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사회

제주도 사람들의 팀워크

2018/09/14 제주도 사람들의 팀워크

 

오늘 동경은 비가 오는 흐린 날씨다. 낮에 야채를 사러 나갈 비가 와서 우산을 쓰고 나갔다. 오늘 것은 가늘고 길쭉한 가지 봉지에 모로헤이아 봉지였다. 것이 별로 없었다.

 

 

서울에 갔을 때 공항버스에서 본 일이다. 주로 제주도 사람들이 움직인 것이라 재미있었다. 아주 한국적이면서 제주도적인 광경이었다.

 

내가 탄 비행기는 저가항공으로 나리타에서 한 시간 늦게 출발해서 도착이 늦어졌다. 체크인할 때 공항에 일찍 도착했는데도 좌석을 거의 맨 뒤로 줬다. 좌석배정을 하는 사람이 몽니라도 부린 것인가? 지금까지 비행기를 많이 탔지만 맨 뒤 자리는 앉은 적이 없었다. 그 자리에 앉았더니 비행기가 아주 시끄럽다는 걸 알았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 나오는데 서둘러도 30분 이상이나 걸렸다. 참고로 나리타공항에서도 지문과 사진까지 찍는 입국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 밖에 나오는데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항공사는 밤늦게 도착해서 집에 돌아갈 수 있는지 신경을 안 쓰나?? 다행히도 내가 탈 공항버스가 금방 왔다. 6003 10 55분 출발로 기억한다. 공항버스를 찾고 있을 때 버스가 서는 곳에 4WD가 비스듬히 정차해 있다. 공항버스를 안내하는 아저씨가 여기에 차를 이렇게 대면 안됩니다. 버스가 들어와야 합니다. 아주 당연한 말을 하는데 차에 탄 젊은 사람이 나이를 먹은 아저씨에게 반말로 욕을 한다. 이상하다. 자기가 잘못해놓고 왜 욕을 하는지? 아저씨도 왜 반말을 하느냐고 화를 낸다. 옆에서 내가 봐도 열 받는 상황이다. 무섭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본 광경이다.

 

마침 6003번 버스가 와서 줄을 서서 타고 있는데 바로 내 앞에 젊은 여성이 술을 많이 마셔서, 버스를 타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술을 아주 많이 마신 것 같은데 신발도 안정감이 없는 핀힐 샌들로 10cm 높이로 아슬아슬하다. 나는 맨 정신으로도 그런 핀힐을 신고 걸을 자신이 없어서 그런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성은 버스를 탔다. 그리고 제주도 사람들이 해외로 가족여행을 다녀오나 할 정도로 단체로 버스에 탔다. 제주도 말을 써서 제주도 사람들이라는 걸 안 것이다. 나는 버스를 못 탈까 봐 걱정했는데 버스를 타서 다행이다 싶었다. 가는 숙소에 문자를 보내고 답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버스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나는 무슨 냄새지? 궁금했지만 그냥 있었다. 내 자리에서 뒤 자리 옆에 앉은 제주도 할머니가 혼잣말을 한다. 제주도말이니까, 아주 귀에 잘 들어왔다. 아이고, 휴지라도 줘야 하는데. 내가 할머니를 봤더니 휴지를 찾는데 금방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내가 얼른 티슈를 한 장 꺼내서 돌아보지도 않고 뒤로 넘겼다. 다시 한 장을 꺼내서 뒤로 넘겼다. 뒤에서 손이 나와서 티슈를 받아 갔다.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파악이 안 된 상태다. 조금 있다가 물티슈가 필요한가, 아니면 티슈를 더 줘야 하나 해서 뒷자리를 봤더니 버스를 탈 때 봤던 여성이 토해서 토사물로 범벅이 된 티슈를 손에 잡고 있었다. 옷과 바닥에도 흘렸다. 도저히 물티슈 몇 장이나, 티슈 몇 장으로 해결될 사태가 아니다. 이상한 냄새의 정체도 알았다. 도울 수가 없어서 그냥 있었다. 그걸 보는 제주도 할머니는 계속 안절부절못하고 걱정한다. 아는 사람도 아닌데 옆에서 보기에 딱한 모양이다. 나는 할머니가 걱정하는 것이 신경이 쓰였다.

 

김포공항에 버스가 정차했더니 문제의 여성이 비틀거리면서 내렸다. 이 늦은 밤에 김포공항에 내려서 어쩌나 했지만 어쩔 수가 없다. 토사물을 주위에 남기고 내렸다. 그 여성이 내리고 나서도 제주도 할머니가 그 여성에 대해서, 여성이 남긴 토사물에 대해서 걱정하는 말을 한다. 그 말을 듣고 할머니네 친척이 뒤쪽에서 와서 토사물을 정리했다. 생판 남의 한 일 뒤치닥 거리를 하고 조용히 앉는다. 이상한 냄새도 거의 가셨다. 운전사는 일의 진행상황을 다 지켜봤을 것이다. 다음 정거장에서는 쓰레기통을 가져와서 토사물을 처리한 것을 받아 가면서 화가 나지만 참고 작은 목소리로 제가 치우겠습니다 했다. 실상은 제주도 사람이 다 치워서 약간의 흔적이 남았을 뿐이었다. 조금 더 가서 제주도 할머니네 가족들은 우르르 버스에서 다 내렸다.

 

나는 티슈를 내주면서 일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봤다. 제주도 할머니의 혼잣말(제주도 말)이 포인트다. 할머니가 불편해하시니까, 주위 사람들이 움직인 것이다. 할머니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움직인 것으로 본다. 아니면 그 여성의 곤란한 상황을 본 사람이 적극적으로 돕지 않으면 아무도 도울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은 그다지 도울 수 없었지만 뒤처리까지 했다. 내가 보기에는 제주도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팀워크가 빛났다. 잘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은밀했지만 확실히 정리를 했다. 다행인 것은 버스에서 유쾌하지 않은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불편한 분위기를 내지 않았다. 한국사회도 아주 성숙하다는 것이다. 인상적이었다.

 

오늘 뉴스에 제주도에 온 예멘 난민 일부에 체류허가가 나왔다. 난민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예멘난민 기사에 '혐오'를 쏟아내는 댓글로 도배가 된다. 거기에 예멘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는 제주도와 제주도 사람들까지 때는 이때다 싶어서 도매금으로 '혐오'하는 걸 많이 봤다. 절망적이다. 그동안 제주도에 있는 예멘 난민에 대해 나쁜 뉴스가 나오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여겼다. 여기도 뉴스에 나오지 않는 제주도 사람들이 예멘난민을 돕는 은밀한 팀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제주도 사람들이 대단하다. 예멘 난민에 대한 나쁜 뉴스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제주도 사람들이 예멘 난민을 도왔다는 것이다. 사실, 제주도에는 예멘 난민들이 할만한 일이 별로 없다. 예를 들어 농업이나 어업도 전문성이 높은 직종이라,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제주도에는 일자리도 적거니와 임금이 박하고 물가도 비싸다. 제주도에서 예멘난민들이 일을 한다고 해도 생존할 수 있는 정도다. 돈을 벌어 본국의 가족에게 송금할 정도로 수입을 얻기가 힘들다. 그런 중에 어떻게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에서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정말로 다행이다.

 

일본이나 한국에서 고령화에 저출산이 큰 문제가 되어 있다. 세상에 언제 태어날지 모르는 아이를 기다리는 것은 현실적이 아니다. 우선은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난민으로 온 사람들을 같이 살아갈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 수 있게 서로 돕는 것이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길이 아닐까. 예멘 난민도 제주도와 한국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주도 사람들의 팀워크처럼 살아갈 수 있게 서로 도우면 되지 싶다. 예멘 난민도 제주도와 한국으로 새롭게 이민 온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축했다  (0) 2019.09.16
조국이 있어 다행이다!  (0) 2019.09.12
김포공항 달항아리  (0) 2019.09.10
텅 빈 김포공항  (0) 2019.09.10
오블 동네 마실 1  (0) 2019.09.10