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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일본 아이들

배부르게 먹여라!

2018/06/18 배부르게 먹여라!

 

오늘 동경은 흐린 날씨로 가끔 가랑비가 내렸다. 비가 때는 안개가 것처럼 자욱해서 시야가 좁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도서관을 향했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수국이 많이 핀 길을 따라 걸으면서 사진을 찍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장마철에는 날씨 때문에  기분이 가라앉는데 예쁜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사는 주변은 공원이 많고 자연이 풍부한 곳이라서 계절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강의가 없을 때는 주로 도보권에서 생활하는데 도보권 생활을 아주 좋아한다. 도보권에서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 우선 전철을 타지 않으면 보지 않고 겪지 않아도 될 일을 피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생활이 평온해진다. 아마, 도보권에서만 생활할 수 있다면 동경은 아주 좋은 곳이다. 한편으로 도보권에서만 생활하다 보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오늘 도서관에서 읽은 책을 소개한다. 제목이 '어린이 빈곤과 식격차-- 배부르게 먹이고 싶다'이다. 일본에서 '아동 빈곤'이 꽤 높은 편이다. '아동 빈곤'율이 가장 높았을 때가 2012 16.3%에서 좀 나아져서 2015년에는 13.9%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어린이 6명에 1명이 '빈곤'했던 것이 지금은 7명에 1명이 되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아동 빈곤'만이 아니라, '빈곤율'이 높은 편이다. 어른들의 '빈곤'도 어렵지만, '아동 빈곤'은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어른들의 '빈곤' '아동 빈곤'으로 이어진 것이지만,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노력해서 '빈곤'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아동 빈곤' '빈곤'의 대물림과 연쇄로 인해 성장해도 '빈곤'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그렇기에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아동 빈곤'에 대한 지원은 '교육'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교육'에 대해서는 좀 개선이 되었지만, '교육' 이전에 '의식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데 지원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여기서는 '의식주'에서도 가장 중요한 ''의 결핍에 대한 내용이다.

 

동경도에서 4곳의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 2학년만 16-17세 아이와 보호자에 대해 2017년에 어린이 식품군별 섭취빈도를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세대의 경제적 곤란을 어린이 소유물이나 체험의 결여, 부모의 소득, 가계의 핍박을 중심으로 정의했다. 가장 곤궁한 층이 어린이가 6-7%, 그 위 주변층이 어린이가 15-17%, 일반층을 약 80%로 본다. 급식 이외에 야채를 먹는 날이 적은 것은 생활이 어려운 계층일수록 많다. 아예 야채를 먹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경제상황에 따라 섭취하는 식품군에 차가 나는 것은 야채와 과일에 동물성 단백질(육류와 생선)이었다. 건강한 발육에 필요한 기본적인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엥겔계수와 관련을 보면 어린이 둘과 부부가 있는 가정에서 총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18.9%이다. 가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즉, 수입이 낮은 것이다. 그다음이 교육으로 10.8%이다. 과거 1년간 돈이 없어서 식료품을 살 수 없었던 적이 있었냐는 질문에 가끔 있었다를 합치면 20-30%가 된다. 여기서 말하는 식료품은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것으로 사치스러운 것이 아니다. 오사카후 '빈곤' 조사에서 6개월간에 경제적인 이유로 지출을 억제하는 것은 취미나 레저에 대한 것이 첫 번째, 다음은 새 옷이나 구두를 사는 것을 억제한다. 세 번째는 식비를 억제한다고 한다. 네 번째는 이발소나 미장원에 가는 걸 억제하고, 다음은 냉난방 사용을 억제한다. 다음은 친구나 지인을 만나지 않는다로 이어진다. 즉, 식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대 수입과 어린이가 아침밥을 먹는지에 대한 질문을 보면 학교에 가는 날도 수입이 적은 집 아이는 15% 가까이 아침밥을 먹지 못한다. 수입이 많은 집 아이는 7.6%. 학교를 쉬는 날은 수입이 많은 집 아이 17%가 아침밥을 안 먹고, 수입이 적은 집 아이 27%가 아침을 못 먹는다. 수입이 적은 집 아이가 인스턴트면을 많이 먹는다. 수입이 낮은 집 아이는 급식이 없으면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다고 한다. 수입이 적은 집에서는 어린이 건강유지에 적당한 영양 밸런스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고 식료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간관계를 보면 수입이 적은 사람들이 주위 사람들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한다. 당연하다, 빈곤한 상태에서는 주위의 눈이 두렵다. 그래서 경제적 빈곤이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쳐, 관계 빈곤이 된다.

 

내가 아연실색한 통계가 나온다. 실제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어서 몇 번이나 눈을 비비면서 보고 또 봤다. 야마나시에서 푸드뱅크의 지원을 받는 가족을 조사한 것이다. 푸드뱅크에서 식료 지원을 받는 세대당 1명의 하루 식비가 200엔 미만이 22%, 200-300엔 미만이 24%, 300-400엔 미만이 29.5%로 전체적으로 400엔 미만이 76%였다(엔화는 한국돈 10배로 보면 된다). 1명당 한 끼 식비로도 적은 편인데, 하루라니...... 주식인 탄수화물만 먹는 것이 점심에 70%, 아침과 저녁이 40%. 탄수화물도 밥이면 반찬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찬이 필요 없는 빵이나 인스턴트면일 수가 있다. 반찬 특히 야채는 거의 먹지 않았다. 어린이 발육과 건강에 불안함을 느끼면서 영향이 있다는 사람이 60%. 그 내용에는 영양 밸런스가 나쁘다, 체력이 없고 빈혈에 현기증이 있으며 잘 아픈다, 마르고 키가 크지 않는다, 짜증이 난다, 식사가 즐겁지 않다의 순으로 나온다.

 

일본에서 '아동 빈곤'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활동을 하고 있지만, 너무 부족하다. 예를 들어 '어린이 식당'을 열어서 식사를 못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료나 아주 싼 금액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곳에 지자체에서 지원도 없고 자원봉사자들이 식료품을 제공받아 운영해서 매일 하는 것도 아니다. 어린이 식사는 매일 하루 세끼가 필요하다. 매스컴에서 그럴듯하게 전하지만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는 백만 명 단위로 있기 때문에 그런 미약하고 취약한 시스템으로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 어린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급식'이라고 한다. 집에서 제대로 못 먹는 아이에게 '급식'이 가장 좋은 식사이며 영양공급원인 것이다. 주말이나 방학에는 학교가 쉬기 때문에 '급식'이 없으면 어린이가 굶는 상황이 일어난다.

 

동경 근교에서 '무상급식'과 고등학생까지 '무상진료'를 한 지역에 젊은 층 인구가 늘었다고 한다. 그만큼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무상급식'이나 '무상진료'가 고마운 것이라, 인구가 증가할 것이다. 나도 그런 곳에서 살고 싶다. 이런 사례로 보면 정부에서는 고령화로 인구가 부족하다고 무조건 아이를 낳고 키우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안심해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구체적이며 효과적인 복지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을 관찰하면 요새 학생들 체력이 약하다. 잘 먹지 못하며 자랐고 지금도 잘 먹지 못한다는 걸 느낀다. 대학에 오는 학생들이 이 정도라면 대학에 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어떨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정부는 무엇보다도 먼저 아이들에게 배부르게 먹여라.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하는 나라에 희망이나 미래 따위는 없다. 제발 부탁한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먹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