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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소녀상 전시 중지를 보면서

지금 일본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한다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소녀상'이 위험하다. 어떤 수모를 당할지 모른다. 나는 '평화의 소녀상'이 나고야에서 전시한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그래도 혹시 '표현의 자유'에 관대한 '예술'분야다. 일본에서 가장 큰 국제예술제니까, 설마 함부로 하지 못하겠지. 기적을 바라는 것과 같은 심정의 실날처럼 가는 기대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과격한' 반응을 정부와 '극우'가 연계한 콜라보 작품, '행위예술'로 보여줬다. 일본의 아주 '감정적'인 대응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소박한 '소녀상'을 둘러싸 일본 정부와 현 정권의 실세를 장악한 '극우'가 허둥지둥 '치부'까지 드러내며 '소녀상' 전시를 중지 시켰다. 현재 일본이 어떤 상태인지,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를 아낌없이 보여줬다. '소녀상'은 전시가 중지되면서 일본의 역사관과 민주주의가 역행하고 있다는 걸 '증명'해 주고 말았다. '소녀상'은 용감했다.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6도로 더운 날씨였다. 내일도 최고기온이 36도라고 한다. 어제까지 도서관에서 채점을 하고 책을 읽다가 오늘은 주말이라,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낮에 야채를 사러 무인판매에 갔다가 다른 가게에서 이웃과 만나서 탄산수와 옷을 샀다. 이웃이 슬리퍼를 산다고 해서 같이 신발가게에 갔다가 수박을 사러 마트에 갔더니 수박이 비쌌다. 날씨가 더워서 무거운 수박을 집까지 들고 올 힘도 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 집에 오는 도중에 시민센터가 있어 도서관에 들러봤다. 평소에 쓰는 도서관이 꽤 멀고 방학에는 문을 닫는 기간도 있어서 가까운 데 쓸만한 곳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다. 도서관에는 일반 소설류밖에 없고 앉는 자리도 적어서 나에게 유용한 곳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가장 더운 시간대에 밖을 걸어 다녔지만, 주변에 나무가 많아서 그런지 그늘과 가까운 곳을 걸으면 별로 덥지 않았다. 바람도 불어서 더운 것을 별로 느끼지 못해서 다행이었다. 주변에서 돌아다니는 길도 반사열을 되도록 적게 받는 길로 다녀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상태다. 일본이 '수출 규제'라는 명목으로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한 상태에서 방학에 들어간 것이 참 다행이다. 오늘까지 학생들에게 학기말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해서 리포트를 읽고 채점을 마쳤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학생들 감상문에 쓴 질문에 응답과 한국의 정치, 경제에 대해 말했던 내용이 일본에서 보도하는 것과 너무 달랐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는 주로 인터넷에서 얻는 것과 매스컴의 보도를 통해서 얻는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에서 편향된 인터넷 정보나 매스컴의 보도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다. 과목에 따라서는 극소수일 정도로 적다. 다른 말로 하면 학생들도 '극우'들과 매스컴에서 쏟아내는 편향된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학생들의 인식은 한국 사람들은 다 일본을 싫어하고 '반일'이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일본에서 보면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로 극단적인 사람들로 비친다는 것이 일본의 상식이 되고 말았다.

 

한류 드라마나 K-POP 팬은 한국에 대한 이해가 좀 다르다. 한류 드라마나 K-POP 팬은 드라마를 통해서 보는 한국과 자신들이 좋아하는 K-POP 아이돌을 보고 있어 일본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한국과는 정반대의 인식을 갖는다. 한류 드라마나 K-POP 팬이 보는 한국은 자신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보이는데 일본 매스컴에서 보도하는 한국의 모습은 사뭇 다른 것이다. 일본 매스컴에서는 한국의 나쁜 점만 보도하고 왜 한국을 나쁘게만 보려고 하는지 이상하다고 느낀다. 여학생 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K-POP 아이돌을 보기 위해서 한국에 자주 다니는 학생도 있다. 그런 학생의 경우는 오히려 한국 사람을 닮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을 정도다. 한국에 대한 극소수의 '호감'과 절대적 다수의 '반감'이 선명하게 나눠진다. 지금 일본에서는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가진 사람들까지도 '탄압'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에서 보면 말도 안 되지만 작년 BTS의 뮤직스테이션 출연금지 소동이 일어났을 때, 팬인 학생들이 울고 아프고 하는 걸 보면서 확인한 사실이다. 학생들을 통해서 본 '한국'이 어떻게 보이는지는 다른 기회에 쓰기로 하자. 

 

오늘 오후에 집에 있으면서 인터넷에 올라오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지 소동을 보면서 일본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확인 할 수 있었다. 아이치현 나고야에서 3년에 한 번 열리는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표현의 부자유전- 그 이후'라는 코너 전시가 '소녀상'을 비롯해 전부 3일에 철거당하게 되었다. 전시회를 시작한 1일 하루에 협박 전화가 200건에 메일이 500건이나 왔다고 한다. 2일에도 같은 정도의 협박 전화와 메일이 왔고 '극우'로 보이는 사람들이 '소녀상'을 조롱하는 행위도 있었다고 한다. '극우'가 전화로 "철거하지 않으면 가솔린 통을 들고 간다"라고 협박하면서 요전에 있었던 교토 애니메이션 방화사건을 연상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전시를 중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협박 전화를 받는 직원들이 공격을 받는 것, 이름을 물어 인터넷에 써 올리고 전시장 안내에 와서 항의를 하는 등으로 난리가 난 모양이다. 전시 중지 이유는 '안전상'의 문제라고 했다. 전시를 계속했다가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나고야 시장이 방문해서 '소녀상' 전시가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다"라고 아이치현 지사에게 전시를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거기에 일본 정부는 관방장관이 나서서 전시회 "보조금 교부를 검토할 것"이라는 압력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와 '극우'가 콜라보를 해서 탄생시킨 현재 일본이 어떤 상태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이 되고 말았다. 일본 사람들은 자신들이 점잖다고 하면서 얼마나 '감정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나는 '수출 규제'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이 '타당하다'가 56%라는 게 나왔을 때, 적다고 생각했다. 내가 느끼기에는 더 많다. 그 후 한국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시민들이 대항했다. 한국 시민들의 자발적인 '불매운동'을 일본 정치가나 재계 인사, 기업이 조롱했다는 것은 한국에서 모두가 알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폭탄'을 던진 것은 잊고 한국 시민들이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에 '분노'했다. 그것도 아주 치를 떨며 '분노'했을 것이다. 일본 사람들 점잖은 게 아니라, 아주 격렬하게 감정표현을 한다. 그동안 해왔던 일본 정치가의 '실언' 혹은 '망언'이라는 것도 '본심'이라는 걸 이번 기회에 잘 알게 되었다. 

 

어제 아사히신문 석간에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기 위해  '의견 공모'를 했더니 4만 666건이나 의견이 나왔다. '찬성'이 95%에 '반대'가 1%다. 나머지는 판명 불가다. 보통 이런 것에 의견이 수십 건 밖에 모이지 않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 호사카 유지 교수님은 '일본회의' 같은 '극우'가 보냈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동경에 살면서 실감은 여기에 나온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1%를 빼고 99%의 일본 사람이 '혐한'이라고 본다. 일본에서 다른 것은 둘째치고 '혐한'은 목숨 걸고 해야 하는 '애국'이 되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일본 사람들 '애국심'이 너무 강해서 무섭다. 한국을 자신들이 '공격'해놓고 한국으로부터 '공격' 받는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가미카제'가 강제적으로 동원된 것이 아니라, 대다수가 지원해서 간 것이 아닌가. 일본에서 '애국'을 위해, 즉 '혐한'의 영웅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소녀상' 전시 중지 소동에 관한 일본 신문 기사를 자세히 읽고 관계자 기자회견 아사히신문 동영상도 봤다. 기사와 동영상에 달린 댓글도 봤다. 기사 톤도 그렇고 완전히 '극우'가 장악한 세계가 되었다는 걸 다시 한번 인식했다. 댓글에는 '헤치트 스피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도 급하게 보도하고 있다는 걸 소개하면서 한국에서는 다 이번 일을 '비판'하고 있다고 '비판'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한국 신문 기사를 봤는데, 사실 관계를 다룬 것뿐으로 '비판'이 없었다. 오히려 일본 분위기와는 달리, 전시 중지에 대해 항의하는 움직임까지 소개해 일본 사회가 아주 건전한 것처럼 보였다. 일본 매스컴은  다시 한국이 일본을 '비판'한다고 일본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분노'를 느끼도록 교묘하게 유도하고 있구나.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한 것도 '우대'했던 걸 '보통'으로 돌린 것뿐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우대'해줬으니 감지덕지하라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분노'를 자신들이 부추기면서 과열시키고 있다. 똑같은 걸 중국과 영토분쟁이 있는 섬을 매입하는 과정에서도 봤다. 

 

'소녀상' 전시를 통해서 일본에서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명확히 증명해줬다. 고생했다 '소녀상'. 그리고 고맙다, 일본이 어떤 상태인지 잘 알게 해 줘서. 일본 사람들도 현재 일본이 어떤 상태인지 조금이라도 알았을까? 한국에서는 못 믿겠지만, 일본에서 '표현의 자유'는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일본에서 2001년 공영방송인 NHK에 '위안부 문제'를 방송전에 자민당 의원(아베 총리가)이 정치개입 한 것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받았다. 그 후 시간이 흘러 NHK도 완전히 정권에 의해 장악이 되어 중립적인 보도를 기대할 수도 없게 되고 말았다. 그 사건과 같이 이번 '소녀상'을 둘러싼 전시 중지가 2001년보다 더 알기 쉽게 정부와 '극우'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검열'하는 것이 드러난 사건으로 후일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소녀상'이 시대의 한획을 긋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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