 지지세력을 등에 업고 국회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것이리라, 그들이 다시 정권을 잡는 일이 생기면, 한국은 정말로 '지옥'이 되겠구나! 법치고 뭐고 막무가내로 몸과 주먹이 먼저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몸소 보여주는 것은 그들이 정권을 잡는 날이 오면 벌어질 일이 예고편이다. 막장드라마 같은 활극은 재미있었지만, 피곤하고 뒷맛이 안 좋다. 국민에게 자유한국당의 민낯, 정체성을 다시 한번 낱낱이 알려준 것은 좋았다.
내년 선거 때까지, 자유한국당의 활약을 꼭 기억해야지.
'한국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원했다, 동경에서! (0) | 2019.04.30 |
---|---|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0) | 2019.04.29 |
세월호를 기리며 (0) | 2019.04.16 |
자유한국당과 네트우익 (0) | 2019.02.14 |
대단하다! 자유한국당 (0) | 2019.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