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04 아베 정권의 마지막(?) 개각
오늘 동경은 흐린 날씨로 오후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다. 이번 주부터 여름방학에 들어간 상태라서, 채점을 하는 매일이다. 어제까지 기말레포트 채점을 마쳤다. 오늘도 이 블로그를 올리고 도서관에 가서 채점을 할 것이다. 아침으로 옥수수를 두 개 쪄서 먹고 점심으로 작은 감자를 찌고 있다. 지금 찌고 있는 감자가 인카노 메자메(잠에서 깨어난 잉카)라는 이름으로 황금색 속살을 가진 감자다. 이름만으로도 반쯤 먹고 들어가는 매력적인 감자다. 옆에 있는 것은 옥수수를 삶은 물로 차처럼 마신다. 여기에 오이를 곁들일 것이다. 노란색과 녹색의 점심이다.
그저께 밤에 손에 반창고를 떼었다. 일주일 가까이 베인 손가락에 물이 묻지 않게 반창고를 붙이고 생활했다. 설거지도 왼손으로 하고 가능하면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쓰지 않게 하다 보니 좀 불편했다. 새삼스럽게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인식했다. 다섯손가락이 다 같은 것이 아니다. 엄지손가락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동안 엄지손가락의 노고를 전혀 몰라서 미안하다. 일주일만에 양손을 자유롭게 쓰니, 참 편하고 든든하다. 정작 오른손 엄지손가락은 아직 얼얼해서 감각이 돌아오지 않았다.
8월 2일에 후쿠다 전총리의 인터뷰 기사가 올라왔다. 한국신문에 기사가 먼저 떴다. 후쿠다 전총리는 총리였을 때, 그다지 인상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자신의 정치적인 신조나 진면모를 국민들에게 어필하면서 자신의 정권연장을 꾀하지 않은 신사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왠지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총리시절 외신 기자클럽에서 기자들을 향해 “당신들과는 다르다”는 발언으로 ‘조롱’을 받은 것이 가장 인상적인 일이다. 기자들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기에 자신들을 향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조롱’함으로 비웃는 ‘권력’행사를 했다. 그다지 ‘인기’가 없는 총리, 무엇보다도 ‘비판’한다고 해서 아베정권처럼 정치적인 보복을하지 않을 총리이기에 기자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정작 자신들이 총리로부터 왜 그런 ‘비판’을 받았는지 되돌아보지 않았다. 후쿠다 전총리는 2대가 대를 이어 총리를 한 첫번째 총리이기도 하다. 당시는 '세습 정치인’에 대해 ‘비판’적인 분위기가 있어서 사실상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총리이기도 했다.
내가 후쿠다 전총리를 인상적으로 본 것은 2012년 9월에 아베씨가 자민당 총재로 당선된 날에 정치를 은퇴한다고 한 것이다. 직감적으로 아베씨가 다시 총리가 된다는 것이 너무나도 싫어서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봤다. 단지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전총리로서 일본이라는 국가의 장래를 우려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런 후쿠다 전총리는 아베정권을 ‘비판’해왔다. 그 ‘비판’이 매우 정확하며 귀중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베정권이 매스컴을 장악해서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언론이나 세력에는 가차없는 ‘공격’을 가했다. 아사히신문이 그 본보기로 정권과 매스컴이 총동원해서 ‘몰매’를 가해서 무너뜨렸다. 지금도 아사히신문이 있지만, 이전과는 다른 신문이 되고 말았다. 아베 정권의 ‘공격’이 무서운 매스컴에서 후쿠다 전총리의 아베 정권 비판을 비중있게 다루지 못했다. 그러나, 매스컴을 장악하고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세력을 가차없이 ‘공격’하는 정권에 대해서 누가 ‘비판’할 수 있겠나? 후쿠다 전총리는 정치에서 은퇴했지만, 전총리로서 할 수 있는 ‘정당한’ 일을 한 것이다. 이번 인터뷰에서 “국가가 파멸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아주 자극적인 표현을 했다. 정말이지 오죽했으면 그런 표현을 했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후쿠다 전총리의 기사가 나서 관심을 가지고 한국에서 난 것과 일본에서 난 기사내용을 비교했다. 내가 비교한 한도내에서 말하자면 한국에서 난 것도 다 같지가 않고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에서 난 것에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부분이 다 빠진 것이다. 그야말로 후쿠다 전총리가 지적한 것처럼, 정권에 아부하느라고 신문사들이 스스로 눈치껏 뺀 것인지 몰라도, 확실히 그 부분이 없어진 것이다. 아무리 전총리의 발언이라도 매스컴에서 알아서 정작 중요한 부분을 뺀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베정권에게 ‘공격’을 받을 일이 없으니까, 그대로 나온 것이다.
아베 정권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 그렇지만, 장기집권에 개헌을 강행한다는 의지를 보였고 그 준비를 해왔다. 그런 것이 가능했던 것은 어쨌든 높은 지지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개각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올리고 싶은 것이다. 사실 아베 정권의 재출범을 했을 때 내각구성을 보고 ‘기대’가 1도 없었다. 그 후에 일어나는 많은 ‘만행’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었다. 화가 나는 것도 ‘기대’가 있기에 나는 것이다. 어떤 ‘기대’도 없으면 화도 나지 않는다. 아베 정권은 자신들의 추구하는 걸 추진하는 것에 매진하는 점에서는 잘한 것이다. 국가가 망하든 말든, 국민들이 죽어나든 말든 그들에게는 상관이 없는 일일 것이다.
이번 개각을 보면서 참 묘한 감정이 일었다. 이번 내각구성이 밸런스가 가장 좋다. 국민들에게 신임 받을 내각구성인 것이다. 정말로 아베 정권은 정치를 잘한다. 국가나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자신들 정권연장을 위한 정치를 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멀리했던 자신의 견제 세력인 노다 세이코씨를 입각시켰다. 동경도지사인 고이케 유리코씨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고이케씨는 정치력이 길지만, 자민당에서 탈당까지 하면서 동경도지사가 되어 급격하게 세력을 부상하고 있다. 그에 비해 노다씨는 고이께 씨와 개인적으로 가깝다고 하지만, 꾸준히 지지받는 정치인으로 지난 번에 자민당 총재선에 아베 씨에 대항해서 출마선언을 했다가 출마하지 않은 전력이 있다. 즉, 정치인으로 소신이 있다는 걸 뜻한다. 차기 자민당 총재선에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다. 개인적으로 꼭 출마하길 바란다. 가능하면 일본에서 (미모의) 첫 여성총리가 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에서 가장 주목한 것은 고노 타로 외무장관 기용이다. 고노 타로 씨는 ‘고노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 씨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자민당에는 다양한 파벌이 있고 정치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다양했기에 장기집권이 가능했다. 같은 자민당이라도 후쿠다 전총리과 고노 요헤이 씨가 추구하는 노선은 비슷하지만, 아베정권과는 정반대일 정도로 다르게 보인다. 그렇기에 고노 타로 씨가 외무장관이 된 것은 적어도 아베정권에서 최악의 관계를 만든 중국과 한국에 대해 나름 관계개선을 위한 정치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이 된다. 고노 타로 씨에 관해서는 나름 줏대가 있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노 요헤이 씨 아들이라는 평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고노 요헤이 씨는 일부 사람들에게 ‘매국노’라고 불리워지고 있다. 물론, ‘고노담화’ 때문인 것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고노 타로 씨를 멀리서 본 적이 있다. 김대중 전대통령 추도식에서 그는 김대중 전대통령을 “존경하는 정치인”이라고 했다. 일본 정치의 문맥에서는 하기가 어려운 말이다. 물론 그도 정치인이기에 그 때 한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노 요헤이 씨를 넘어선 정치인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외무장관직에서 보여주는 정치적인 역량이 앞으로 그의 정치적인 앞날, 일본의 앞날을 점치는 일이 될 것으로 본다. 적어도 주변국가와 ‘정상적인 대화’가 되어야 한다. 고노 씨가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서 역량을 발휘하면 아베 정권의 수명연장이 되기에 마음이 좀 복잡하지만, 어쨌든 주변국과 관계 개선이 더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나 중국에서 고노 씨에게 많은 ‘기대’를 하지 않길 바란다. 왜냐하면, 고노 씨는 ‘팀 아베’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의 외무장관이라는 걸 잊지 마시라. 그리고, 이번 개각이 아베 정권의 마지막 개각이 되길 바란다. ‘기대’하면 화가 나니까, ‘기대’는 1도 없다. 다만, 얼마나 더 망가질까, 조금이라도 덜 망가지길 바랄 뿐이다. 결국 갈데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 견제나 '비판'세력이라는 브레이크가 없는 '폭주’는 어딘가를 들이받고 멈추는 수밖에 없는 위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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