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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대학이라는 환경

조국 인사 청문회를 보면서  자유 한국당 의원들이 대학에서 연구자(대학 교수)가 일하는 환경에 대해 무지한 것인지, 아니면 억지로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실 관계보다 목소리가 큰 사람의 억지 주장이 맞는 일이 되는 인상을 받았다.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3도로 갑자기 더운 날씨가 돌아왔다. 요새 새벽까지 원고를 고치느라고 좀 늦게 일어난다. 요즘 아주 맛있게 먹고 있는 버섯 오믈렛을 만들어서 든든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인터넷을 켜서 보니 조국 법무장관 후보 인사 청문회를 하고 있었다. 오늘도 할 일이 많아서 청문회를 볼 시간이 없는데, 그래도 궁금해서 청문회를 좀 봤다. 거기에서 자유 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조국 딸이 제출했다는 서류가 조국 컴퓨터를 사용했다는 기록을 내면서 딸이 아니라, 조국 부인이나 조국이 관여한 것처럼 몰아갔다. 조국 컴퓨터에 서울대에서 쓰는 소프트가 깔려 있어 그 컴퓨터를 사용하면 그런 기록이 나온다. 그랬더니 서울대 비품을 집으로 가져갔다, 도둑질한 것처럼 몰아갔다. 대학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보면 너무 억지스러운 주장이다. 

 

대학의 비품 관리는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변하고 점점 엄격해지는 면과 느슨해지는 면이 있다. 나는 일본 사립대학에서 오래 일을 하고 있고 국립대학에서도 7년 이상 일을 했으며 호주의 대학에서도 3년, 호주의 대학 연구소와는 15년 가까이 방문연구를 하며 세미나를 했다. 다른 나라의 대학 연구소에서 일을 한 적도 있다. 비록 나라와 분야는 달라도 대학이라는 사회에서 연구자로서 일하고 있다.

 

비품 관리에 대해서 일본 국립대학에서 일하던 시기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국립대학이 가장 세심하게 관리했기 때문이다. 내가 연구하고 조사하는 방식에 2000년대 초반 당시 영상을 촬영하고 녹음하는 일이 많았다. 호주의 대학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는 호주에 일본처럼 랩톱이나 촬영 기재, 녹음기기 등이 좋은 것이 없었다. 대학에서 사는 비품에도 대학의 연구비에서 쓰는 것과 프로젝트로 국가나 외부에서 연구 조성을 따서 쓰는 범위도 규정에 따라 다르다. 대학이나 외부 연구 조성을 쓰면서 연구 특성상 규정에 맞지 않을 때는 담당자에게 사정을 말하고 조언을 듣는다. 담당자는 연구하는 사람이 연구를 잘할 수 있게 도우면서 연구 목적에 맞지 않는 사용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나는 대학 가까이 살았고 거의 연구실에서만 일하는 타입이라서 집에는 컴퓨터가 없었다. 연구실에서 너무 장시간 컴퓨터를 마주 보는 입장이라, 집에 컴퓨터를 놓고 싶지 않았다. 학교 연구실에 있는 컴퓨터는 대학 연구비에서 산 것으로 대학 비품이다.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서 랩톱과 촬영 기재, 녹음기기 등은 대학의 비품이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주로 사용하는 걸로 되어 있지만, 내 개인의 소유가 아니어도 관리책임이 있다.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서 사용한 랩톱이나 촬영 기재, 녹음기는 내가 촬영하고 난 다음에 호주에서 영상을 편집했기 때문에 호주 대학의 연구소에서 그 프로젝트에 종사하는 직원과 연구자가 사용했다. 그 프로젝트는 결과로 영상을 제작하고 국제 학회에서 발표를 했으며 현재 관련 분야에서 교재로 사용한다는 말도 들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그러고 보니까, 당시 장비가 어떻게 되었지? 기억이 없다. 비품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폐기처분을 하게 된다. 대학 컴퓨터인 경우가 그랬다. 내 연구실 컴퓨터가 폐기처분을 하게 되면 필요한 학생에게 준 적도 있다. 연구 프로젝트에서 사용한 장비는 소모품으로 처리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에 이 장비가 있을 수 있다면 호주의 대학인데, 내가 연구하고 나중에 근무했던 연구소가 없어진 지 오래다. 대학 조직개편이 되어서 그 연구소가 있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한 사례를 악의적으로 해석하면 연구 프로젝트를 하면서 촬영장비 등을 구입해서 개인이 사용하고 집과 외국에도 가져갔고 외국 대학 연구 기관에 사용하게 했다는 것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런데, 다 규정에 따라서 한 것이고 관리 책임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내가 사용한 부분은 적다. 극단적으로 내가 빼돌렸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보통은 대학교수가 비품이나 소모품을 도둑질하려고 개인적으로 부정을 저지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부정을 저질러서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비교하면 있을 수가 없다. 관리가 허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다. 

 

대학교수가 하는 일은 대학 연구실이라는 장소에 한정되는 것도 아니고 근무시간이 일정한 것이 아니다. 학교 밖, 집에서도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쓴다. 그렇기에 학교 밖, 집으로 컴퓨터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랩톱같은 경우는 쉽지만 데스크톱도 그런 경우가 있다. 대학이 비품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지, 집에서 사용한다고 해서 부정이나 도둑질한 것이 아니다. 대학교수가 좀도둑질이나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다를 것이다.

 

이전에는 대학에서 비품이나 개인정보에 대한 관리가 허술했다. 비품이나 소모품 관리도 점점 엄격해지는 부분이 있고 폐기 처분하는 것을 학생이 사용하게 하는 느슨한 부분도 있다. 이전에는 연구실 문을 퇴근할 때가 아니면 잠근 적이 없었다. 컴퓨터실도 마찬가지다. 근래는 물건을 훔쳐가거나 이상한 일이 생겨서 연구실 문도 잠가야 하고 컴퓨터실에 들어갈 때도 카드가 필요한 곳이 있다. 이런 경향은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동경대학 가까이에 살아서 그 대학 도서관을 사용했다. 규정에는 있을지 몰라도 그냥 사용할 수가 있었다. 지금은 다 카드가 있거나, 개별적 사용허가를 받지 않으면 입장할 수가 없다. 

 

대학에서 쓰는 소프트에 관해서 나는 서울대학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내가 쓰고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쓴다. 일본은 한국보다 대학의 성적 입력 등에 컴퓨터를 사용한 것이 늦은 걸로 안다. 현재는 거진 컴퓨터로 입력할 수 있게 되었다. 성적 입력에 관해서도 처음에는 대학 내에서만 접속할 수 있게 제한되어 있었다. 나중에는 외부에서도 접속할 수 있게 되어 보통 집에서 성적을 입력한다. 이런 변화도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일본의 대학에서 관리가 엄격해진 것 중에 하나가 학생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료다. 예를 들어 학적 번호는 학생들  이메일 주소가 된다. 수강생 명부도 마찬가지다. 만약에 외부에 노출이 되었을 때 학생의 개인정보가 유출이 되는 셈이다. 경우에 따라 개인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관리는 학교에 따라 형식상 엄격한 곳도 있지만, 사실 유명무실해서 개인에 맡겨진 곳이 많다. 형식상 엄격한 곳에서는 학생의 성적평가 등을 위해 학생 개인정보가 들어있는 자료를 외부로 반출한다는 서류를 제출한다. 일 년에 한 번 형식상 제출한다. 다른 곳에서는 그런 서류도 없지만 학생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게 관리에 신경 쓴다. 나 같은 경우는 학생들 감상문을 매 강의마다 받고 학기말 리포트가 있어서 그런 자료가 많다. 학생 성적평가를 했던 자료 보존 기간도 2년으로 정해져 있어서 보관했다가 학교에 가져가서 직원에게 폐기를 부탁한다. 그런 자료를 보관하고 학교에 가져가는 것은 귀찮고 무겁지만 확실히 하는 것이 안심이 된다.

 

일본의 대학에서 학생의 개인정보에 대한 관리도 신경을 쓰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시대 상황에 따라 관리가 엄격한 부분과 느슨해지는 것이 공존한다. 대학에서 일하는 사람에 따라서 규정이 바뀌는 것에 세심한 주의를 갖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정보에 관한 것도 만약에 사건이나 사고로 연결이 되지 않으면 깜깜이로 모르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새로운 규정이 생겨도 현실을 전부 반영된 것이 아닐지도 모르기에 상식과 관례에 따라 처리하는 일도 많다. 이런 것을 현재 규정에 맞춰서 과거의 일이나, 관리에 대입하는 것은 '악의적'이다.

 

대학교수가 훌륭하다거나 존경받아야 된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육과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조국 청문회를 보니까, 대학이나 교육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을 다 좀도둑질이나 하고 부정을 예사롭게 '범죄'를 저지르는 마치 '범죄집단'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물론, 그런 예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예는 사건이나 사고가 아니어도 주변에서 다 알게 되어 있다. 한국은 몰라도, 일본의 경우는 가까이에 있는 학생이나 직원들이 알게 된다. 그런 일을 하려고 해도 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학교에서 일하면서 그런 범죄적 행위를 했다가 인생을 망치는데 그런 일을 할까? 싶다. 

 

어쩌다 가끔 내가 대학 이름이 든 볼펜을 나도 모르게 가방에 넣은 적이 있다. 집에 와서 보고 깜짝 놀란다. 다른 생각을 하다 보니 그냥 가방에 넣은 것이다. 학교에 가져가서 제자리에 놓기도 하고 내가 쓰는 펜을 기부하기도 한다. 이런 일은 있을 수 있다고 해야지, 계획된 범죄처럼 소모품을 훔친 것이라는 억지를 쓰면 할 말이 없게 된다. 우기는 사람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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