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비가 촉촉이 내리기 시작해서 하루 종일 비가 왔다. 오후에는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흐릴 정도였다.
어젯밤 1시가 넘을 때까지 늦은 시간에 올라오는 기사를 읽으면서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 얼마나 가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나도 블로그에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라는 글을 올리고 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청와대 홈페이지에 들어가 동의를 눌렀다. 접속이 너무 많아서 연결이 잘 안 되다가 몇 번이나 해서 겨우 했다. 청원에 동의가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이 안 되어 다시 눌렀더니, 청원에 동의했다는 글이 떴다. 처음이지만 이런 행동을 한 적이 없어서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나이를 먹어서 처음 할 수 있다는 것이 많다는 걸 요즘 새삼스럽게 알고 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켜서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숫자를 확인했다. 100만이 넘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확인한 시간에 본 숫자다. 와, 순식간에 100만이 넘는구나! 지난주 후반부터 자유한국당이 국회와 광화문에서 하는 행태를 보고 느끼는 바가 있는 사람들이 많았구나. 시민들이 참다가, 참다가 드디어 행동에 나섰구나 싶었다. 이럴 때 사람들의 심정을 알 수 있는 것은 관련 기사 아래 달린 댓글에서다. 댓글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젯밤 늦게 12시가 넘어서 연합뉴스 기사에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과 '더불어 민주당 해산 청원'을 같이 다룬, 양비론적인 것이 있었다. 밤 12시가 넘어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 70만이 넘었는데 50만인가 40만으로 썼다. 애써, '자유한국당'이나 '더불어 민주당' 양 쪽 다 국민으로부터 '해산 청원'이 올라왔다는 걸 강조하는 것 같았다. 양 쪽 다 올라온 것은 맞는데, 경과를 보면 '자유한국당'이 욕먹을 짓을 했는데도 양 쪽이 다 잘못했다는 식이었다. 흠, 그렇구나. 연합뉴스가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는구나.
오늘 아침에 100만을 넘은 숫자를 보고 매스컴에서 긴장을 하겠지 싶었다. 100만을 넘은 숫자를 반영한 기사가 많이 뜰 줄 알았더니, 전혀 다른 기사가 쫙 깔린다.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에 1위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라는 기사가 깔렸다. 그 기사를 보면서 시민들이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에 몰려가도 차기 대선 주자로서 1위에 황교안이라고 비웃는 것 같았다. 나는 현재 나오는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가 실제로 대선이 되면 전혀 다를 것으로 본다. 대선 후보로서 자유한국당에서 황교안이 아니라, 나경원 원내대표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유한국당이 하는 '만행'을 보면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본의 아니게 주목하게 되었다. 뉴스에 자주 클로즈업해서 찍히니 안 볼 수가 없다. 황교안도 마찬가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사적인 일로 인해 등장 횟수가 적었다. 지난 토요일 광화문 집회 사진을 봤더니 두 분이서 콘서트나, 팬미팅이라도 하는 것처럼 아주 행복하게 보였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자유한국당이 벌거숭이 알몸을 내보인 것 같았다. 솔직히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 민주당에 왕창 졌을 때, 자유한국당이 정신을 차리고 국민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좋은 쪽으로 달라질 줄 알았다. 예상이 빗나가서 정반대로 달라지기 시작해서 나경원 원내대표 발언이 과격해지면서 지지율이 올라갔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내려가면서 더욱더 자유한국당이 이상해진 인상이다. 황교안 당대표가 하는 말을 잘 들어본 적이 없다. 말을 들어도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하는 말을 보면 외우기 쉬운 공격적인 언어구사를 잘한다. 아마, 지지세력을 향한 방송이겠지. 그럴듯한 프레임으로 걸맞은 언어구사로 지지세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먹히는 모양이다. 요새 말을 들으면 어쩌면 저렇게 진실성이 없는 말을 그럴듯하게 할 수 있는 재주를 가졌나, 감탄한다. 거기에 자신들이 마치 민주투사라도 되는 것처럼 변신해서 난리를 피운다. 그림만 보면 영락없는 민주투사로 보인다. 자세히 보면 금방 탄로가 나지만, 언뜻 보면 아주 그럴싸하게 보인다. 아마, 그런 그림도 신문 헤드라인만 보는 지지자들에게는 먹힌다는 것이리라. 내가 위기감을 느낀 것은 다음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 현 단계에서는 황교안과 나경원으로 쳐서 두 사람중에서 대통령이 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끔찍하다. 아마, 두 사람 중 누가 되더라도, '최악'의 대통령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어떻든 그런 사태가 생기면 안 된다. 이런 느낌은 나만이 아니겠지?
오후에 들어서니 이준석이라는 학벌 좋다는 젊은이가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숫자에 의미가 없다는 기사가 떴다. "니네가 떠들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려준다. 지난 3월 통계를 근거로 베트남에서 유입된 것이 10 몇 퍼센트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조작된 것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 기사에 청원을 했다는 사람들이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하루 사이에 100만을 넘어 버린 성난 민심을 도저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겠지만, 우선은 받아들여야 한다. 자기네 좋을 대로 '왜곡'하면 바로 자유한국당인데, 그런 기사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유한국당에서도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에 몰린 성난 민심을 청와대가 조작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자유한국당에서는 모든 일이 다 문재인 대통령 탓이라는 걸로 돌린다. 자신들이 국회에서 깽판을 쳐서 국민들이 화가 났는데 청와대가 조작을 했다니 자유한국당 사고 회로가 이렇게 되어 있는 모양이다.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세력도 마찬가지로 문재인 대통령이 나온 기사 댓글을 보면 완전 욕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욕이라는 것은 '혐오발언', 즉 '헤이트 스피치'다. '표현의 자유'가 될 수 없다. 권력자에 대한 비판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것이다. 그래도 국민의 목소리 같은 것은 무시하고 '막가파'로 나갈 모양이다. 지난번 지방선거 결과에도 불구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현정권을 헐뜯고 발목을 잡아 국정운영을 못하게 막는다. 이번에 다시 자유한국당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참지 못한 시민들이 나서고 말았다. 고맙다! 자유한국당, 많은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민낯을 드러내 줘서 정체를 알기 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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