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12 심각한 어린이 빈곤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1도 밖에 안 되는 선선한 날씨였다. 며칠 전 미친듯한 더위, 최고기온이 38도였던 날 이후로 약간 선선해졌다. 선선한 것이 아니라, 미친듯한 더위에 비교하니 덜 덥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는 매일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지내고 있다. 중요한 책은 논문을 고치는데 필요한 것이지만, 그 외에도 하루에 몇 권이나 책을 읽는다. 어제 읽은 책 중에 어린이 빈곤에 관한 책이 있었다. 오늘 읽고 도서관에 반납한 책은 자해하는 사람들에 관한 책이었다.
요새 도서관에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에 야채를 파는 곳에 들른다. 지금 일본은 오봉휴가 기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귀성을 하느라고 열차나 비행기가 붐비는 시즌에 동경은 가장 한적 해지는 시기이다. 야채를 파는 곳에 참외가 있나 궁금해서 매일 들른다. 오늘은 운이 좋아서 상태가 괜찮은 참외가 12 개나 있어서 전부 샀다. 아침에 도서관에 가는 길에 참외를 사서 무겁지만 손에 들고 등에 짊어져서 갔다. 오늘 참외를 많이 샀으니 주말에 먹으면서 지낼 것이다.
일본의 어린이 빈곤율이 높아서 OECD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높아 약 16%나 된다. 아주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어린이 빈곤율과 자상하는 사람들은 표면적으로 관련이 없는 것 같으나 관련이 있다. 일본의 어린이 빈곤은 주로 한부모 가정 아이들로 엄마가 주된 가장이다. 엄마들이 취업을 해도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 알바라서 수입이 적다. 한부모인 엄마가 일을 하면 아이를 돌볼 시간과 체력이 없어서 제대로 훈육을 할 수도 없다. 엄마 중에는 미성년이 출산을 해서 아이를 키울 준비가 안된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엄마의 출신 가정 또한 빈곤해서 부모님으로부터 제대로 훈육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가족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빈곤의 연쇄이며, 빈곤의 대물림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어린이 빈곤이 엄마의 책임이냐면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임신을 해도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고, 이혼을 해도 아빠가 양육비를 지불하지 않는 예도 허다하다. 남성들이 책임을 회피함으로 엄마가 혼자서 부담을 껴안아야 하는 구조적인 것이다.
엄마가 학력이 낮은 여성이면 임금이 낮은 일 밖에 못 한다. 생활보호비를 받아서 경제적으로 최저한의 생활이 보장된다고 해서 어린이의 양육이 잘되는 것도 아니다. 엄마가 우울증을 앓든지, 어린이를 학대하는 경우도 있다. 밥도 제대로 못 먹는 아이들도 허다하다. 집 정리나 청소도 못해서 쓰레기통 같은 환경에서 사는 경우도 결코 드문 것이 아니다. 집이 쓰레기통 같다는 것은 비유가 아니라, 실태를 말하는 것이다. 집이 쓰레기통이 된다는 것은 병에 걸린 것이라고 본다. 그런 환경에서 어린이가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 끼니때에 맞춰 밥을 먹는 아주 기초적인 생활훈련조차 못 받으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엄마가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면 아이들은 부모와 격리되어 시설에 들어간다. 아이들과 부모가 같이 살 수 있다고 판단이 되면 다시 부모와 같이 지낼 수 있게 되기도 한다. 빈곤한 어린이가 노력해서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해 빈곤을 탈출하기가 어려운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빈곤의 고정화인 것이다. 그래서 빈곤한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빈곤한 대상이 어린이라서 여간해서 빈곤함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이 문제를 인식하기가 어렵고 지원하기가 어려운 점이기도 하다. 어린이 빈곤이 고정화되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이다.
이런 책을 읽은 날은 잠을 잘 못 잔다. 일본의 정치가 어린이 빈곤에 관해 제대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이 사회의 미래가 어둡다. 그렇지 않아도 고령화로 어린이 인구가 부족한 상태다. 어린이를 사회가 책임지고 돌보고 키워야지, 어린이 빈곤은 사회적인 책임인 것이다. 어린이 스스로가 자신들의 빈곤을 정치적으로 문제화할 수가 없다. 빈곤한 사람들은 빈곤하다는 것 자체로 사회적인 약자이다. 어린이들은 빈곤하지만, 얼마든지 좋은 방향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어린이니까, 어느 정도는 어른들이 하기에 달린 것이 아닐까? 일본 정치상황을 보면 스스로가 자신들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 같아 속이 상한다.
오늘 읽은 자해하는 사람에 관한 책은 치료를 하는 입장인 정신과 의사가 쓴 것이다. 다음에 쓰기로 하겠다.
사진은 금방 껍질을 벗은 매미와 매미 껍질을 찍은 것이다. 매미가 껍질을 벋는 것도 집중하는 모양이라, 매미껍질이 모이는 곳에 모여서 고층빌딩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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