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12 반성과 사죄
오늘 동경은 아침에 흐렸다가, 낮에는 맑았었다. 오후가 되면서 다시 흐려졌다. 그래도 최고기온이 34도라는 만만치 않은 더위였다. 어제도 아침에 도서관에 가서 7시간을 집중해서 책을 몇 권 읽고 55시 반이 넘어서 도서관을 나왔다. 아침에 갈 때는 최고기온이 32도인 줄 알고 나갔다. 32 도면 그렇게 덥지 않은 날씨인 것이다. 그런데 웬걸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이 너무 더워서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으로 올라간 것 같았다. 집에 와서 확인했더니 34도였다고 한다.
오늘은 도서관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 더울 것이 무서워서 집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 날씨가 흐린 것이다. 너무도 반가웠다. 그동안 맑게 개인 여름 날씨가 계속되어 뜨거웠기에 날씨가 흐린 것만으로도 반가웠다. 그러나, 조금 있으니까, 맑아진다. 뜨거워진다. 오후가 되어 다시 날씨가 흐려졌다. 일기예보로는 비가, 소나기가 온다는 데… 모르지.. 소나기가 내려주면 더 반갑겠다. 오랜만에 밥을 해서 먹었다. 반찬은 근처 농가에서 산 야채가 중심이다. 마트에 가도 신선한 야채가 별로 없고 비싸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렇다네…
요새 신문에는 14일에 발표하는 ‘아베 담화’에 관한 기사가 많다. 예를 들어 침략, 사죄, 반성, 식민지 지배라는 단어가 들어가느냐, 어떤 형식이냐는 등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는 일본에서 보면 패전 70주년이기도 하지만, 집단적 자위권 행사 범위에 관한 안보 법안 통과와 관련해 큰 획이 그어지는 해이기도 하다. 지난 9일 나가사키 원폭이 투하된 기념식에 참석했던 아베 총리가 원폭피해자 대표에게 안보 법안을 그만두라는 욕을 먹고 오기도 했다. 지금까지 아베 총리가 막가파로 몰아붙여서 안보 법안은 그냥 통과될 것 같았다. 사실, 7월 16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통과되었고, 난리가 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그전부터 헌법 9조를 지키자는 운동은 넓게 전개되고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사회적으로 얼마나 영향력이 있었을까? 아베 정권이 여론을 무시하고, 위헌이라는 헌법학자들의 성명도 무시하고 어쨌든 몰아붙이는 걸로 봐서 한걸음에 정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요새 대두한 매스컴에서 보도하는 시민운동은 기존의 시민운동과는 다르다. 조직되지 않은 SNSSNS 등으로 연락해서 모인 사람들에 의한 데모인 것이다. 거기에는 기존 시민운동을 주도적으로 하던 세대가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점이 있다. 시민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전개되는 외국인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언어폭력을 구사하는 새로운 사회적인 폭력에 대해 기존의 시민운동은 거의 대응하질 못했다. 혐한데모도 SNS를 통해서 사람들이 모였듯이, 그에 대한 카운터 데모도 SNS를 통해서 알려지고 사람들이 모인다. 차별적인 폭력을 구사하는 시민운동이라는 데모는 오랫동안 전략적으로 데모를 해서 아주 큰 효과를 올렸다. 즉, 사회가 외국인에 대한 차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고 말았다. 잠재적이었던 차별의식이 겉으로 드러나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고 말았다.
아베 총리는 총리를 두 번째 하는 것이다. 아베 씨가 두 번째 자민당 총재가 될 무렵, 2012년 9월 중순, 조금 전(8월 10일)에 이명박 대통령이 갑자기 독도에 상륙해서, 잠재적이었던 영토문제를 폭발적으로 일본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리고 직후에 중국과 영토문제가 되어 있는 섬들을 9월 10일에 일본 정부가 사고 말았다. 그곳은 대만, 홍콩과도 영토문제가 된다. 당시 극우 이시하라 신타로 씨가 동경도지사여서 동경도에서 산다고 하는 걸, 국유화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으로 성급히 국유화를 한 것은 중국에 불난 곳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 사상 최대의 반일 데모로 이어진다. 중국에서 보면 이전 일본에게 침략당한 국치의 날인 9월 18일을 전후했다는 것은 아주 상징적으로 침략적인 군국주의 일본을 각인시킨 꼴이 되고 말았다. 일본에서야, 자신들이 한 것을 기억조차 못하니 중국사람들이 왜 그렇게 난리를 치는지 몰랐다.
물론, 그전에 홍콩과 중국에서 영토문제가 되어있는 섬에 상륙을 한다 든지 작은 문제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쪽이 중국을 자극해서 대대적인 반일 데모를 야기시켰다. 그러나, 일본 쪽에서는 항상, 언제나 일본이 한 것이 정당하기 때문에 중국의 반일 데모는 전혀 엉뚱한 반응으로만 봤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본은 중국의 반일 데모가 격렬히 장기화되는 것에 당황했다. 항상 그렇듯이 일본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부채질을 해놓고는, 자기들이 뭘 했는지 전혀 모르는 척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시켰다는 둥, 반일 데모가 반일이 아니라 빈부격차가 반일 데모를 일으켰다는 둥 해괴한 해석을 했다. 자기네가 주변 국가, 북한이나 한국, 중국에 대해서 뭘 했는지 모르는 입장에서 반일이 심각하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니다, 중국이나 한국에서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해 평소에 참다가, 참다가 결정적인 기회에 폭발하는 걸, 일본에서는 모른다. 자기네가 한 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일본의 문제는 아베 담화에 어떤 단어가 들어가고, 어떤 형식이 되든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자신들이 과거에 저지른 일, 침략했던 나라, 식민지 지배를 당했던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었는지를 모른다는, 알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단어를 써서 사과하거나 사죄를 하더라도, 진정성이 없는 것이기에 아무런 사과도 사죄도 되지 않는다. 자신들 스스로 뒤돌아보고 반성하지 않으니까…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과를 하며 사죄를 하겠느냐고… 그저 외교적인 제스처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위해서라도 피해를 끼친 주변 국가에 사과와 사죄가 필요하다.
아까 저녁에 밖에 나갔다가 장수풍뎅이를 잡아왔다. 남자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멋있게 생긴 곤충이다. 얼른 사진을 찍고 잡았던 자리에 돌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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