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5 텅 빈 김포공항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1도나 되는 더운 날씨였다. 어제도 최고기온이 30도로 아직도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어제 개강을 해서 첫교시에 마이노리티 사회학이 있었다. 수강생 중에는 봄학기에 아시아 사회론을 듣던 학생도 꽤 있다. 봄학기에는 첫교시에도 수강생이 많지만, 가을학기에는 첫교시를 듣는 학생이 줄어든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작년보다 수강생이 많았지만, 수강생이 50명 이하로 적은 편이 좋다. 어제 첫 교시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러서 다음 강의 자료를 준비하고 나왔다. 따가운 햇볕을 받으면서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가장 더운 시간에 도서관을 나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날씨가 좋아서 밀린 빨래도 하고 배가 고파서 일찍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빨래를 하고 좀 쉬었다. 오랜만에 강의를 해서 그런지 몸이 좀 피곤했다. 저녁을 먹고 누워서 책을 읽다가 어느 새 잠이 들었다. 자다가 깨서 시계를 봤더니 2시다. 목욕하고 다시 자려고 하다가 그냥 잠이 들고 말았다. 다시 잠에서 깬 것은 아침 6시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고 다시 잠을 잔 것이다. 깜짝 놀란 것은 불도 끄지 않고 그냥 잤다는 것이다. 목욕도 양치도 안 하고 그냥 잔 것이다. 지금까지 나에게 이런 일은 없었다. 서울에 일주일 다녀오고 그 뒷날부터 후쿠시마에 3일 다녀와서 하루 쉬고 개강을 한 것이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피로가 쌓였나? 오늘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제 더위를 먹은 것이 아닌가 한다. 정신없이 몸이 말리는 것 같더라니, 오랜만에 강의로 긴장한 것이 아니라, 더위 탓이었던 것 같다. 강의로 인한 긴장과 피로가 겹친 데다가 더위를 먹고 정신없이 잠을 잔 모양이다.
일주일 동안 서울에 다녀왔다. 가는 날까지 바쁘게 지내다가 정신없이 서울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김포공항에 일찍 와서 공항 주변을 돌아봤다. 김포공항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썰렁할 정도로 텅 빈 느낌이다. 쇼핑몰 주변도 썰렁하고 면세점도 텅텅 비었다. 지금까지 몇 십년 다녀도 이렇게 텅 빈 공항과 면세점을 본 적이 없다. 시간이 많았지만, 나도 텅 빈 면세점을 볼 생각이 없다. 중국 관광객으로 미어 터질 것 같았던 면세점이 거짓말처럼 텅 비었다.
면세점에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할인한다는 간판이 서 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가끔 면세점에 들르는 편이다. 한국 면세점은 일본 면세점 보다 약간 저렴한 편이었다. 언제부터인지 한국 면세점이 일본 면세점 보다 비싼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 한가한 일본 면세점에 들어가지 붐비는 한국 면세점에 들어 갈 이유가 없다. 서울에 가면 친구와 면세점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었는데 근래는 전혀 면세점에 가질 않는다. 이전에도 내가 살 것이 있어서 간다기 보다 친구가 가는데 같이 구경을 간 것이었다. 면세점이 붐비기 시작하면서 면세점에 가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면세점에 들어가서 구경하다 보면 뭔가 살 것이다. 사실 사야 할 것도 있다. 그런데 면세점 자체에 흥미가 없어진 모양이다. 이런 현상은 단지 면세점만이 아니라, 백화점도 닮은 것 같다.
면세점이나, 백화점에서 파는 것이 꼭 비싸서가 안 가는 것이 아니라, 면세점이나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에 흥미가 없어졌다. 이전에는 면세점이나 백화점에 매력적인 물건들이 있었지만, 근래는 전혀 매력이 없다. 쇼핑몰 같은 곳은 가기가 싫다. 특히나 큰 쇼핑몰이나, 대량으로 파는 곳에는 가기도 싫고 만약에 가도 머리가 아프다. 그런 곳에서 싸게 살 수 있다고 해도 안 갈 것이다. 일본에서도 백화점에 나오는 상품이 금방 아울렛에 나오니까, 주로 아울렛에서 쇼핑을 한다고 한다. 집에서 전철로 두 정거장 가면 큰 아울렛이 있다. 멀리서 친구네 가족이 와서 한번 간 것 이외에 간 적이 없다. 거기에 가면 필요한 것을 싸게 사겠지만, 가고 싶지가 않다.
잠실 롯데 백화점에 잠깐 갈 기회가 있어서 둘러봤다. 일본 백화점 못지않게 손님이 없었다. 거기에서 일하는 분들이 너무 지루해서 피곤한 모양이었다. 잠깐 봐서 나름 가격이 싼 물건도 있었지만, 사고 싶은 기분이 나질 않았다. 손님이 너무 없는 백화점 분위기 탓도 있을 것이다. 명절을 앞두고 있어서 백화점이 텅 비었다고 하지만, 손님이 너무 없었다. 그렇게 손님이 없어서 백화점이 유지가 되나 싶을 정도다. 일본 백화점은 문을 닫고 난리가 났는데...... 내가 보기에는 백화점이 문을 닫는 것이 지극히 정상으로 보인다.
일본 백화점의 경우는 자신들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몰락이지, 관광객과는 상관이 없다. 그런데 업적이 부실해서 문을 닫는 걸 관광객이 쇼핑을 덜 해서 그렇다고 책임을 전가한다. 관광객이 오기 전에 일본 손님이 백화점에서 떨어져 나갔다. 관광객은 어디까지나 덤으로 오는 손님이지, 주된 고객은 아니다. 자신들의 주된 손님을 놓치는 그런 백화점은 아주 망할 것으로 본다. 자신들의 경영을 잘 못하고 있다는 반성과 성찰이 없으니까, 당연한 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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