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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일본 아이들

일본, 폭염과 에어컨

2018/08/01 일본, 폭염과 에어컨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갔다. 최저기온은 25도라고 한다. 내일부터 최고기온은 3 연속 36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이번 여름에 이틀 연속 최고기온 39도를 찍었고 보름 연속 최고기온 35 이상을 찍고 났더니 무서운 것이 없다. 여름방학에 들어서 폭염이 무섭지 않은 것이다. 일을 하고 있다면 폭염이 무섭다. 오늘도 도서관에 채점 자료를 짊어지고 갔지만 책을 읽다가 오후 5 반이 넘어서 나왔다. 아침에 친한 직원에게 주려고 쌈장 만든 것을 덜어 병과 가는 길에 농가 마당에서 오이를 한봉지 사서 들고 갔다. 직원에게 세트로 줬더니 오이는 도시락인 알았단다. 시험기간이라, 학생들이 많아서 앉을 자리가 없어서 계단 옆에 휠체어를 쓰는 사람을 위한 자리가 남아서 거기에 앉았다. 앉는 자리에 따라서 냉방효과가 전혀 다르다는 절실하게 느낀 하루였다. 항상 앉는 자리는 따뜻한데, 오늘 앉았던 자리는 추울 정도였다.

 

 

올여름은 일본, 동경도 무서운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서일본 호우 피해가 회복할 겨를도 없이 폭염이 덮친 모양새다. 일시적으로 태풍이 폭염의 허리를 꺾었지만, 일기예보를 보면 당분간 폭염이 계속될 모양이다. 요새 한겨레신문에 일본 소식을 전하는데, 폭염과 에어컨에 관한 기사를 두 번 봤다. 하나는 7 28일 자로 일본 정부 "목숨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에어컨을 켜십시오"'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케이스가 100명 가까이 되고 말았다. 대부분은 고령자로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거나 고장이 난 경우와 에어컨이 있어도 켜지 않아서 일어나는 사고인 것이다. 한국 신문을 보면 마치 일본에서는 폭염에 대한 대책이 아주 잘된 것으로 보이지만 동경에 살며 느끼는 것은 폭염이나, 태풍 정보를 자신이 찾아서 확인하기 전에는 알기가 어려울 정도다. 나는 폭염이 계속되는 날씨에는 일기예보를 자주 확인한다.

 

7 30일 기사는 '"에어컨은 기본 복지"... 일본," 저소득층 보급 지원 나섰다'는 것이었다. 일본 정부가 생활보호 대상자에게 에어컨 구입 비용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달린 댓글들이 아주 일본을 찬양하는 걸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나는 이 기사를 쓰는 기자가 일본을 숭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일본에서는 정반대 기사가 눈에 띄고 일본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보면 일본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기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도요케자이 온라인에 7 24 '그래도 "교실에 에어컨이 필요 없다"는" 어른들에게'라는 기사가 떴다. 7 17일 도요타시에서 초등학교 1학년이 열사병으로 죽었다. 공원에서 30분 곤충채집을 하고 난 후 교실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다가 의식을 잃고 구급차로 실려 갔지만 사망한 것이다. 교실에는 에어컨이 없고 선풍기가 4대 있었다고 한다. 이 사고로 도요타시에서는 초등학교 교실에 에어컨 설치 공사를 앞당기기로 했단다. 일본에 뿌리 깊은 (노인들이) 정신론으로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근성으로 참으면 폭염도 견딜 수 있다. 정신력으로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열사병에 더 걸리기 쉬우며 어른보다 폭염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못한다고 한다. , 폭염에는 어린이가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일본 초중학교에 에어컨 설치는 반 정도로 더워도 설치율이 10% 미만인 지역도 있다고 한다. 막대한 예산과 결정권을 가진 어른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 270개가 넘는 많은 댓글이 달렸다. 댓글에는 더위를 참으라는 미개한 시대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 노인들 생각은 정말 모르겠다. 어린이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나? 정신론은 타인을 향하면 안 된다. 더운 것은 더운 것이다, 너무 더우면 위험하다. 재해가 있을 경우 학교는 대피소가 되는데 어른을 위한 것도 되니까, 정신론이나 예산 부족으로 에어컨을 달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고령자 시설에는 에어컨이 있고, 아이들 교실에는 에어컨도 없으면서 "오늘도 고온에 주의하세요! 특히 고령자와 어린이는 주의하길 바란다"는 것이 일본이다라는 등이다. 일본 사람들도 어린이가 있는 학교에 에어컨이 없는 체육관에서 체육수업을 해서 아이들이 쓰러지고 죽는 것에 가슴이 아프다. 댓글을 보면 일본 교육은 기본적으로 몇십 년 전, 태평양전쟁 시대 군대교육에서 별로 진보하지 않았다. 결국, 옛날 군대와 같이 어린이 인권을 무시한 정신론으로 언제까지나 교육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는 것도 있다. 선생과 직원들은 에어컨이 빵빵 들어오는 곳에 앉아서 일을 하니까, 교실에 있는 아이들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 합니다. 수도권 어느 시에서는 시의회에서 공립초중학교 에어컨 설치가 부결되었다고 학부형으로서 납득할 수가 없다는 글도 있습니다. 저는 학부형이 아니지만 정말로 화가 납니다. 어린이를 소중히 여기기는커녕 학대하고 있습니다. 에어컨을 달 돈이 없다면 돈이 들지 않게 방학을 일찍 하거나 폭염인 날에는 학교를 쉰다던지 수업을 단축하는 조치를 취하면 안 됩니까??? 아이들을 잡아먹으려고 작정했나?

 

오늘 분슌 온라인에 뜬 '"더위는 기회" 왜 동경 올림픽은 "태평양전쟁화"하는 걸까?'라는 기사가 떴습니다. 20년에 열리는 동경올림픽 때 "이런 더위에서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어떤 면에서 올림픽 관계자에게는 좋은 기회로서 정말로 된다, 어떻게 더위를 물리칠 수 있나, 아무 문제도 없이 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이런 기회는 없다"는 발언을 올림픽 조직위원회 모리 회장이 했다는 겁니다. 태평양전쟁 때도 '위기는 기회'라고 억지를 썼다고 합니다. 너무 기가 막혀서 화도 나지 않네요.

 

고이케 동경도지사는 "나무 그늘을 만드는 노력, 물을 뿌리면 이게 아주 효과적이라고 한마디로 하면 총력전이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했답니다. 이 것은 마치 태평양전쟁 시 죽창이 있으면 영국이나 미국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죽창으로 비행기에 대항할 수가 있었나요?

 

아베 총리가 냉난방은 없어도 된다고 해서 " 신국립경기장에 에어컨 설치를 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그분들에게 그깟 더위는 '정신력'으로 무찌르면 된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일본에서 말하는 이런 '정신력'이 외국인에게도 통할까요? 일본인이야, 이런 더위도 '정신력'으로 이겨내는 것이 문화라고 하지만 올림픽 참가 선수나 보러 오는 외국인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정신력'으로 더위를 물리치는 신공을 발휘하라니요? 외국인이나 참가 선수를 학대하는 것이 일본식 '오모테나시'라는 접대인가요?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사실 일본에서 고령자가 에어컨이 있어도 '정신력'으로 더위를 무찌른다고 버티다가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어린이는 에어컨이 없어서 견디지 못하고 죽는 것이지요. 더위는 무찌르거나 버틸 상대가 아닙니다. 

 

모리 씨나, 고이케 씨, 아베 총리 어쩌면 이렇게 닮았는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자민당 DNA라서 그런지 역시 대단하십니다. 올림픽 때는 폭염에 물을 뿌리거나, 서머타임을 도입하는 정도로 해결될까요?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시대착오도 대충 했으면 합니다그런데, 이분들 발언에서 DNA로 끈끈하게 연결된 느낌이 들 정도로 자유 한국당과 박근혜가 보이는 것은 제 착각인가요? 

 

일본의 더위는 습도가 높아서 에어컨이 없으면 견디기가 힘듭니다. 일본에서 에어컨을 켜라고 하는 것은 폭염이라는 재해에서 국민을 보호한다는 것도 있지만 '탈원전'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폭염으로 운전을 정지했던 원전을 다시 가동한다고 '멍청한 한국'이라는 뉘앙스 뉴스가 난 적이 있습니다. 오보였지만, 이런 뉴스는 재빠르게 전하는 것이 일본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놀랐습니다. 주변 국가에 좋은 뉴스는 없고 항상 이상한 뉴스만 골라서 보도합니다. 참고로 오보였다는 뉴스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이후 관공서나 학교, 아마 회사에서도 절전하느라고 냉방온도를 28도로 정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아예, 온도 조정을 할 수 없게 막아 놨습니다. 지금은 26도로 설정하는 곳도 있지만요. 그 결과 전력이 남아 돌아서 원전을 더 돌려야 한다는 필연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원전을 추진하고 싶은 일본 정부와 원전 마피아는 곤란해졌습니다. 일본 정부와 원전 마피아는 절대로 '탈원전'을 용납할 수 없기에 에어컨을 켜야 한다고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겉으로는 국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자신들 이익만을 추구하는 추악한 무리들이라고 할까요. 

 

일본 고령자에게는 후쿠시마 이후 절전하는 것이 국가에 대한 '애국'이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어쩌면 '애국'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하겠다는 건지도 모릅니다. '애국'은 잠시 잊고 이런 폭염에 절전하지 말고 에어컨을 켰으면 합니다. 정부는 생활보호자를 지원한다는 퍼포먼스로 점수를 따기 이전에 어린이를 먼저 챙겨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아이들이 더위에 죽어 갑니다

 

일본 정부에서는 폭염에 에어컨을 켜라고, 생활보호를 받는 세대에 에어컨 구입을 지원한다면서 에어컨을 켜서 발생하는 전기세를 인하하는 정책은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전 국민이 폭염에 안심해서  에어컨을 켤 수 있게 여름에 전기세를 인하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일본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라는 걸 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정부나 기업은 기본방침이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티가 나지 않게 돈을 우려내나 하는 것입니다.  

 

 

오늘 오전에 찍은 사진, 맨 아래 사진은 몇십 년 된 양산, 오이 봉지가 보인다. 요새 팔고 있는 기능성 고급 브랜드보다 옛날 양산이 훨씬 튼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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